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유출에 30억 배상 판결…법원 “영업비밀 침해, 단호히 제재”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5-11-11 10:00:07

법무법인 선린, 대양이엔아이 대리해 승소…“중소 제조기업 기술보호의 분기점” ▲(주) 대양이엔아이 로고 및 제작된 RTO 설비

 

 

 

 

 

 

중소 제조기업의 핵심기술을 빼돌려 경쟁 회사를 세운 전직 임직원들에게 법원이 30억 원의 손해배상 연대책임을 인정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이 같은 고액 배상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평택법무법인 선린이 대양이엔아이를 대리해 9년에 걸친 민형사 소송 끝에 승소한 사례다. 선린은 기술 유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내며, 중소기업 기술 보호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원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문현호)는 지난 10월 23일 대양이엔아이가 전직 임직원 5명과 이들이 설립한 이앤비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30억 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고들은 퇴사 전후로 RTO(축열식 산화 연소장치) 설비의 설계도면, 제어시스템, 원가산출 내역 등 수천 개의 영업비밀 파일을 무단으로 반출해 자신들이 세운 회사에서 동일 업종의 영업을 이어왔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동일한 목적 하에 영업비밀을 사용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만큼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출된 기술을 통해 시행착오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현저히 줄였고, 삭제된 파일이라도 핵심 정보가 기술에 혼합돼 잔존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액을 30억 원으로 산정했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선린은 2017년 피고들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혐의로 고소하였고, 검찰과의 긴밀한 협업 끝에 검찰은 피고들의 혐의를 인정하며 2019. 4.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선린은 같은 해 11월 피고들이 장래에 기업 자산을 빼돌리거나 처분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피고들 재산에 보전조치를 취하며 동시에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청구하게 된 것이다.

선린은 이 사건에서 영업비밀기술자료의 비공개성, 경제적 가치의 실재, 체계적인 비밀관리조치 등을 근거로 영업비밀성을 입증했다. 또한 유출로 인한 매출 감소와 거래처 이탈, 시장 점유율 하락 자료를 종합해 실질적인 손해 규모를 정량화하며 배상액 산정의 근거를 확보했다.

김상수 대표 변호사는 “중소기업에게 기술은 곧 생존 기반이다. 이번 판결은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핵심기술도 법적으로 강력히 보호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며 “영업비밀 침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범죄로, 침해가 의심될 경우 신속히 증거를 확보하고 법적 절차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모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고, 삭제된 파일이라도 기술적으로 혼합돼 남아 있다면 부당이익이 계속된다고 본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의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도 30억 원을 인정한 것은 법원이 침해행위의 고의성과 사회적 해악성을 중대하게 본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기업 중심의 기술보호 인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기술자산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판례로 평가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업비밀 관리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다면 중소기업도 실질적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김상수 평택변호사는 “기술 유출의 상당수가 내부에서 발생한다”며 “접근권한 통제, 비밀유지계약(NDA), 로그 기록 관리 등 보안체계를 미리 갖추는 것이 최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상수 변호사는 대한변협 지식재산권법·형사법 전문 변호사이다.

이번 판결은 중소기업이 내부 직원에 의해 핵심기술을 유출당했음에도 법원의 판단을 통해 실질적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평택법무법인 선린은 이번 승소를 계기로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방지, 기술유출 관련 사건 전담팀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기술권리 보호를 위한 전문적 법률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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