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운영한다더니 3개월 뒤 새 임차인”…권리금 소송, 임대인 패소 가능성 커진다

서광석 기자 / 2026-05-21 10:52:20
대법원 “거절 사유+1년6개월 실제 미사용” 모두 충족해야
‘직접 운영’ 내세운 뒤 양도·재임대하면 손해배상 가능
“점포 비운 뒤에도 임대인 행적 추적해야” 법조계 조언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겠다”며 신규 임차인 계약을 거절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임차인을 들이는 사례를 둘러싼 권리금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임대인의 거절 명분보다 이후 실제 운영 행태가 손해배상 책임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임대인이 ‘직접 운영’을 이유로 신규 계약을 거절하려면 일정 기간 실제로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21일 “대법원은 임대인이 ‘거절 시점에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유를 분명히 들어 거절했고 실제로도 그 기간 동안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유로 거절한 뒤 결과적으로 점포를 비워 두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하던 임차인 A씨가 신규 임차인 D씨를 직접 구해 권리금 1억원에 임대차 계약 체결을 추진했지만, 임대인 B씨가 “직접 운영하겠다”며 계약을 거절했다고 가정해보자. 이후 A씨는 권리금을 받지 못한 채 점포를 비웠지만, B씨가 불과 3개월 만에 다른 임차인을 받아 새 계약을 체결했다면 권리금 회수기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실제로 식당을 직접 운영했더라도 6개월 만에 점포 시설과 영업권을 사실상 권리금 형태로 양도해 다른 사람이 영업을 이어간 경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역시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 미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핵심 법적 근거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다. 이 조항은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 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당 사유 가운데 가장 자주 분쟁이 되는 조항이 바로 ‘임대인이 해당 상가를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다. 대법원은 이 조항 적용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2021년 11월 25일 선고 2019다285257 판결에 따르면 정당 사유 인정에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첫째, 임대인이 계약 종료 전 해당 사유를 명확히 들어 신규 임차인 계약을 거절해야 하고, 둘째 실제로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직접 운영하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곧바로 새 임차인을 들이거나 전대·양도 형태로 영업을 이어가게 했다면 임대인의 정당 사유 주장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거절 이후 행적 추적’이 분쟁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우선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 주선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임대인의 거절 사유와 시점을 문자·내용증명·녹취 등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

그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임대차 종료 이후 실제 점포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임차인 영업 여부와 사업자등록 변경, 임대인의 직접 영업 여부 등을 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 현장 사진, 인근 상인 진술서 등으로 정리해두는 방식이다.

권리금 감정 절차를 거쳐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다만 권리금 회수기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 안에 제기해야 하는 제척기간 제한이 있어 시점 관리도 중요하다.

최근 상가 공실 증가와 자영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권리금 분쟁 역시 복잡해지는 흐름이다. 특히 임대인이 ‘직접 운영’을 이유로 계약을 거절한 뒤 단기간 내 재임대하는 사례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면서 법원의 판단 기준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은 임대인이 ‘직접 운영’을 이유로 거절한 시점 이후 대응을 멈춰버린다는 점”이라며 “실제 분쟁에서는 그 뒤 1년 6개월 동안 점포가 어떻게 사용됐는지가 핵심이 되는 만큼, 임대인의 행적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자료를 남기는 것이 권리금 회수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피앤피뉴스 / 서광석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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