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환경 이슈 아니다, 경제·금융 중심에 둬야”…10대 정책 제안서 국정기획위 전달 예정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5-06-25 14:36:40
“석유에 수백조 쏟는 사이, 기후위기 악화”…새 정부에 ‘기후금융 대개혁’ 10대 정책 촉구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민간 기후 싱크탱크 3곳이 “기후대응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제는 경제와 금융의 문법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기후금융 체계 전면 개혁을 새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환경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물가·금융안정·자산건전성·연금수익률·무역경쟁력까지 위협하는 ‘거시경제 리스크’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경제 시스템 중심부를 기후 친화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등 세 기관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에 ‘기후금융 10대 정책’을 공식 제안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주관했으며, 제안 내용은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와 국회 정무위·기재위·기후위기특위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이들이 제시한 10대 정책은 한국은행의 ‘녹색중앙은행’ 전환, ESG 기본법 제정,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 기후퇴직연금 도입, 기후투자공사 설립 등 기후금융 전반을 뿌리부터 재편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금도 수백조 원의 자금이 석유와 가스로 흘러가고 있다”며 “기후정부를 선언해도 실질적인 자본 흐름이 바뀌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제안이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침체된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구조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새 정부의 적극적 검토를 촉구했다.
이종오 KoSIF 사무국장도 “자본의 대이동 없이 경제·사회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공적·민간 금융이 기후경제에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10대 제안은 이상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플랜1.5의 한수연 정책활동가는 퇴직연금에 기후위험 반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으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통해 총 42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기후리스크에 대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안된 기후금융 10대 정책의 첫 번째는 한국은행을 ‘녹색중앙은행’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통화‧신용 정책 단계부터 기후 리스크를 반영해 녹색 투자를 촉진하고, 중앙은행 스스로 기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과제로 ‘ESG 기본법’ 제정을 꺼냈다. 공시·검증·평가·공공조달·공급망 규칙을 하나의 법체계로 묶어 시장 참가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주문이다.
세 번째 정책은 2027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 기후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범위는 Scope 3 온실가스 배출까지 잡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사업보고서에 녹인다. ESG 검증기관도 별도로 둬 신뢰도를 높인다.
넷째,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평가에 기후 리스크를 강제로 포함한다. 시나리오 분석과 스트레스 테스트를 자산평가 항목으로 넣어 리스크를 조기에 조명한다.
다섯째,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다. ‘기후 스튜어드십’을 명문화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결과를 공개하고 성과를 평가하도록 한다.
여섯째, 모든 공적 금융기관 자산 포트폴리오를 2050년 안에 ‘넷제로’로 전환한다.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거대 자본이 탈탄소 방향키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곱째, 공공기관이 거래 금융기관을 선정할 때 기후투자 실적을 핵심 기준으로 반영해 민간 금융까지 녹색 흐름을 확대한다.
여덟째 전략은 ‘기후퇴직연금’ 도입이다. 420조 원 규모 퇴직연금 자산이 기후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해 기후 책임 투자를 기본 설계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아홉째, 기후투자공사 신설을 통해 국가 차원의 녹색 투자 창구를 마련하고, 대규모 공적 자본을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산업으로 이동시킨다.
마지막 열 번째 과제는 국가 택소노미 강화다. LNG·그레이수소 같은 화석연료 인프라를 녹색 투자 범주에서 제외해 자본시장의 그린워싱을 차단한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은 이제 산업과 사회를 바꾸는 주도적 수단”이라며 “이번 기후금융 정책 제안은 단지 정부에 맡길 일이 아니라 국회가 책임지고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각 정책을 시급성, 중장기성, 입법 필요 여부에 따라 분류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부터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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