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도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면 근로기준 법 위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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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명 노무사 |
사업주는 근로자가 근무를 잘하는지, 또는 사업주의 기대만큼 못하는지 알 수 없어 근로자와 1달 동안 근로계약서 체결하지 않고 근무하고 1달 지난 후 계속 근무하게 될 경우 그때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는 첫째 날부터 30분 넘게 지각을 하였고 제일 바쁜 시간인 점심시간에는 화장실에 가서 20분 넘게 나오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근무를 하였고 결국 참다못한 사업주는 근로자가 근무한 지 1주일째 되던 날 근로자에게 그동안 근무한 월급을 지급하면서 더 이상 출근하지 말 것을 통보하였다고 한다.
사업주는 그렇게 기존 근로자를 해고한 후 마음에 쏙 드는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여 열심히 장사하고 있는데, 며칠 전 해고 당한 근로자가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하여 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며 나를 찾아온 것이다.
해당 사업주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어느 정도 지켜본 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곤 한다. 이들에게 왜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면 “근로자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없으니 한 달 정도 근무를 시켜본 후 일을 잘하면 정식 근로계약서를 적고, 못하면 아직 근로계약서를 적지 않았으니 쉽게 근로계약도 해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주들의 논리는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먼저 확인을 한 후 정식 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한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강행규정이므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서로 합의를 하더라도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에 위배가 된다면 그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사례처럼 근무하고 1달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는 합의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효력이 없으므로 해당 사업주는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해당이 됨은 명백하다.
그러면 과연 1달 후 사업주가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닐까?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미 근로관계가 성립된 이후인 근무 도중에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교부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고용노동부 역시 ‘근로관계가 성립된 이후 근로조건을 서면 명시·교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 위반에 해당할 것이나, 근로계약 체결과 동시는 아니지만 사회 통념상 지체 없이 서면 명시·교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거나 근로계약 체결과 동시에 서면 명시·교부하지 못할 합리적 사정이 있었던 경우 등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보고 있으니,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업주들은 근로자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하여야 한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위 사업주처럼 근로자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였는데 그 근로자의 근무능력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을 많이 한다. 이 경우 1개월 단위의 기간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근무평가를 거쳐 정식 직원으로 전환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알아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박대명 노무사
제16회 공인노무사 시험 합격 | 경북지방노동위원회 | 중앙노동위원회 국선노무사 |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민사·가사 조정위원 |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형사조정위원 |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 직장내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 | 대구경북노무사회 부회장 | 포항경주노무사분회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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