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18년 경기도 지방직 7급 일반행정 합격기록!

| 2019-04-04 15:36:00

 
 

안녕하세요. 저는 고노부 현직으로 경기도 7급에 합격한 이**입니다. 올해 34이고, 지금 고노부에서 일하는 게 첫 사회생활입니다. 그 전에는 알바해서 여행다니고 팽팽 놀았습니다. 7급 합격소식 전까지 저는 대왕 불효녀였어요.

 

- 어디 붙었어? 몇 점이야?

 

1. 18년 국가직 고용노동직렬 9급 / 8월부터 일하고 있음

국어 80

영어 90

한국사 70

행정법 95 (조정 후 70)

행정학 85 (조정 후 65) : 총점 375

 

2. 18년 경기도 지방직 일반행정직렬 7급

국어 85

영어 90

한국사 80

행정법 90

행정학 80

헌법 95

지방자치론 95: 총점 615

 

- 어디 떨어졌어?

시험을 본 게 국가9, 지방7 이렇게 2개뿐이라 떨어진 건 없습니다. 왕쫄보인 제게는 시험장 가는 거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라서 추가채용이네 서울시네 좋은 기회들을 다 버렸거든요. 바보 소리 많이 들었지요. 여러분은 모의고사 본다샘치고라도 시험을 다 보셨으면 좋겠네요.

 

- 얼마나 공부했어?

약 20개월 (17년3월 ~ 18년10월)

손에 수험서가 들려있던 기간만 쳐서요.

 

- 학원 다녔어?

네. 하지만 대부분의 과목을 인강으로 공부했어요.

17년 3월 공단기 자물쇠 종합반에서 준비를 시작했고, 18년 6월까지 계속 자물쇠반에 있었습니다. 자물쇠반에는 공통3과목 실강이 제공되지만, 저는 재현선생님의 국어만 실강으로 듣고,

다른 과목들은 제가 선택한 다른 강사분들의 인강을 들었습니다.

 

- 학원 다니는 거 추천해?

막막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제가 자물쇠반이 아니었으면 공시를 중간에 그만뒀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옆에 앞에 뒤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지가 있다는 건 제게 큰 힘이 됐었어요. 18년 7월 이후로는 독서실에 다니며 혼자 공부했는데~ 아 참 신세계데요. 엄청 조용하고 쾌적하고 왕 좋데요. 그치만 저는 곁에 같이 행군하는 공부 동지들이 우루루 있는 게 더 힘이 났던 것 같아요. 제가 엄청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완벽주의 기질도 있어서 옆에 사람 있으면 괜히 짜증나고 정말 오만개 다 신경쓰이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지의 힘은 무시할 수 없더라구요.

 

- 공부 조언 좀 해봐?

자신과 잘맞는 강사님을 공들여 고르세요. 잘 가르치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처럼 예민하신 분이라면 강사님의 말투나 버릇 등이 거슬리지 않는지도 눈여겨보셔야 해요. 예민한 성정을 무던하게 바꾸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런 건 인생을 걸고 해나가야 하는 인격성숙 비슷한거라 저는 주변을 바꾸는 걸 선택했어요. 안 보이는 것보다 보이는 거 바꾸는게 더 쉽잖아요. 강사님을 좋아할 수 없으면 그 과목은 괴로울 수밖에 없더라구요. 샘플강의도 5시간 이상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과목별로 강사님을 골랐다면 무조건 그 강사님들이 시키는대로 하세요.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세요. 그분들은 전문가입니다. 틀린 말씀 안 하십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만 안 하면 결국은 붙는 시험이 이 시험입니다. 만나본 합격생들도 아직까지는 모두 같은 의견이더라구요.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끝나요. 포기만 하지 마세요.

 

- 공부는 어떻게 했어?

제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말씀은 드리겠는데... 절대 절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제가 의도해서 이런 루트로 공부를 한 게 아니구요~ 예민하고 완벽주의에 깔끔떠는 제 자신을 달래고 달래면서 꾸역꾸역 공부를 시키다 보니까 이런 이상한 루트가 되어버린 거예요.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최고의 공부법은... 개고집 부리지 말고, 각 과목 강사님들의 조언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겁니다.

말이 과격해서 죄송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제 스스로 똥고집 부려서 시간낭비하고 힘만 뺐던 거 생각하면 제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딱해서... 이거 보시는 분들은 부디 저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포기만 안 하면 결국 붙는 시험이 이 시험이라지만, 하루하루 죽겠는데 당장 오늘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포기 안하는 게 어디 쉽나요. 그 괴로운 나날들을 가능한 짧게 줄여야 하잖아요. 그러니 잘 맞는 강사님 한 분 정해서 절대충성하세요. 그거뿐입니다.

 

일례로... 책에 필기 정리하는 데 힘쓰지 말고, 또 강의 들으면서 정지버튼 누르지 말라고 선생님들이 조언하시는데... 저는 딱 그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제 기본서 보면... 아주 그냥 예술이예요. 손가락 아프게 요약을 다 해놨어요;;; 1시간 강의 듣는데 길게는 5시간을 소요하기도 했고요. 아 진짜 미쳤었죠.... 제가 후회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래부터가 제 삽질 고백 겸 한탄이니까 쭉~ 넘기셔도 됩니다.

저는 17년 3, 4, 5, 6월은 국영만 하고, 그 후로 17년 7월에서 18년 3월까지 9개월동안 행정법, 행정학, 한국사를 각각 3달씩 했습니다. 기본서와 심화강의를 중심으로 했고, 기출문제는 강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저 혼자 풀었습니다.

 

행정법 한달 하다가 죽을 것 같으면 국사로 바꿨다가 또 죽을 것 같으면 행정학으로 갈아타고... 그렇게 진도가 아니라 제 기분따라 과목을 오갔습니다. 오락가락 왔다갔다 했더니 대략 1과목에 석달이 걸린 것 같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또한 그 9개월동안 국어 영어를 하루에 서너시간씩 계속 하려고 애썼습니다.

 

이 13개월동안 방황은 또 엄청나게 했습니다. 저는 딱히 본가라고 부를 곳이 없어서 노량진 고시원에 살았는데, 고시원의 후진 침대에서 등짝을 떼기가 싫은 날이 너무 많았어요. 머리감기 싫어서 학원 안가고, 늦잠자서 또 학원 안가고, 날이 더워서 밖에 나가기 싫어서 학원 안가고... 이유도 다양했지요. 침대에 누워서 다음과 네이버의 웹툰 중 반은 몽땅 섭렵했고요, 왕좌의 게임이나 워킹데드 같은 미드도 섭렵했고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어서 몸이 정확히 10킬로 불었습니다. 한달의 15일은 공부하고, 나머지 15일은 침대에 누워있고... 보던 웹툰 다 보면 새사람 되겠다고 결심하고, 이삼일 학원 잘 가다가 또 방황하고... 그래요, 저 의지 박약에 왕찌질이예요... 그러니까 지금 스스로 찌질한 방황자라고 생각하시는 후배님이 있으시다면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붙어서 와보니까 안 찌질하고 안 방황한 놈들 거의 없어요.

 

저는 주6일 공부하고 일요일에 쉬려고 계획은 세웠었는데... 지킨 적은 한 손에 꼽아요. 주4일 공부하고 주3일 놀고... 공부하는 날에는 10~15시간 몰빵으로 하고, 노는 날에는 잠을 적게 자고 웹툰이나 드라마를 봤어요. 여러분은 이러지 마세요. 늙어요.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여곡절끝에 겨우 1회독이 끝나고 나니 국가직 시험(18년 4월 7일)이 7일이 남았더군요. 100%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떨어질 시험이었으니 눈물나게 가기 싫었지만, 이미 몇달 전에 있었던 추가채용 시험도 1회독이 안됐음을 이유로 아예 치르지 않았었기에 이번 건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올림픽 정신으로 무장하고 시험의 참가 자체에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시험까지 일주일... 멀쩡한 공부는 당연히 글렀고... 저는 최소한 기본서에 중요하다고 표시된 왕별표들에 눈도장을 한번씩 찍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가 기본서의 별표를 운운하는 이유는 제가 수업 소화하는 게 너무 느려서 한 번 공들여서 기본서를 공부하고 나면 시간이 없어서 요약서용 강의를 새로 듣고 요약서를 제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예요. 그런 이유로 제 수험기간은 오로지 기본서들과 친구하며 지냈답니다. 이동기 선생님의 기적의 뭐시기 책이랑 문동균 선생님의 필기노트는 본 적 있어요. 요약서는 좋은 거예요. 저처럼 느리지만 않으시면 기본서 놓으시고 요약서랑 더 친해지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여튼 계획대로 별표를 눈에 바르는데... 대부분의 별표는 봐도 이해가 안되고 기억도 안나요... 별수 없어요, 그냥 넘겨요. 공부하는 거 아니니까요. 눈물이 앞을 가려요, 상관없어요. 눈앞에 있는 거 외울필요 없으니까요, 그냥 눈에 바르기만 하는 거니까요. 시간이 너무 쪼들려서 결국 100문제 모의고사는 단 한번도 못 풀어봤습니다. 제 책에는 별표가 오지게도 많아서 전철타고 시험장 가는 길에도, 시험 감독관이 책 넣으라고 할 때까지도 저는 계속 책 붙들고 있었어요. 시험지를 받고서도 모르는 게 태반이라 엄청나게 찍어댔지만 결국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었습니다. 어차피 떨어질 시험이니 모르는 게 나오면 고민없이 막 찍을 수 있었습니다. 마킹까지 깔끔하게 종료 2분전에 완료했지요. 그렇게 저는 그날 목표 달성을 다 했습니다. 별표에 눈도장을 다 찍었고, 도망 안가고 시험장에 갔었고, 시간 내에 마킹을 다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날 오후, 오답정리할 게 엄청 많을 거라 각오하고 새로 공부시작하는 마음으로 채점을 시작했는데... 점수가 이상한 겁니다. 시험 당일까지 포기 안하고 계속 눈에 바르면 이상하게 찍어도 다 맞는다더니 그 말이 정말 맞데요. 점수가 정말 이상했어요. 결국 저는 커트보다 훨씬 높은 점수로 합격을 해서, 8월 말에 경기도의 어느 고용센터에 발령이 났고, 지금도 이곳 관사에서 출퇴근하며, 재미지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끝났으면 편했겠는데, 아직 안 끝났습니다. 수험기간동안 생활비를 대주신 아버지의 바람과 제 문제풀이 속도가 느려서 선택과목으로 사회를 선택할 수 없었기에 너무너무 힘들게 울며겨자먹기로 공부했던 행정학과 행정법이 아까웠던 것과 행정학 수업도중 지방직7급이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한 어느 선생님의 뽐쁘질... 등의 이유로 저는 경기도7급에 도전합니다. 원래는 제가 초중고를 나온 전라북도에 가길 소망했지만, 면접에서 1:1로 붙인다고 해서 쫄았어요. 그래서 가장 많은 수를 뽑는 경기도로 지원했습니다.

 

국가직 끝나고 4월은 놀고, 5월은 면접준비하고, 6월부터 헌법, 지방자치론, 행정법 각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국가직과 다르게 제대로 준비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8월에 국가직에서 발령을 내버려서 연수원 갔다가 고용센터로 출근을 시작했습니다. 신규 공무원은 배워야 할 게 참 많더라구요. 그래도 눈치보이는 걸 무릅쓰고 칼퇴를 고수하며 계속 7급 준비를 합니다.

 

회사 다니면서 시험 준비하는 거 정말 싫어요. 평생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맨날 피곤하고 맨날 짜증나고 맨날 아파요. 목이랑 등에 파스를 안 붙인 날이 더 드물었구요. 출퇴근 전후로 하루에 5시간 정도 공부하면 많이 한건데요, 저는 막판 2~3달 정도만 했으니 망정이지, 애초에 일하시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정말 하늘이 내신 분들 같아요.

8월에 발령나고부터는 쉬는 날 없이 계속 공부했어요. 이때부터는 웹툰이고 뭐시고 없었어요. 평일에 출퇴근 하니까 웹툰을 보거나 휴일에 쉬면 그냥 시험 포기하는 거였어요. 고노부 연수원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책에 코를 박고 있었더니 보는 사람마다 이렇게 열공하는 사람은 처음봤다는 투로 비꼬기도 하고 응원도 해주고 그러더군요.

 

지방직7급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설렁설렁 공부하는 시험이라고 하더라구요. 시험이 너무 늦게 있으니까요.4월, 6월, 8월 시험을 줄줄이 거치면 사람인지라 진이 빠져서 더 공부하기가 버거워지는거죠. 제 친구는 제가 중간의 시험들을 몽땅 건너뛰고 경쟁자들이 헉헉대고 있는 8, 9월 마지막에 독하게 군 것이 합격 요인이라고 하데요.

 

그렇게 6월에서 9월까지 넉달동안, 헌법 3개월, 지자론과 각론으로 1달 정도 걸려서 7급 범위 1회독을 마치니 이번엔 시험이 13일 남았더군요. 슬프게도 또다시 전과목 모의고사와 멀쩡한 복습은 포기해야했습니다. 전과목 기본서의 별표만 또 눈도장을 찍기로 했어요. 눈도장 찍다가 눈앞이 흐려지면 제가 듣는 선생님들 요약강의를 귀에 꼿고 누워있었습니다. 강의로 공부하는 건 휘발성이 높다고들 하지요. 그래도 이렇게 막장까지 몰리면 별 수 없습니다. 능력이 닫는대로 요약강의를 귀로 훑거나 별표를 눈에 발랐어요. 제게는 연가가 4일 있었는데 시험 전에 몰아쓰고 계속 눈과 귀에 발라댔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시험 전날을 꼬박 새웠고 시험 감독관이 책 집어넣으라고 눈을 부라릴 때까지도 계속 책을 잡고 있었습니다. 국가직에서 한 짓을 똑같이 반복한 셈입니다. 시험 당일을 포함해서 너무 피곤하면 약국에서 약을 사먹었습니다. 약국마다 파는 약이 조금씩 다르지만 잠깨는 약, 힘나는 약 주세요 하면 주는 거 있더라구요. 1병에 만원이나 해서 부담스러웠지만... 시험 당일을 포함해서 10월에 한 일고여덟 병은 마셨던 것 같네요.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할만큼 했다는 자기위안은 줍니다.

 

마지막 두어달 억척을 떨기는 했지만... 해야할 공부를 충분히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간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방직 중에 가장 커트가 높다는 경기도에 지망한 저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리고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여겼고, 오로지 올림픽정신으로 정신줄을 붙잡고 시험을 치러냈습니다. 덕분에 국가직에서처럼 모르는 문제들을 아주 용감하게 막 찍어댈 수 있었습니다. 그런 문제가 1/4정도나 됐다는 게 슬펐지만요.

 

그래도 이미 9급공무원에 붙었으니 떨어질 것에 대한 절망감은 덜했지요. 그래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으로서 좀 허망하긴 하데요. 그리고 그날 오후, 쫄아서 채점 안 하겠다고 버티는 저 대신 제 베프가 채점을 해줬는데, 이번에도 점수는 또 이상했습니다. 엄살부린다고 친구한테 엄청 혼났지요. 너무 이상하게도 제 점수는 면접에서 미흡만 받지 않으면 붙을 점수더라구요. 면접도 별탈없이 지나서 그렇게 12월 10일에 경기도7급 최종합격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아직도 이상해요. 제가 어떻게 붙었을까요. 여러분을 놀리는 것도 비꼬아서 자랑하는 것도 절대로 아니에요. 마지막까지 계획대로 공부하는 걸 그만두지만 않으면 포기하고 들어간 시험장에서도 합격해서 나올 수 있다는 느림보이자 왕쫄보인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붙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힘내시고 끝까지 포기하시면 안 되는겁니다.

 

- 마지막 넋두리

아 진짜... 왕 싫었어요. 징글징글하게 길고긴 20개월이었습니다. 붙기만 하면 평생 공부 한 글자도 안 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었습니다. 저는 기억력이 형편없고, 이해하는 것도 정말 느리고, 공부 자체가 너무 괴로웠어요. 제가 느려서 사회를 선택과목으로 고를 수 없었고, 그래서 너무너무 괴롭게 행정법과 행정학을 공부했고, 그렇게 공부한 게 아까워서 붙잡고 있다가 얼레벌레 7급도 붙었어요. 그러니까 이 넋두리를 읽고계신 여러분, 기운내세요. 이런 저도 붙었답니다. 결국 힘든 거 다 끝나요. 지금 힘들다면 단것 좀 먹고 마음 추스르세요. 밥벌이로 직결되는 이런 공부가 또 어디 있나요.

 

저는 지금 고용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데 참 살만해요. 7급 연수원 들어갈 날 받아놔서 몇 주 후에 관두는 걸로 사직서 써 놨는데, 무지무지 그만두기 싫어요. 시험 끝나고 풀어지게 살다보니까 좀 권태로운 거 빼면 사는 데 고민이 없어요. 회사가면 밥 줘, 관사에 방 줘, 법규 잡고 어영부영하면 월급도 줘요. 퇴근길에 과장님 소장님 만나면 관사에서 밥은 챙겨먹냐며 반찬이랑 빵도 자꾸 사주시고, 옆자리의 상담사 선생님은 마냥 예뻐해주시고 간식도 챙겨주세요. 선배 공무원 분들은 수시로 해외여행 다니시고,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가 즐겁습니다. 여기서 고민이라곤 근로감독관으로 끌려가는 걸 어떻게 피할 것이냐 밖에 없지요. 휴가랑 유연근무 쓰는 것도 편하고... 정말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만한 직장은 찾기 힘들 것 같아요. 또 지자체 공무원으로 가면 전 세계의 자매 지자체로 주재원 생활을 할 기회도 왕왕 생긴데요.

 

오늘도 승모근에 파스 붙이고 열심히 한자랑 영어단어 외우고 계실 거기 후배님, 빨리 합격해서 오세요. 수험기간은 짧은 게 갑이에요. 연말이라고 싱숭생숭해 하지 마시고 열공하시기 바라요. 열공할수록 빨리 끝날테니까요. 그럴수록 빨리 꽃길이 시작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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