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준 변호사의 사건기록] 상속재산분할청구사건의 특징에 대하여
이선용
gosiweek@gmail.com | 2019-11-12 10:17:00
▲ 최낙준 변호사(백준법률사무소)
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최낙준 변호사입니다. 근래 지인들이 궁금하다며 자주 물어보는 법률문제 중 하나가 상속재산분할입니다. 적지 않은 상속인들 역시 상속재산분할에 대해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이번 사건노트에서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상속재산분할대상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 등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 사실관계
대략적인 사실관계는 살펴보면, 고령의 피상속인에게는 두 아들(한국에 살고 있는 장남, 미국에 살고 있는 차남)이 있었습니다. 장남은 한국에 살면서 피상속인을 보살피는 동시에 피상속인의 부동산 등 재산을 관리했고, 차남은 미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피상속인을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피상속인은 사망했고, 사망 당시 본인 명의의 상가와 아파트 등 여러 부동산, 예금 등 금융자산, 보석류 등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상속 개시 이후에도 위 부동산 임차를 통한 월세 등 수입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남과 차남은 상속재산의 분할을 놓고 다툼이 심해졌고, 차남이 장남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한 사건으로서 필자의 사무실은 장남을 대리하였습니다.
3. 관련 법률 내용
가.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공유하게 되고, 이러한 상속재산을 언제든지 협의로 분할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06조, 1013조 제1항). 하지만 상속재산 분할방법에 관하여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상속재산분할청구’입니다(제1013조 제2항, 제269조).
가사소송법은 상속재산분할심판사건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가정법원을 관할법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동법 제46조). 이러한 성질로 인해 가정법원은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다투어지는 재산문제라 하더라도 민사절차에서 다투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하면 상속재산 분할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실무입니다.
나.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상속재산이 무엇인지를 확정한 후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입니다. 가정법원은 우선 가정상속재산(상속재산 + 상속인에 대한 생전증여 - 기여분)을 파악하고, 위 가정상속재산에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을 곱한 법정상속분액(가정상속재산 × 법정상속분)을 통해 구체적 상속분(법정상속분 - 특별수익 + 기여분)을 정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심판절차에서 상속재산의 범위, 상속인에게 특별수익이 있는지 등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게 됩니다. 특히 민법(제1008조의 2)은 공동상속인 가운데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를 한 자에게 기여분 만큼 구체적 상속분을 증액시켜 주기 때문에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범위는 중요한 쟁점이라 할 것입니다.
다. 기여분청구는 다른 공동상속인으로부터 상속재산의 분할청구가 있거나 상속개시 후 피인자 등의 상속재산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청구가 있는 경우에 할 수 있고(민법 제1008조의 2 제4항), 상속재산분할청구와 마찬가지로 마류 가사비송사건입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즉, 기여자의 기여분청구가 있어야만 가정법원은 기여분을 고려할 수 있을 뿐입니다. 기여자는 상속재산분할청구사건과는 별개로 가정법원에 기여분결정을 청구해야 합니다. 다만, 기여분결정 청구사건과 상속재산분할청구사건은 서로 밀접하기 때문에 가정법원은 상속재산분할청구사건과 기여분결정사건을 병합하여 심리, 재판하고 있습니다(가사소송규칙 제112조 제2항).
4. 이 사건 경과와 관련판례
가. 이 사건은 상속재산인 부동산과 관련하여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할 임대보증금이 상속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졌습니다.
구체적 상속분 산정 방법과 관련하여 상속재산에 소극재산(상속인이 부담하는 상속채무)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에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의 구체적인 상속분의 산정을 위하여는,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재산의 가액에 생전 증여의 가액을 가산한 후, 이 가액에 각 공동상속인별로 법정상속분율을 곱하여 산출된 상속분의 가액으로부터 특별수익자의 수증재산인 증여 또는 유증의 가액을 공제하는 계산방법에 의하여 할 것이고, 여기서 이러한 계산의 기초가 되는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재산의 가액은 상속재산 가운데 적극재산의 전액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16571 판결 참조). 즉, 상속재산 평가에 있어서 소극재산을 제외한 적극재산만을 상속재산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보증금 반환채무는 ‘소극재산’이면서 ‘불가분채무’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속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형식적으로 타당한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 법원은 상속재산인 부동산은 현물분할 대상임을 전제로 “당사자들이 현물분할을 원하고 있고, 현물분할에 있어 위 임대보증금을 그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상속인들이나 임차인들에게 간명한 해결방법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임대보증금 역시 상속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하면서 임대보증금 반환채무를 상속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 처리하였습니다.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할 것입니다.
나. 청구인측은 이 사건 상대방이 상속개시 이후에도 상속부동산 임대를 통해 월차임, 이자수입을 계속 얻고 있으므로, 이 부분은 상속재산분할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리(상대방)측은 상속재산의 취득세·상속세 등을 상속비용으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상속개시 이후에 상속재산에 관하여 발생하는 월차임 수입 및 이자수입은 상속재산의 과실에 불과한 것으로서, 별도의 민사상 절차를 통하여 분할함이 적당하다.”, “상속인들 중 일부가 고유재산으로 상속세 중 일부를 납부하고 다른 상속인에 대하여 그 분담을 구하는 것은 상속재산분할절차를 통하여 각자의 상속분을 확정지은 후 민사소송에서 정산을 구하는 것이 적합하다.”라고 하여 상속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다. 또한 우리(상대방)측은 피상속인을 10년 이상 보살폈으므로 이러한 사실이 특별기여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기여의 특별성을 중시하는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특별기여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1008조의2가 정한 기여분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인바,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5. 자 2012스156,157 결정).
법원은 이 사건 기여를 특별기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친족 간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서는 특별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상대방이 피상속인과 함께 거주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피상속인을 책임지지도 않았음을 이유로 특별기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여의 특별성을 강조해온 기존 판례 입장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5. 마무리하며
가. 법원은 이 사건에서 양 당사자의 의견에 따라 상속부동산을 현물분할하였고, 해당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각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분할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분쟁의 종국적 해결에 적합한 결정이었다고 보입니다.
나. 상속재산분할심판사건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가지고 있었던 재산, 상속인에 대한 사전증여 여부, 특별수익 및 기여분의 유무 및 정도 등을 통해 상속재산(간주상속재산)을 계산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중요할 수 밖에 없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관계가 서로 달라 양 당사자측의 감정이 고조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가사비송사건의 경우 가족간 다툼이고, 조정(합의)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정에서 상대방측을 만나면 ‘예의 바르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