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개를 안전하게 피해야 할 의무? - 천주현 변호사
천주현
gosiweek@gmail.com | 2019-01-31 15:47:00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개를 안전하게 피하지 못한 것도 과실이 될까? 즉 개를 피하다 다친 행인이 안전하게 피하지 못한 점을 책망 당해 과실상계 당할 처지에 있을까? 놀랍게도 법원은 그렇다고 했다. 30%의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개에 놀라 넘어져 제1요추 추체 압박골절상을 당한 행인이 개 주인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8,900만 원 청구 중 인정된 돈의 일부금인 2,160만 원에 대해서만 승소 판결했다(2015가단5130680).
피해자는 애완견 2마리를 키우던 사람의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고, 대문이 열려 있었다. 열린 대문으로 갑자기 개 2마리가 뛰어나와 마구 짖는 바람에 원고는 넘어졌고 크게 다치고 말았다. 삼성화재는 임의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거나 합의 불발됐고, 원고는 개주인의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게 됐다.
그런데 재판부는 개주인에게 동물 점유자 책임을 인정하여 애완견들이 함부로 집 밖으로 나가 사람을 위협하지 않도록 할 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면서도, 행인인 원고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시했다. 애완견을 안전하게 피하지 못하고 스스로 넘어진 과실이 있고, 당시 상황을 볼 때 넘어지는 것이 불가피할 정도로 급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원고는 사고 당시 59세의 여성이었다.
과실상계는 채무불이행 책임(약정책임)이건 손해배상 책임(법정책임)이건 적용되는 법리이긴 하다. 그러나 피해자 내지 피해자 측 과실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광의나마 법규위반이 존재해야 한다. 이 사건의 원고는 행인으로, 국가가 지정한 도로를 걷고 있었을 뿐이고, 개주인의 집에 들어간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재판부가 함부로 국민의 거주이전의 기본권을 제한한 듯한 마구잡이식의 판결을 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행인은 타인의 집 대문 안에서 도로로 개가 뛰어나올 것까지 예견하며 주의를 기울여 서행할 의무가 없고, 또 뛰어나온 개가 짖을 때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을 의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넘어지는 순간까지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넘어질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의 이 사건 판결은 과실상계 법리를 함부로 적용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약하고, 개주인의 과실 일부를 면책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할 것이어서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한편 개주인이 개 2마리를 묶지 않고 대문을 열어둔 탓에 사람을 다치게 한 것은 범죄가 된다. 원고는 피해자로써 개주인을 상대로 과실치상 내지 중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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