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일했는데 3시간만 인정”…대법원, 시간선택제 공무원 초과근무 공제에 제동
서광석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6-01 11:42:53
“전일제 공무원과 동일 적용은 평등원칙 위배”
시간선택제노조 “무임금 노동·구조적 차별 바로잡는 역사적 판결”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이 통상 근무시간 내 초과근무를 했는데도 일률적으로 1시간을 공제한 뒤 수당을 지급해 온 관행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과 전일제 공무원의 근무 형태가 다른데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판단이다.
전국시간선택제공무원노동조합은 대법원이 지난 29일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식과 관련한 소송(2021두61741)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이 2018년 제기한 이후 약 8년간 이어진 법정 다툼 끝에 나온 판단이다.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주 15시간 이상 35시간 이하 범위에서 근무하는 일반직공무원이다. 공개경쟁채용시험 또는 경력경쟁채용시험을 통해 임용되며 정년이 보장된다.
문제가 된 것은 초과근무수당 산정 방식이다. 현행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제도는 전일제 공무원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초과근무를 할 경우 통상적으로 1시간을 공제한 뒤 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원고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 20시간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오후 6시까지 연속 근무하더라도 실제 근무한 4시간 중 3시간만 인정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별도의 식사시간이나 휴게시간 없이 실제로 4시간을 연속 근무했음에도 일률적으로 1시간을 제외하는 방식이 무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해 왔다.
정성혜 위원장 등 21명이 참여한 단체소송은 2018년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됐다. 1심 패소와 항소 기각을 거쳐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6월 5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반면 김모 씨 등 2명이 제기한 소송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가 이번에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전일제 공무원의 초과근무 1시간 공제 제도는 저녁식사나 휴게시간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시간을 고려해 마련된 제도라고 봤다.
반면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오후 2시 이후 수행하는 초과근무는 전일제 공무원의 퇴근 후 초과근무와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전일제 공무원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시간대에 상급자의 지휘·감독 아래 조직적인 업무 수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만 별도로 휴게시간을 갖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실제 업무 수행 여부와 근무 강도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시간선택제채용공무원이 통상의 근무시간에 수행한 시간외근무에 대하여 이 사건 공제조항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러한 적용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다만 대법원은 통상 근무시간 외인 오후 6시 이후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기존 1시간 공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시간선택제 공무원 처우와 관련한 대법원의 두 번째 의미 있는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소송대리인인 차현일 변호사는 “실제로 4시간을 일했는데 3시간만 일한 것으로 계산하는 것은 누구나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상식이 제도 속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불합리를 바로잡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0년 판결(2020두32012)에서도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력 인정과 관련해 전일제 근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정성혜 전국시간선택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이 수년간 겪어 온 무임금 노동과 차별적 처우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실제로 일한 시간에 대해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은 노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단순히 초과근무수당 1시간 공제 문제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을 일률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해 온 각종 제도와 관행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메시지”라며 “근무시간 확대 기회 보장과 수당체계 개선 등 제도 전반의 차별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산정 방식은 물론 승진과 경력 인정, 근무시간 확대 등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한 만큼 향후 유사한 처우 문제를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피앤피뉴스 / 서광석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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