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적 법률”
| ▲최창호 변호사 |
독일기본법 제19조 제1항은 “이 기본법에 따라 기본권이 법률에 의하여 또는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될 수 있는 경우 그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개별적 경우에만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처분적 법률에 의한 기본권침해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 처분적 법률에 대한 경계의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권(私權)박탈법(Bill of Attainder)의 금지가 있다. 이는 특정인을 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을 금지하는 것이다.(김하열, 헌법강의, 박영사, 2021, 797면.) 처분적 법률은 일반적으로 권력분립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국가의 요청에 따른 법률수요가 증가하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생활관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임기응변적 정책추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처분적 법률은 여전히 국회가 가지는 법률제정권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이해하여야 한다.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법률은 ‘일반적인 법률’의 형식으로 제정되어야 한다.(허영, 한국헌법론, 박영사, 2022, 304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일반적인 법률의 형식이 아닌 처분적 법률의 형식을 가져서는 아니되는 이유는 사회국가의 중요한 핵심적인 내용으로 간주되는 ‘평등의 실현’ 내지 ‘특권배제의 사상’과도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헌법재판소는 “개별사건법률은 원칙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 규정이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지만, 개별법률금지의 원칙이 법률제정에 있어서 입법자가 평등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규범이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 하여 곧바로 위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합헌적일 수 있다. 이른바 12.12 및 5.18 사건의 경우 그 이전에 있었던 다른 헌정질서파괴범과 비교해 보면,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고, 집권과정에서의 불법적 요소나 올바른 헌정사의 정립을 위한 과거청산의 요청에 미루어 볼 때 비록 특별법이 개별사건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입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6. 2. 16. 96헌가2).
현행 헌법상 규범통제는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만 심사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구조를 취하고 있으므로 처분적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청구를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처분적 법률로 인하여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성낙인, 헌법학, 법문사, 2023, 457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며 여기의 공권력에는 입법권도 당연히 포함된다 할 것이므로 입법부의 공권력행사 가운데 가장 주된 형태인 입법권 행사, 즉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도 가능함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해석상 당연하다. 다만, 모든 법률이 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청구인 스스로가 당해 법률규정과 법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당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별도의 구체적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현재 침해당하고 있는 경우, 즉 자기성·직접성·현재성이 구비된 경우에 한정됨을 원칙으로 한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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