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한국법제연구원(원장 한영수)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한국집합건물법학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공동주택 관리에서의 사적자치와 법적 규제의 교착’을 주제로 공동주택 법제의 주요 쟁점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재건축을 포함한 공동주택 관리 환경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이 서로 중첩되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두 법률 간 체계적 정합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관리주체의 법적 지위, 장기수선충당금 승계, 관리규약 준칙 등 다양한 이슈도 심층적으로 다뤄졌다.
행사는 이준형 한양대 교수의 기조발제 ‘구분소유권: 사익, 공익 그리고 공익’으로 시작해 총 2부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공동주택 관리 과정에서 사적자치가 갖는 의미와 공익적 규제가 불가피한 영역을 철학적 관점에서 짚으며 논의를 열었다.
1부에서는 이제우 경기대 교수가 재건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 ‘장기수선충당금 승계’ 쟁점을 발표했다. 이어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의 입법 배경과 변천 과정을 비교하며 두 법률의 체계적 관계를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두 법률이 적용 범위와 규율 구조에서 다수 중첩되고 있음에도 해석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아 분쟁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지정토론에는 박근웅 부산대 교수와 허성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이 참여해 법령 간 충돌 사례와 개선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2부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의 법철학적 접근이 이어졌다. 김민성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어떤 법적 지위를 갖는지, 미국 콘도미니엄 제도와 비교해 사적자치와 단체자치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관리주체의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한 점이 실무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종희 연세대 교수는 ‘공동주택에 박제된 사적자치’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관리규약 준칙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공동주택 단지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현행 규정이 ‘자치’의 이름을 붙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규제 중심의 구조여서 자치권이 형식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에는 변우주 동아대 교수와 최승관 변호사(법무법인 린) 등이 참여해 사례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마지막 종합토론은 김성욱 제주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박신욱·이지은 두 교수와 장유미 변호사, 최민수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영수 한국법제연구원장은 “재건축과 공동주택 관리 분야는 법적 해석과 실무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영역”이라며 “이번 학술대회가 주거정책 전반을 정비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앞으로도 관련 학계와 긴밀히 협력해 급변하는 주거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입법과제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법제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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