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혼인파탄 후 제3자와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이선용

gosiweek@gmail.com | 2020-01-07 13:23:00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혼인파탄 후 제3자와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원고와 甲은 1992. 10. 19.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서 생활하다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다. 甲은 원고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2004. 2.경 가출하여, 이때부터 별거가 시작되었고, 원고는 그 후 甲을 설득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甲을 비난하면서 지내왔다. 결국 甲은 2008. 4. 29. 원고를 상대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8. 9. 26. 이혼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고 2008. 11. 26. 甲을 상대로 이혼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항소심에서 2010. 6. 18.‘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甲과 원고는 이혼하고, 본소 및 반소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2010. 9. 30.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는 2006년 봄경 등산모임에서 甲을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위 이혼소송이 항소심에 계속 중이던 2009. 1. 29. 밤에 甲의 집에서 甲과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가지다가 당시 밖에 있던 원고가 출입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두었다(이하 이러한 신체적 접촉 행위를 ‘이 사건 성적 행위’라 한다).
 
이 사안에서는 혼인파탄 후 부부 일방이 제3자와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하여, 피고는 이미 원고와 甲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된 후에 甲을 만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성적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甲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피고가 甲이 원고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 사건 성적 행위를 하였으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피고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성적 행위에 앞서 이미 원고와 甲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되었고 甲이 제기한이혼소송의 제1심에서 이혼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한 상태였다면, 원고와 甲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었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성적 행위 당시 제1심 이혼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성적 행위가 원고와 甲 사이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원고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성적 행위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가 甲이 원고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들어 이 사건 성적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부공동생활에 따른 성적 성실의무에 관한 법리 및 부부공동생활이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의 부부의 일방과 제3자의 성적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판례 해설 
대법원은 부부는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의무를 부담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였으나, 대상판결이 이혼사유에 관한 종전 판례의 기본입장인 유책주의(부부의 일방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다른 일방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파탄주의(책임과 관계없이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로 그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 즉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별개의견은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법률혼주의와 일부일처제도의 입장에서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부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이혼의사를 전달받았거나, 그의 재판상 이혼청구가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라 이혼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혼인관계의 해소를 앞두고 있는 경우”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형식적으로 판단하였다.
 
간통죄와의 관계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간통죄에 의한 형사적인 처벌과 제3자의 부부의 일방과의 성적 행위로 인한 민사적인 불법행위책임은 그 제도의 입법 목적과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항상 동일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하였다. 간통죄로 형사처벌을 하면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게 되면 법체계상 모순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바, 결국 다수의견의 결론은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고, 실제로 이 판결 이후인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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