노량진 컵밥 거리 ‘후퇴’냐 ‘진격’이냐

김민주 / 2015-06-02 16: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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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노량진의 명물 ‘컵밥’을 아시나요?

컵밥 거리 이전에, 상인·구청·주민·수험생의 사각관계

‘공시생’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에 가면 사람들이 한번쯤은 먹어 본다는 명물이 있다. 바로 컵에 밥과 반찬을 함께 담아 파는 ‘컵밥’이다. 컵밥은 그 종류도 수 십 가지일 뿐 만 아니라 양도 푸짐해서 주머니가 가벼운 수험생들에게 큰 인기다.

학원 수강생이 몰려나오는 오후 1시 노량진 컵밥거리. 학생들이 나올 시간에 맞춰 컵밥을 내놓느라 거리는 온통 음식 냄새와 열기로 가득하다. 길거리로 쏟아진 수험생들의 발길은 컵밥 노점으로 삼삼오오 모인다.

그런데 구청이 이 컵밥 노점들의 이전 계획을 내놓으면서 이곳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구청에 이곳 노량진 컵밥거리에 대한 소음과 번잡함, 도시미관 등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구청이 대대적인 노량진 도시 정리에 나선 것이다.

구청의 노점 이전 계획에 따르면 노량진 학원가에서 영업 중인 노점 34곳 중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는 5곳을 제외한 29곳의 노점이 만양로 입구∼사육신공원 육교 270m 구간에 일정 규격(2.8×2.15m)으로 오는 9월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노점이 떠난 곳에는 보도 정비를 거쳐 가로수를 심고 학원가에 어울리는 조형물이 설치된다.

이에 본지는 이미 지역 명물이 된 컵밥 거리의 이전을 두고 사각관계에 놓인 4분류의 의견을 들어봤다.

- 수험생 “가까운 거리, 시간 절약이 장점”
때마침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던 한 수험생은 이 같은 이전 계획에 “굳이 이전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이 자리에서 새롭게 변신 하는 편이 훨씬 좋은 방안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한 씨는 “학원이 이 근처고 여기 자주 오는 편”이라며 “음식이 빨리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어 그만큼 시간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이전하면 지금만큼 발길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의견은 이전에 대해 부정적 기운이 강했다.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컵밥 거리의 이전은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 구청 “이전으로 컵밥 부가가치 높일 수 있어”
그동안 구는 민원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노점을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순 규제 위주로 대응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노점정책 토론회를 계기로 구청장과 구의원, 노점상인, 주민까지 한 자리에 모여 기업형 노점은 안되지만 생계형 노점은 지역 주민과 상생한다는 원칙을 새로 세웠다.

이후 여러 차례 공청회를 연 결과 컵밥 거리를 사육신 맞은편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은 기존 구간보다 폭이 넓어 노점이 옮겨오더라도 통행에 큰 불편이 없는 곳이라고 구는 소개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건설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컵밥이 갖고 있는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상생하기 위해 이전하는 것이지 행정집행을 하거나 철거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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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 “거리만 지저분, 세금도 안 내는 데...”
그런데 취재결과 구청의 오는 9월 시행이라던 노점 이전이 사실상 언제 될지도 불분명하며 노점 상인들의 반발 또한 여전히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점상인협의회 한 관계자는 “구청에서 제시한 박스형 노점이 다 완성되면 그때 옮기는 것이고 무작정 9월에 옮기는 것은 아니다”며 “구청에서 먼저 언론에 보도하는 바람에 우리는 두말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소연 했다.

또 기업형 노점상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맥도날드 앞에 있던 노점과 그 옆 노점하나가 철거됐다 기업형 노점이라는 제보가 들어와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고, 기업형 노점이라는 이유도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던 것과 그 노점상에 세를 놓았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모든 노점상이 다 그런 것이 아닌데 마치 전부 외제차 끌고 다니고 건물도 몇 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인근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인근 상인은 “우리는 세금 내고 비싼 집세도 내는데, 노점상은 세금도 내지 않고 거리는 거리대로 지저분해지고 음식물 냄새에 불쾌하다”는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컵밥집 주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전할 곳이 학원에서 떨어져 있는 데다 수험생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수요가 지금만큼 유지될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 주민, “활기찬 모습 좋다” vs “음식물 냄새 불쾌”
그렇다면 이곳 주민들의 의견은 어떠할까? 최근 노량진에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거리가 더 번잡해졌고, 각종 소음을 비롯해 음식물 냄새까지 가세하면서 주민들은 동작구청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해왔다.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실제로 의견은 상당히 상반됐다. 주민 이 씨는 “수험생들로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은데 굳이 옮길 필요는 없지 않냐”며 “원래 자리에서 새롭게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주민 김 씨는 “거리가 지저분하고 특히 여름엔 각종 음식물 쓰레기 냄새며, 소음이며 불편한 점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점 이전을 두고 상인과 구청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지역 명물이 된 컵밥거리를 둘러싼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 관심이다.

김민주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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