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에 대한 반박문_전남대 로스쿨 제7기 양필구

이선용

gosiweek@gmail.com | 2019-04-18 11:57:00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제7기 양필구 


얼마 전 한 언론에서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관련기사 -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152196)이라는 글이 기고되었다. 위 글은 로스쿨 제도의 문제를 호도하고 있으며, 문제의 원인을 학생들에게 돌리는 내용들이 다수 있다. 이에 반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1. 학교와 학원은 엄연히 다른 목적을 가진 교육기관이다.
 
교수들은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해 가고 교수들도 학원강사가 되어간다는 주장을 한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법학이론이나 실무를 가르치려 해도 학생들의 호응이 없어서 절망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교수는 시험에 나올 만한 것들만 강의한다더라"며 비아냥거린다. 변호사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부분을 잘 가르쳐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것 같다.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준비도 별로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고, 법학이론이나 판례, 혹은 실무내용을 너무 장황하게 설명하여 시간이 아깝다고 한다.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본문 중
 
위 글에서는 교수님들이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어간다는 한탄’을 하고 있으며, 그러한 교수들이 ‘학원강사들 보다 더 변호사시험에 적합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질책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학원강의에 전념하는 모습을 ‘안타깝다’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 원인을 교수들의 강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에라는 뉘앙스로 글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문대학원과 학원이라는 교육기관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였기 때문에 나온 판단이다. 학원은 기술적 지식을 유상으로 전수하는 사설교육기관으로서 시험에서의 고득점만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반면 전문대학원은 직업훈련을 하는 곳으로서 ‘실제 필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무적 지식’과 그러한 지식을 사용하는 이의 인성 및 교양의 함양을 목표로 해야 하는 종합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어간다는 한탄은 실무적 지식과 법조인으로서의 교양을 갖추는 교육이 아닌, 폭락하는 변호사시험에서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기술적 지식만을 가르쳐야 하는 것에 대한 자조인 것이다.
 
2. 전문대학원과 학원의 교육은 경쟁대상이 아니라 결이 다른 교육기관이다
 
이것이 정말 절망스럽다. 인기가 많은 학원강사는 변호사시험 출제경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최적화된 교육을 시키고 있을 것이다. 변호사시험을 모두 출제하고 채점까지 하는 로스쿨 교수들도 학원강사들과 같은 강의준비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뛰어넘어야 하지 않을까. 변호사시험도 어차피 실력평가를 객관화하여야 하는 한계는 있는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변호사시험 내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지 학원강사와 비교되는 현실을 자조하면서 언제까지 학생들의 바램을 외면할 것인가.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본문 중

특히 전문대학원은 ‘전문대학원만이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위 글은 간과하고 있다. 의대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에 사교육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 교육기관만이 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험’이라는 20세기적 통과의례가 아닌, ‘교육’을 성실하게 이수하였는지를 자율적으로 평가하는 21세기적 교육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교육은 학원교육을 뛰어넘는 그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의 교육과 학원의 교육은 결이 아예 달라야 하는 것이다. 로스쿨이 고시학원화 되어간다는 한탄은,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 로스쿨의 교육방향성에 대한 자조인 것이다. 이것은 법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요, 그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염려인 것이다.

3. 변호사는 많은 직종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또한 ‘최고’는 난이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전문직인 변호사자격을 기초적인 법률소양만 있다고 쉽게 줄 수 있을까.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본문 중

위 글에는 ‘최고의 전문직’인 변호사 자격증을 쉽게 줄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학생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님들은 변호사 자격증을 쉽게 얻게 하고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격시험화의 주장은 노력의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의 방향성을 바로잡고자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스쿨의 도입은 사법시험과 연수원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다양성의 부재를 극복하고, 다양한 전공의 인재를 실무형 법조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이 목적을 블랙홀처럼 흡수하여 기존 사법시험때와 다르지 않은 인력들이 양성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극복을 위하여 위 주장을 하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가 ‘최고의 전문직’이라고 서술한 부분에도 동의할 수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며, 변호사 역시 무수히 많은 직업 중에서 동등한 하나의 직업이다. 단지 변호사는 사람의 ‘사회적 생명’이라는 중차대한 것을 다루는 직종이기에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을 다룬다고 하여 그것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어려운 시험에 통과했다는 것이 최고라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4.로스쿨의 학사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의 결여이다.
 
원래 로스쿨에서 엄정한 학사관리를 조건으로 로스쿨 입학 정원 대비 75%를 합격시키기로 하였으나 이와 같은 조건이 별로 지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최근 1,600명씩 합격되어 어느새 정원 대비 80%의 합격이 계속 되고 있다.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본문 중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지 않는 이유로 ‘엄정한 학사관리’가 안 되어서라고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의대 및 의전원의 시험이 자격시험인 이유는 이들의 학사관리가 엄정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상태의 진술에 불과하다.

2012년 9월 30일 발표된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유급 또는 휴학 경험 정도와 관련요인’ - https://www.e-sciencecentral.org/articles/pubreader/SC000003834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위 연구에 따르면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146명과 2학년 119명, 총 265명 중 휴학 및 유급을 경험한 학생은 46명으로 그 비율은 17.4%이다. 이들을 각 학년별로 나누면 약 8.7%이다. 이런 이들 중 학업성취도에 의한 유급 및 휴학은 37.5%에 불과하다. 결국 의대 및 의전원에서 한 학년에 학업으로 인하여 유급 및 휴학을 하는 학생의 비율은 3.26%에 불과하다.
 
그러나 로스쿨의 경우 매해 1/4, 즉 25%에 달하는 학생들이 유급 휴학 및 졸업시험으로 걸러지고 있다. 로스쿨의 학사엄정화가 의전원에 8배를 넘어서는데 학사엄정화를 언급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지 않다. 또한 의대 및 의전원의 유급 및 휴학률이 3.26%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의심을 받지 않는 것은 그곳에서만 가능한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지 사람을 많이 걸러내서가 아니다. 이는 로스쿨에서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로스쿨은 로스쿨에서만 가능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한다거나, 학생을 걸러내는데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대 및 의전원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5. 누적합격률은 허구의 개념에 불과하다.

불합격자들이 누적되면서 합격률이 계속 내려가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그래도 누적 합격률이 80%까지 보장된다. 초시 합격률이 높다보니 첫 시험에 불합격하면 큰 낭패지만 기회는 더 있으며, 법조인으로 진출한 선배들이 대부분 합격률 상향을 바라지 않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본문 중

누적합격률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법무부 법조인력과의 ‘발명품’으로서 일본에도 수출되고 있음은 이미 지난 4.5 심포지엄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이 지표가 변호사 수 통제에 악용되어 무수히 많은 학생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음이 심포지엄에서 처절하게 비판되었다. 전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저러한 지표를 사용하지 않음을 감안할 때, 저러한 지표를 사용하여 합격률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또한 법조인으로 진출한 선배들이 대부분 합격률 상승을 바라지 않는 것은 그들의 도덕성의 문제에 불과하다. 자격시험의 취지하에 변호사가 된 이들이 후배들의 고초를 외면하는 것은, 그들을 가르친 스승의 입장에서 질타를 해야 할 부분이지 옹호해야 할 부분이 아니다.

6. 학생들은 이미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다.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제발 3년이란 짧은 로스쿨 기간 동안에 한눈팔지 말고 최선을 다해 법학공부에 전념하길 바란다. 로스쿨에서 정상적인 법학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오로지 변호사시험 때문이라고 핑계되면서 너무나 많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난무한다. 곧 제8회 변호사시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 더 걱정이다.

‘로스쿨에서의 불편한 주장들’ 본문 중

위 글의 마지막은 ‘학생들이 3년동안 기본법 공부에 충실해야 한다는’ 훈계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최선을 다 하여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로스쿨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으러 학원으로 간다. 정원제 합격률의 현실하에, 남을 밟아야 내가 산다는 인식에 휩싸여, 잔인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이기지 못한 한 원우가 작년 법무부 앞에서 자살을 하였다. 또한 암이라는 지병에도 불구하고 오탈제도라는 극악무도한 제도 때문에 투병에 집중할 수 없었던 한 원우는 오탈되자마자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수면제를 공구하는 일은 이미 ‘로스쿨의 일상’이 되었다.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국 위 글은 사안에 대한 판단이 잘못된 ‘논점일탈’의 글에 불과하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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