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상담에 52,500원”…한국법조인협회, 서울시 ‘전자소송 상담관’ 공고 철회 요구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5-28 14:06:06
“공익활동 취지 왜곡…전문성 저가 활용 구조” 주장
29일 서울시청 앞 집회 예고…“적정 보수체계 마련해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소액 전자소송 지원 법률상담관’ 사업을 둘러싸고 법조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변호사 전문성을 저가 노동 형태로 활용하는 구조라며 공고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법조인협회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의 ‘소액 전자소송 지원 법률상담관 모집’ 공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오는 2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시청 앞에서 관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사업은 서울시가 민사 분야 전문 변호사 6명을 위촉해 2년간 전화 법률상담을 맡기는 방식이다. 상담 보수는 ‘1건당 52,500원(90분 기준)’으로 책정됐으며, 참여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전면 제한된다.
한법협은 이를 사실상 ‘열정페이 행정’이라고 규정했다.
단체 측은 “90분 기준 52,500원은 일반 법률서비스 시장 보수 수준에 현저히 미달하는 금액”이라며 “공공기관이 스스로 법률 전문직의 정당한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변호사 공익활동 의무를 사업 정당화 근거로 활용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서울시는 변호사법상 일정 시간 이상의 공익활동 의무가 존재하는 만큼 해당 사업 역시 공공성을 갖춘 사업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법협은 “공익활동은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을 자율적으로 이행하라는 취지이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 직역 노동력을 저가로 활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공익활동 의무를 근거로 공공기관이 구조적인 저가 노동 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공익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 지자체와 국가기관에서도 유사 법률상담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는 서울시 설명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법협은 “기존에도 유사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공공기관이 변호사 전문성을 낮은 비용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률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단체 측은 “변호사는 단순 절차 안내 인력이 아니라 법적 판단과 책임을 바탕으로 의뢰인의 권리구제를 수행하는 전문 직역”이라며 “이번 사업은 변호사를 실질적으로 ‘나홀로 소송 절차 안내 인력’처럼 활용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또 “전문적 역할을 단순 안내 업무로 축소하면 시민들에게도 법률 분쟁이 단순 절차 안내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 보호 측면 문제도 언급했다.
한법협은 “나홀로 소송은 단순 민원 안내와 달리 절차 선택과 주장 구성, 입증자료 제출, 불변기간 준수 등 복잡한 법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이번 사업은 정식 수임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아 잘못된 상담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 구조가 불명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소액 전자소송 지원 법률상담관 모집’ 공고 즉각 철회 ▲변호사 직역에 상응하는 적정 보수 체계 마련 및 충분한 예산 확보 ▲전문 직역 노동력을 부당 활용하는 유사 사업 중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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