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노사정(勞使政) 합의로 다수의 노동자는 "헬조선" - 김윤조 교수
| 2015-10-13 15:10:00
- 자유시장경제원리가 지배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삶의 질 저하(低下)
2015년 9월13일 노사정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대타협이 이루어졌다. 이 타협에 대한 각계의 반응의 서로 다르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으나, 노동계는 대체로 비판적이며, 야당도 비판적 견해이다. 특히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의 반대는 극렬하다고 할 수 있다.
노사정(勞使政)이 합의를 이룬 내용은 많으나,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이 노동시장활성화를 위한 해고(解雇), 특히 저성과자(低成果者)에 대한 해고 문제와 임금피크제 실시에 관한 내용이다.
저성과자(低成果者)를 포함한 해고 문제는 어떠한가?
노동시장 활성화라는 제목 하에 합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3-2(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 - 노사정은 인력운영 과정에서의 근로관행 개선을 위하여 노사 및 관련 전문가의 참여 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제도개선 시까지의 분쟁예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하여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
“3-4(경영상 고용조정 절차의 명확화) - 근로기준법에 경영상 해고의 회피노력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재고용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강구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일반해고 제한에 관한 내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규정을 장기적으로는 이를 구체화하여 법제화 한다는 것이며, 법제화가 되기 전까지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실시하겠다는 것이 일반해고에 관한 내용이다.
정부는 노동인력이 고령화하고 인건비 부담이 심해지는 현실에서 저성과자나 근무태도 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되, 합리적 기준과 명확한 절차를 갖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노사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로 오히려 ‘공정한 해고’를 유도하기 위한 좋은 의미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에서는 이를 ‘해고면허장’으로 간주하고, 노조의 존립 근거를 빼앗을 것이라며 악용(惡用)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공정한 해고”란 의미가 무엇인가? 정부는 "괜히 쫓아내는 게 아니라 저성과자에 한해 교육기회도 주고 '그래도 안 되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며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주는 식으로 가면 충분히 노동계가 받아들일 만하다고 본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동의하는 근로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잠시 보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성과에 대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평가기준이 자의적(恣意的)으로 행해진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필요하거나 저항이 없는 근로자만이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찍어내기와 같은 방법으로 눈에 가시인 근로자를 축출할 수 있는 여지는 물론 근로자의 생존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가?
다음으로 정년연장 연착륙 등을 위한 임금제도 개선이라는 항목 하에 합의된 내용으로 “3-2(임금·근로시간 피크제 확산) - 노사는 정년연장 안착 및 점진적 퇴직 준비와 청년 신규채용 확대를 위하여 사업장 여건에 맞추어 임금․근로시간․근로일수 등의 조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정년연장 및 임금ㆍ근로시간 피크제가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합직무 개발, 컨설팅, 장려금 지원 등을 강화한다.”
정부에서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청년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임금피크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잘 이해되고 있는 현실이다. 장점으로는 근로자의 계속고용, 기업의 인건비절약, 청년일자리 창출,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 감소로 사회보장비건전성확보 등이며, 단점으로 정리해고 수단, 충성도, 생산성 하락 등을 든다.
정부에서 일자리 나눔의 형태로 임금피크제가 청년들을 고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수단의 대부분이 정년 58세에서 60세 연장, 임금은 56세부터 10%정도로 감소된다. 그러면서 고용은 62-3세까지 연장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년고용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정년 후에도 일정하게 고용이 유지되는데 기업은 어떠한 방법으로 신규노동력을 늘일 수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다만, 노동시간을 나누는 방법으로 청년을 고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년을 늘리고 임금피크제로 하는 경우에는 신규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청년고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이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여 새로운 노동력을 필요로 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자본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규일자리를 늘리는 것에는 소극적이면서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결국 기존근로자를 해고하는 방법을 마치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이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여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면 결국은 그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림은 물론 생존권을 위협하는 결과가 될 것이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기업이 생산원가를 줄여 경쟁을 한다는 것 역시 기업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나 기업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여 진행해야만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헬조선”이라는 자포자기적인 사회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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