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의 통제와 헌법적 정당성 확보 방안”
| ▲최창호 변호사 |
긴급체포는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체포영장을 발급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상의 제도이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3항이 규정한 영장주의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처분이다. 따라서 법관의 사전 심사 없이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 사후에 엄격한 사법적 통제와 영장 청구 절차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2. 현실적 통제의 필요성
현행 형사사법 절차에서 긴급체포는 수사의 편의성이나 밀행성을 이유로 남용될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사전 영장주의가 무력화될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은 심각하게 침해되며 이는 곧 인권 유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체포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석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은 긴급체포가 본래의 '도망 및 증거인멸 방지'라는 목적을 넘어, 자백을 받아내거나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실질적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수호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3. 3년 미만 사건의 긴급체포 사례 빈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은 긴급체포의 요건으로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로 규정하여 중대범죄로 그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사안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지 않고 법정형의 장기가 3년 미만인 가벼운 범죄에 대해서까지 긴급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체포를 감행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예컨대 형법상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불과한 단순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 단순도박죄(형법 제246조 제1항), 점유이탈물횡령죄(형법 제360조 제1항) 등은 물론이고, 특별법인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중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아 법정형의 장기가 1년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경우(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 제2호·제3호 등), 혹은 2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등 사법 처리가 경미하게 끝날 것이 명백한 사건에서마저 영장 없는 체포가 변칙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는 법률이 정한 범죄의 중대성 요건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실무 관행이라는 명목하에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초법적 권한 행사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4. 민주당 법안의 문제점
가. 최근 입법부에서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때 사후에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한 현행 제도를 '검사에 대한 단순 통보'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骨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피의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 측면에서 심각한 퇴행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로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닌다(의안번호 19564호, 19875호: “승인을 얻어야”를 “통보하여야”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나. 사법적 통제 무력화로 인한 기본권 침해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의 중대한 예외인 만큼, 체포 직후 인권 옹호 기관인 검사의 엄격한 사법적 심사와 승낙을 거치도록 하여 오남용을 막는 것이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 안전장치이다. 이를 단순 통보로 격하하는 것은 실질적인 사법 통제 기능을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사법경찰관의 자의적인 인신구속 권한을 비대화시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을 대폭 증가시킨다.
다. 헌법상 영장주의 및 검사의 통제 권능 위배
우리 헌법은 영장의 신청 주체를 검사로 명시함으로써 수사 단계에서의 강제처분을 검사의 사법적 지휘하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장 없이 행해지는 긴급체포에 대해 검사의 사전·사후 통제권을 박탈하고 사후 보고 절차로만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검사에게 부여한 강제수사 통제 의무를 형해화하고 형사소송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을 낳는다.
라.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 불능
사법경찰관의 긴급체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부당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검사의 사후 승낙 절차가 없다면 이를 수사 단계에서 즉각적으로 시정하고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는 강제적 수단이 미비해진다. 결국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행사를 방치함으로써 영장 없는 인신구속의 장기화나 남용 관행을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마. 불법 체포·무단 석방 시 기록 인멸 및 인권 침해의 극대화
현행 제도하에서는 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를 집행하면 예외 없이 검사의 사후 승낙 시스템에 연동되어 사법적 강제력 행사의 전 과정이 공식 기록으로 편철된다. 그러나 이를 단순 통보 체제로 바꿀 경우, 만에 하나 사법경찰관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체포를 감행한 후 외부의 감시 없이 임의로 피의자를 석방하고 아무런 행정적·사법적 근거를 남기지 아니하는 심각한 밀행적 권한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영장 없는 체포의 사실 자체가 사법사전 및 사후 감시에서 증발해 버린다면, 피의자는 강제 구금 기간 동안 입은 물리적·정신적 피해와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법적 구제를 신청하거나 항변할 길조차 원천 차단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 결어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상 수사의 실효성을 위해 불가피한 제도이지만, 헌법적 가치인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단순폭행이나 경미한 도로교통법 위반 등 3년 미만 사건에 대한 남용 관행은 엄격한 내부 통제와 사법 감시를 통해 척결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시정하기 위한 입법적 대안이 사법경찰관의 인신구속 권한을 비대화하고 검사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검사의 사후 승낙을 단순 통보로 격하하는 개정안은 기록되지 않는 무단 석방과 같은 치명적인 인권 침해 사각지대를 형성하여 국민의 인권을 두텁게 보호해야 할 헌법적 책무에 반하므로 재고되어야 하며, 향후 제도 개선은 영장주의의 예외적 통제를 엄격히 유지하는 균형 잡힌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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