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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이 벌게지도록 밀어 넣었다’(하민지 작가 개인전) |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민지 작가의 개인전 ‘손이 벌게지도록 밀어 넣었다’가 오는 10월 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아리안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동물의 신체와 살처분 이후의 변화에서 출발해 노동하는 인간의 몸과 일상적 사물에 남은 흔적으로 시선을 확장한 평면 회화 15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전속작가제 선정작가인 하민지의 개인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하민지는 동물의 형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동물을 구분해 온 신체의 형태와 기능, 생명을 둘러싼 사회적 체계와 환경의 문제를 회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전시의 주요 작업은 살처분 이후 땅에 매장된 동물의 사체가 지하에서 겪을 것으로 상상되는 변화에서 출발한다.
흙 속에 묻힌 사체 주변에 곰팡이가 피고 핏물이 흘러나오며, 부패 과정에서 생긴 가스로 땅이 부풀거나 터지는 모습 등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작품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를 통해 눈앞에서 사라진 생명이 실제로는 다른 물질적 상태로 변화하며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작가가 이어온 구제역 관련 연작과도 연결된다. 반복되는 방역과 살처분의 소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의 한 장면처럼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작가는 재난이 되풀이되는 현실뿐 아니라 그 반복에 무뎌지는 사회적 감각에 주목해 왔다. 동물의 질병과 살처분은 작품 안에서 개별 생명의 죽음에 한정되지 않고 생명이 사회·경제·행정적 체계 안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통제되는지를 살펴보는 계기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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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이 벌게지도록 밀어 넣었다’(하민지 작가 개인전) |
전시 제목인 ‘손이 벌게지도록 밀어 넣었다’는 이러한 관심을 인간의 노동하는 신체로 옮겨온 표현이다. 제목은 여성 미싱 노동자들이 옷감을 재봉틀 안으로 반복해서 밀어 넣는 동작에서 비롯됐다.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손의 형태와 색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작업 역시 반복적인 움직임과 신체적 소모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노동하는 손과 회화 행위를 연결한다.
대형 작업과 함께 소개되는 소품 시리즈 ‘잠깐의 형태’는 물걸레나 찌그러진 공 등 일상적인 사물에 잠시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형태와 주름을 다룬다. 작품 속 주름은 특정 대상을 설명하는 장치라기보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과 내부의 이완, 흔적이 남고 다시 사라지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조형적 요소로 제시된다.
이에 따라 이번 개인전은 동물의 신체에서 땅의 물질성으로, 다시 인간의 노동하는 몸과 일상의 사물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인다. 땅속에서 진행되는 부패와 순환, 반복 노동으로 붉어진 손, 압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사물은 서로 다른 대상이지만 외부의 힘을 받아 변형되고 다른 상태로 이동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김주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전시 비평에서 이러한 작업의 흐름을 인간과 동물, 환경과 사물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관계망 속에서 연결되는 과정으로 짚는다.
전시가 열리는 아리안갤러리는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자리한 전시 공간이다. 갤러리 측은 작가 발굴과 국내외 예술가·기관 간 교류, 해외 활동 지원 등을 주요 방향으로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지역을 기반으로 작가와 외부 미술계의 접점을 넓히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역시 국내외 기관 및 예술가와의 교류를 통해 예술적 담론을 확장하고 열린 예술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민지는 부산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4년 공간 힘에서 열린 첫 개인전 ‘짐승이 산다’를 시작으로 ‘12지: 근본 그리기’, ‘구체화되지 않는 실행’, ‘N번째 죽음’, ‘외래종 프로젝트’ 등의 개인전을 이어왔다. 부산시립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낯선 곳에 선’, 부산현대미술관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아마도예술공간 ‘렌트’ 등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최근 아리안갤러리가 마련한 국제전 ‘After the present : 각자의 우주’에도 국내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손이 벌게지도록 밀어 넣었다’는 9월 11일부터 10월 2일까지 아리안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피앤피뉴스 / 서광석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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