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버티다 무너졌다”…개인파산 신청자 79%가 50대 이상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5-07 14:38:47
의료비·생활비 부담 확대…“생계형 파산 흐름 강해져”
임차·무상거주 94%…“은퇴 이후 빈곤이 파산으로 연결”
개인파산 신청자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사업 실패나 과도한 투자, 소비 중심으로 인식되던 개인파산이 최근에는 생활비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고령층 중심의 ‘생계형 파산’ 양상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달 30일에 공개한 ‘2025년 개인파산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사건 가운데 60세 이상 채무자 비율은 51.42%로 집계됐다. 여기에 50대 비율 27.85%를 더하면 전체 신청자의 79.27%가 50세 이상이었다.
반면 40대는 13.06%, 30대는 5.78%, 29세 이하는 1.89% 수준에 머물렀다. 개인파산이 더 이상 일부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은퇴 이후 생계 불안과 연결되는 사회 구조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고령층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통계에서도 60세 이상 신청자 비율은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은 약화되면서, 고령층의 경제적 취약성이 개인파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파산 원인 역시 ‘생계 유지’와 직결된 항목이 가장 많았다.
개인파산 신청자들이 꼽은 주요 파탄 원인 가운데 ‘생활비 지출 증가’는 48.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실직 또는 근로소득 감소’ 45.70%, ‘사업 실패 또는 사업소득 감소’ 41.41% 순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의료비 부담 증가다. 의료비 관련 응답 비율은 19.28%로 상승했다. 고령층 비중 확대와 맞물려 병원비와 치료비 부담이 개인 재정 악화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도박이나 사치 등 낭비성 소비는 0.42% 수준에 그쳤다. 개인파산 원인이 과거처럼 극단적 소비나 무리한 투기보다 생계 악화와 생활비 부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됐다.
서울회생법원도 생활비와 의료비, 투자 실패 비율은 증가한 반면 실직과 사업 실패 비율은 다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소득 수준 역시 매우 낮았다. 월수입이 없거나 100만 원 이하인 신청자는 전체의 67.18%를 차지했다. 월수입 평균은 81만 원, 중위값은 60만 원이었다.
월수입 300만 원 초과 비율은 2.39%에 불과했다. 상당수 신청자가 사실상 생계 유지 자체가 어려운 수준의 소득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차 거주 비율은 57.26%, 무상거주는 37.21%로 집계됐다. 반면, 자가 보유 비율은 2.22%에 그쳐 전체 신청자의 94% 이상이 임차 또는 무상거주 상태였다.
임차보증금 중위값은 1090만 원, 월 차임 중위값은 49만 원으로 조사됐다. 주거비 부담 역시 고정 지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무 규모는 커졌지만 재산은 많지 않았다. 채무총액 평균은 3억4703만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부 고액 채무 영향을 줄인 중위값은 9539만 원이었다. 반면 재산 총합계 중위값은 1,613만 원으로 채무 규모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재산 1000만 원 이하 신청자가 40.66%에 달했다. 생활 기반 자체가 무너진 상태에서 파산 절차로 진입하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파탄 원인이 발생한 같은 해 또는 다음 해 안에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비율은 2021년 31.48%에서 지난해 46.94%까지 상승했다. 과거처럼 장기간 버티기보다 조기에 채무조정을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파탄 이후 6년 이상 지나 신청하는 비율은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계가 장기간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회생 이후 다시 파산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세다. 개인회생 신청 경험자는 7.86%, 개인회생 면책 이후 개인파산을 다시 신청한 비율은 2.21%로 집계됐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개인도산 흐름이 단순 채무 문제를 넘어 고령화와 노동시장 변화, 복지 사각지대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소득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과 의료비 부담이 누적되면 채무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활비 중심 파산이 확대될 경우 개인 문제를 넘어 소비 위축과 노후 빈곤, 복지 지출 증가 등 사회 전반으로 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번 통계를 통해 최근 개인파산 신청자들의 전반적인 생활 구조와 채무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증가와 저소득 구조, 생활비 중심의 파탄 원인이 최근 개인도산 흐름의 핵심 특징으로 나타났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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