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증언거부와 형사소송법 제314조
이윤선
(gosiweek@gmail.com | 2020-01-21 10:00:00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증언거부와 형사소송법 제314조
-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甲은 乙으로부터 64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乙에게 필로폰 약 41.5g을 교부하여 필로폰을 매매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乙은 甲이 피고인인 공판의 제1심 제5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였으나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乙은 선서 및 증언거부의 사유로 현재 자신의 관련사건이 항소심 계속 중에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乙은 위 사건의 제1심 제7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제1심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甲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다.
검사는 항소심에서 다시 乙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乙은 위 사건의 항소심 제2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선서를 거부한다”라고 진술하며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증인(사안의 乙)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만약 증인의 법정에서의 증언거부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해당한다면, 乙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원심(항소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하여, 乙의 제1심에서의 각 증언거부는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고, 乙의 제1심에서의 증언거부는 자신의 관련사건이 확정된 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른 증언거부권은 인정되지 않으며, 형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면 증언을 거부하는 자는 거부사유를 소명하여야 하는데 乙은 “선서를 거부하기로 판단하였다”라고만 하였으므로 乙의 증언거부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바, 결국 이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가 작성한 乙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검사는 상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3. 판례 해설
수사기관 작성의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나 참고인의 진술서 등은 형사소송법 제312조와 제313조에 따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규정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원진술자가 공판정에 나와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야 하는 등의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형사소송법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제314조에서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할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는 보충규정을 두어 증거능력이 제312조와 제313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문서류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증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도 ‘기타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종래 판례는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9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증언거부가 정당한 경우 검찰이 제출한 조서 등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하고서도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면 그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검찰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정당한 사유를 불문하고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대상판결로 인해 피고인은 방어권을 두텁게 보장받을 수 있게 된 반면, 검찰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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