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철회와 탄핵사유”
▲최창호 변호사 |
대한민국 국회는 2024. 12. 14.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의결하였는데, 그 사유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고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내란죄 우두머리라고 하여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204인이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이다.
그런데 그 탄핵소추에 따른 탄핵 심판 절차에서 청구인의 소송대리인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부분을 철회하였다. 그래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만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으로 남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에서 청구인 대리인 중 한 명이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이 재판부가 권유하신 바라는 취지로 언급하는 장면을 본 일이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204인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찬성한 주된 이유는 대통령이 내란죄 우두머리라는 주장이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내란죄가 탄핵소추에서 제외된다면 탄핵사유의 2/3 이상은 철회된 것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국회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당시에, 탄핵소추안에 대통령이 내란죄 우두머리라는 혐의가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사유만이 탄핵소추 사유로 되어 있었다면, 과연 국회의원 204인의 찬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헌법과 국회법, 그리고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소추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소추안 변경에 관하여는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헌법과 위 법률들이 탄핵심판 단계에서 당초의 탄핵소추안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을 소추인 대리인이 임의로 변경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도 사실상 의문이다.
따라서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변경하려면 국회의 변경 결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소추인 대리인들이 임의로 이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는다.
‘소추사유’라 함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 법률에 위배가 되는 구체적 사실과 그에 적용되는 법조문을 통일적으로 의미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에서 내란죄 부분의 철회는 ‘소추사유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의 의결을 새로이 거쳐야 그 적법성을 갖출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탄핵표결에 찬성하였던 의원 중에 변경된 소추사유에 대해 다시 투표한다면 그 소추안이 과연 의결정족수를 충족할지 여부는 부정적으로 보인다.
청구인은 소추사실은 그대로 두고 그 법적 평가에 관한 내란죄 부분만 철회된 것이어서 소추사유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내란죄’라는 평가는 그에 해당하는 사실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국회의 소추안 의결 시 가장 주된 고려요소로 작용하였다. 내란죄라는 프레임으로 일부 여당의원들의 찬성까지 받아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후 탄핵심판절차에서 내란죄 부분을 소추사유에서 제외한 것은 소추사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판검사가 수사검사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내부 보고를 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공소사실을 철회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법이 정한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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