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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국사편찬위원회 |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하얼빈역 총성과 함께 역사를 바꾼 안중근 의사와 그의 동지들의 생생한 얼굴이 116년 만에 디지털 복원돼 세상에 다시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허동현)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6주년을 맞아 그동안 비공개로 보관해온 ‘안중근 유리건판 사진자료’를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로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유리건판 사진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 직후 러시아 및 일본 당국이 촬영한 원본 사진을 조선총독부가 복제해 보관한 것으로, 필름보다 해상도가 높고 내구성이 뛰어난 기록 매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70년대 「한국독립운동사 자료」 제6권에 일부 이미지를 수록한 바 있으나, 당시 인쇄본의 낮은 화질과 한정된 접근성으로 원본을 직접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개된 유리건판에는 체포 직후의 안중근 의사 사진 3장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 사진은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직후, 동청철도 헌병관리국 조사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박되지 않은 채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어진 두 장의 사진은 다음날인 27일, 일본 총영사관으로 신병이 인계된 뒤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포박된 상태에서도 굳은 결의가 담긴 눈빛이 선명히 남아 있으며, 일제는 이 사진을 복제해 국내 동지들을 색출하는 데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한매일신보』(1909.11.12)는 “눈썹이 많고 두 눈에 광채가 있으며 수색(愁色)을 띠었다”라며, 일본 통감부가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료에는 안중근의 의거를 함께 준비한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 동지들의 사진도 포함됐다.
이들은 하얼빈 의거 직후 러시아 관헌에게 체포돼 열흘간 조사를 받은 뒤 일본으로 인계되었으며, 사진은 10월 31일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박된 채에서도 결의에 찬 눈빛을 유지한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한 이번 공개에는 그동안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 탁공규, 그리고 일본의 회유에 흔들린 한인 이진옥의 사진도 포함됐다.
탁공규는 하얼빈 한인 사회의 동흥학교 교사로, 민족교육과 독립운동을 지원한 인물로 확인됐다. 반면 이진옥은 일제의 회유에 넘어가 안중근의 동지들을 진술한 인물로 기록되어, 의거 이후 하얼빈 한인사회의 복잡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로 남았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번 자료를 단순 공개에 그치지 않고, 사진별 촬영 시점·장소·인물 식별 정보와 해제(解題)를 함께 전자사료관에 게시해 역사적 맥락을 상세히 설명했다.
허동현 위원장은 “이번 공개를 통해 안중근 의사와 동지들의 뜻을 다시 새기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까지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향후 주한일본공사관기록 등 일제강점기 사료도 고화질 디지털 이미지로 리뉴얼해 국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복원된 유리건판 사진은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archive.history.go.kr)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다운로드할 수 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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