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검사의 사실접근권을 제한하는 입법권 행사에 부쳐
피앤피뉴스
gosiweek@gmail.com | 2026-07-22 12:01:22
검사의 사실접근권을 제한하는 입법권 행사에 부쳐
―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하여 ―
1. 서
가. 재판독립의 실질적 의미와 사실자료에 대한 접근
헌법 제103조가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은 단순히 법관 개인의 신분이나 양심의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판독립은 법원이 외부의 부당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게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원리이며,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객관적이고 충분한 사실자료를 기초로 독립적인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절차적 환경이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재판은 사실인정을 전제로 하는 법률판단이다. 아무리 독립성이 보장된 법관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제공되는 사실자료가 특정 기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별되거나 왜곡되어 있다면, 재판의 독립은 형식적 의미에 머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재판독립은 법관 개인의 독립뿐만 아니라 법원이 다양한 사실자료에 접근하여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까지 포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
나. 검사의 사실접근권과 사법통제의 구조
형사소송에서 검사는 단순한 당사자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혐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여부를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국가기관이다. 특히 영장청구권의 주체이자 공소제기의 책임기관인 검사는 경찰이 수집한 자료를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료의 신빙성과 충분성을 독자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사실확인을 거쳐 법원에 객관적인 사실자료를 제출하여야 할 책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사의 독자적인 사실확인 기능을 사실상 박탈하고 경찰이 송부한 자료에만 의존하도록 하는 구조를 형성할 우려가 있다. 이는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 형사사법절차에서 법원이 접하는 최초의 사실자료가 경찰의 사실판단과 기록작성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약화시키고, 영장실질심사의 실효성을 저해하며, 나아가 재판독립의 실질적 기반을 훼손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2. 검사의 사실접근권 제한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곤란
가. 검사의 독립적 증거평가 기능의 약화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검사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를 기초로 사실을 인정하고 법률을 적용한다. 물론 법원은 증인신문, 증거조사, 사실조회 등을 통하여 필요한 경우 직접 사실을 확인할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재판은 공소제기 이전 단계에서 수집·정리된 증거를 토대로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법원이 최초로 접하는 사건의 윤곽 역시 검사가 제출하는 공소사실과 증거관계에 의하여 형성된다.
따라서 검사가 경찰이 선별하여 송부한 자료 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검사의 독립적인 증거평가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기록의 정확성이나 누락 여부를 스스로 검증하지 못한 채 이를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거나 영장을 청구하게 되고, 법원 역시 그와 같은 자료를 중심으로 심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법원이 경찰에 종속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법원이 접하는 최초의 사실자료가 경찰의 사실판단과 기록작성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함으로써 재판의 출발점 자체가 편향될 위험을 증가시킨다. 결국 검사의 독립적인 사실확인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법원의 독립적인 사실인정 기능에도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 기록 중심 구조의 한계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약화
검사의 사실접근권이 제한되어 기록과 서면만으로 공소를 유지하도록 하는 구조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한계를 가진다.
(1) 비언어적 정보의 상실
진술의 신빙성은 진술 내용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진술자의 태도, 반응, 기억의 자연스러움, 주저함, 감정의 변화 등 비언어적 요소는 진술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서면기록만으로는 이러한 요소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검사는 진술의 실질적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2) 효과적인 증인신문 준비의 곤란
검사가 참고인이나 증인을 직접 조사하지 못하면 진술의 핵심과 취약점을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 그 결과 법정에서의 증인신문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지고, 예기치 않은 진술 번복이나 새로운 사실이 제시되는 경우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공소유지 능력의 약화뿐 아니라 법원의 정확한 사실인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현장성의 상실
현장검증이나 사건현장은 사진과 기록만으로는 충분히 재현될 수 없다. 거리감, 시야, 조명, 장애물, 동선 등은 현장을 직접 확인하여야 비로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현장성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법정에서 필요한 추가적인 사실확인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4) 공소유지의 설득력 저하
법원은 검사가 사건의 사실관계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증거를 제시하고 증인을 신문할 때 그 주장의 신빙성과 설득력을 높게 평가하게 된다. 반대로 검사가 경찰기록에만 의존하여 기계적으로 공소를 유지하는 모습은 사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의 재판 직접 관여가 강조되어 온 이유는 바로 이러한 점에 중점이 있는 것이다.
3. 영장실질심사 제도의 취지와 보완수사권 제한의 문제
영장실질심사는 법관이 인신구속이라는 중대한 강제처분을 결정함에 있어 수사기관이 제출한 기록만을 형식적으로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여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독립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다. 이는 인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사법적 통제장치이며, 영장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핵심 제도이다.
특히 영장청구는 검사의 독점적 권한으로서, 검사는 영장청구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책임을 부담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이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수용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증거의 신빙성을 검토하여 영장청구의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전면적으로 폐지되어 경찰이 송부한 자료 외에는 독자적인 사실확인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검사의 영장청구 여부에 관한 판단 역시 경찰의 사실평가에 실질적으로 종속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법관에게 제출되는 자료 역시 경찰이 구성한 기록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법관은 경찰이 제시한 사실관계의 범위 안에서만 구속 필요성을 심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법관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독립적으로 사실을 확인하여 경찰기록의 오류나 누락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진다면, 영장실질심사의 실질적 기능은 상당 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록재판의 폐해를 극복하고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영장실질심사의 도입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4. 형사소송의 구조와 무기대등 원칙의 관점
형사소송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조화시키는 절차이다. 이러한 구조는 공소기관과 피고인이 각자의 주장과 증거를 제시하고 이를 법원이 객관적으로 심리하는 무기대등의 원칙을 전제로 한다.
검사가 독립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평가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공소유지 능력이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검찰의 권한 축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충실한 증거조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의 질을 저하시켜 형사재판 전체의 사실인정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체적 진실 발견은 특정 수사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경찰, 검사, 변호인, 법원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호 견제와 검증을 통하여 달성되는 형사사법의 공동 목표이다. 어느 한 기관이 사실자료의 형성과 제공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는 이러한 상호 견제의 원리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5. 결
증인과의 사전 대면, 현장 확인, 증거의 직접 검토는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적인 공소유지를 수행하기 위한 본질적인 수단이다. 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여 경찰이 작성하고 선별한 기록에만 의존하도록 하는 입법은 검사의 독립적인 사실확인과 증거평가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법원이 접하는 최초의 사실자료를 경찰의 사실판단과 기록작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형사소송의 실체적 진실 발견 기능을 약화시키고, 영장실질심사가 예정한 실질적 사법통제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나아가 이는 법원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정확한 사실인정의 기반을 약화시켜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판독립의 실질적 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개편은 특정 기관의 권한 조정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 제도가 실체적 진실 발견, 적법절차, 공정한 재판, 사법적 통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검사의 사실접근권은 검찰이라는 기관의 이익을 위한 권한이 아니라 법원이 보다 객관적이고 충실한 사실자료를 토대로 독립적인 재판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사법절차의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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