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수기] 서양화와 미술사학 전공자의 변호사시험 합격기 - 충북대 법전원 OOO

| 2019-05-09 13:11:00

 
 

안녕하세요. 이번에 저는 제8회 변호사시험을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또 객관식을 잘하는 편이어서 채점 후 합격자 발표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실무수습에 취업에 쫓기게 되어 후배들에게 자기 얘기를 할 여유가 많이 없는 편인데,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면 누군가 이 글을 타고 들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저는 서양화와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법과목이라고는 이름부터 교양과목 냄새가 풀풀 풍기는 법학개론, 시민생활과법, 죄와 벌을  수강한 것이 전부인 이른바 순살비법입니다. 게다가 저는 미술을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 대학교까지 전공해서 보통 학생과는 다르게 공부만을 진득하게 해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물론 미술을 했다 해서 공부를 안 했던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는 대입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잖아요.

 

저는 실기가 중요 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부를 덜 했습니다. 그래서 로스쿨 가서 책상에 이렇게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것에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저보다 더 뛰어난 학습지식과 습관을 갖고 계시다는 것이고, 그러므로 저보다 더 높은 성취를 이루어 내실 자질을 갖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는 학생이 많아 일찍부터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편인데, 저는 3학년 즈음에 변호사라는 진로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토익과 학점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학점은 만회할 기회가 적었고, 그나마 올릴 수 있는 토익과 리트점수로 지방 소재 모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학점관리를 하면서 재미있으면서도 학점을 잘 딸 수 있는 과목을 골라서 수강하였는데, 그러면서 제가 암기와 선다형 객관식 문제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로스쿨에 입학해서도 선택형을 주력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보통 지방 소재 로스쿨에 다니면 학교 수업이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수업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느껴지더라도 학교에서 개설된 변호사시험 과목 위주로 수강하였고, 시험 기간에는 학점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인강을 듣고 혼자 공부해서 합격한 동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수강하며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험생활이 나태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활은 고등학생 때와 달리 공부를 자기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어색하고 긴장이 풀어지기 쉬운데,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어쨌든 일어나서 학교는 와야 하니  못해도 게을러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많은 사람들이 지방 소재 로스쿨에 입학하여 좌절과 패배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수를 하지 않는 이상 그건 바뀌지 않는 사실이고 이미 지방 소재 로스쿨에 입학한 이상 더 이상 마이너스 거리를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점은 검찰이나 로클럭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높은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경감특채나 기타 진로를 생각할 때 학점이 걸림돌이 되면 엄청 후회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1, 2학년 때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2학년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변호사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선택형 기출문제집을 풀었습니다. 학교 중간 기말시험을 대비하며 진도체크용으로 저 혼자 조금씩 푼 것도 있지만 그 양이 얼마 안되었고, 사실 그때는 알고 푼 문제가 거의 없어서 비가 우수수 내렸거든요.

 

그래서 처음 선택형 문제집을 푼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런데 2학년 말이 되어서 다시 풀어도 다 틀리더라고요. 이때쯤이면 기본서파 vs 핸드북파가 나뉘는데 저는 기본서 회독수를 늘릴 자신이 없어 핸드북으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형 대비도 할 수 있는 핸드북이 없을까 엄청 찾아 헤맸고, 그래서 선택한 교재가 문태환 조문 판례 헌법 핸드북이고, cpa용 오수철 상법전이었습니다.

 

나머지 핸드북은 정선균 핸드북, 윤동환 핸드북 등 무난한 것을 봤기 때문에 기타 과목은 기출문제집을 푸는 것으로 선택형을 대비하였습니다. 특히 상법은 조문 문제가 나오면 거의 모든 수험생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객관식 고득점을 위해서는 조문집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헌법 역시도 대부분 수험생이 그렇든 민사나 형사에 비해 공부 비중이 낮아 공부가 된 상태가 아니어서 헌재 판례의 결론을 반복하여  익혀야겠다고 생각하고 선택형에 나올만한 헌재 판례의 결론을 간단한 이유와 함께 한 줄씩 실어놓은 문태환  핸드북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못해도 저처럼 2학년 말에 선택형을 풀어야 3학년 때 마음이 쫓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변호사시험 기출이 많이 쌓여서 기출문제집이 문제편과 해설편이 분리되어서 출간되는데 이거 다 풀지도 못하고 변시 시험장 들어갑니다. 일찍 선택형을 시작한 저도 모의고사 기출은 최근 3개 년치만 풀어보고 그 이전 것은 손도 못 댔습니다. 그것도 양이 많아서 10월 즈음에는 이때까지 푼 선택형 문제 중 이건 정말 또 풀어도 틀릴 문제다 싶은 문제만 뽑아서 타이핑해서 변시까지 그것만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험 한달 전에는 스터디를 짜 시간을 재고 변시 기출 선택형을 푸는 스터디를 진행하여 변시 기출도 겨우 다 풀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례는 제가 졸업한 로스쿨이 커리큘럼이 좋지 않아 3학년 때 친한 사람들과 스터디를 짜서 대비하였습니다. 시험에 가까워질수록 사례나 기록은 시간을 맞춰 대강의 쟁점은 다 뽑아낼 수 있도록 반복적 연습을 통해 시험의 낯섦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저희 학교는 3학년 1학기에 기록 연습과목이 다 개설되고, 2학기에는 연습과목은 행정법과 형사법 연습과목 정도나 밖에 들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모여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시간 재고 사례를 연습하면서 사례는 감을 놓지 않으려고 하였고, 행정법사례연습과 형사사례연습 과목을 수강하여 교수님의 첨삭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했습니다. 

 

기록은 어영부영 로클럭 준비를 하며  형재실과 민재실, 형사기록연습과 민사기록연습 과목을 수강하여 형사와 민사 기록형을 대비하였습니다. 공기록은 학교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습니다. 공기록은 학교 수업은 학점도 잘 나오고 모의고사도 괜찮게 결과가 나와 변시도 점수가 잘 나올 것이라고 긴장을 놓았었는데  점수가 별로인 것을 보면 역시 인과응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치러 가기 전에 교수님이 변시 채점시 형식적 기재사항에 배점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변시 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공기록의 관할을 틀린 것, 최종소제기 일을 틀린 것 딱 두 가지였는데도 점수가 이런 것을 보니 교수님 말씀을 흘려듣지 말걸 그랬습니다. 형기록은 변시 때 역대급으로 망했다 싶을 정도로 잘 쓰지 못했고, 민사는 만족스럽게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기대와 다르게 형기록이 잘 나왔고 민기록이 성에 차지 않는 것을 보니 변시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선택과목은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재학 중인 학교에서 출제위원급인 교수님이 계신 과목을 하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희 학교는 경제법 교수님이 잘 가르쳐주시며, 커리큘럼도 좋았습니다. 저는 괜히 학교에서 잘 대비되지 않는  환경법 선택해서 혼자 준비하느라 마음만 불안했었습니다.

 

게다가 선택법 과목 시험볼 때 답안지를 나름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환경법은 반타작하는 수준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물론 다수가 선택하는 국제거래법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국거는 양이 적으니 배점 포인트를 다 적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학교 특강 자료나 비기 같은 것을 잘 구해서 보시면 괜찮을 듯 합니다. 선택과목은 모두 시간 투자를 못하는 과목이니 여기에 좀 투자해 평균보다 10점 이상만 받아도 그게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로스쿨생 사이 선택형이 중요하나 사례 기록이 중요하나 논쟁이 자주 벌어집니다. 다만 선택형을 잘하면 변시 발표까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습니다. 좋은 실무수습 자리는 변시발표 전에 보통 마감되는데, 선택형이 낮으면 혹시나 모를  불합격 걱정 때문에 실무수습을 지원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변시 성적을 받아보면 사례 기록은  의외의 과목이 잘 나오거나 잘 안 나와서 느낌이나 예상을 벗어나기도 하는데 선택형은 맞은 개수가 딱 정해져 있어 많은 수험생들이 객으로 대강의 합격 여부를 판별합니다.

 

선택형을 잘하면 좋은 이점은 딱 이 정도 인 것 같고 무엇보다 변시 합격에 더 중요한 요소는 실력이며, 실력이 있으면 둘 다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학년 4월에 선택형으로 치러지는 지거국 로스쿨 모의고사에서 110개 이상을 맞아 그때부터 마음을 편하게 갖고 공부해서 로스쿨 3년 동안 3학년이 제일 여유로웠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 열심히 할 걸 후회도 됩니다.

 

변호사시험의 사례 기록 점수는  표준점수로 계산이 됩니다. 따라서 시험이 쉬우면 사례 기록의 편차가 작고, 어려우면 편차가 커지게 보정이 되어 나갑니다. 표준점수의 개념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변호사시험은 응시자 중 절반 안에 들면 합격하는 시험입니다. 당연히 표준점수로 변환하면 응시자 평균인 50점보다 높게 선택형과 사례 기록을 맞으면 됩니다.

 

그런데 어제 어떤 기사를 보니 어떤 로스쿨 비인가 법대 교수님들 집단 이 50점 조금 넘는 점수를 받아놓고 변호사 자격증을 갖는 것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준점수의 개념을 몰라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건 교수로서 부끄러울 일이고, 알면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교수가 그러면 안 될 일입니다. 사법시험이 치러지던 시대에도 합격자 원점수는 높지 않았답니다.

 

행정법에 대거 과락이 나왔던 사태도 일어났었지요. 그리고 변호사시험은 응시자 풀이 다릅니다. 로스쿨 입학으로 한번 걸러지고, 유급 졸시로 한번 걸러진 집단이 치르는 시험이니 50% 정도의 합격률도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로스쿨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부분을 지적하고 그것을 수정해나가는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지 이미 문제가 있다는 시대적 공감을 통해 폐지된 사법시험이 로스쿨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시는 것에 절대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친구 이런 부분은 참 독하네 싶었던 동기는 다 붙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공부 방향을 잘 정하고 열심히 하면 붙는 시험이 변호사시험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똑똑하고 영리하게 열심히 하시면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두시리라 생각합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니 이게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무수습도 하고 취업도 해야하고 그리고 장기적으로 내가 어떤 법조인이 될 것인지 탐구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자격증이 평생을 보장해주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아직은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어렴풋이 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향해 열심히 달리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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