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법인의 기본권 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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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iweek@gmail.com | 2026-08-28 11:22:35

“법인의 기본권 주체성”

 

 

 


▲최창호 변호사다수인으로 구성된 법인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기본권의 성질과 법인의 종류에 따라 그 해답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계희열, 헌법학(중), 박영사, 2004, 64면.) 법실증주의자들은 자연인이나 법인은 모두 법질서에 의하여 법인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법인도 기본권의 주체가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결단주의자인 Schmitt는 기본권을 전국가적 무제한의 자연권으로 보기 때문에, 즉 그 개인의 권리로서의 성격 때문에 법인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법인이 기본권의 성질에 따라 가능한 경우 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은 사실상 법인은 모든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계희열, 헌법학(중), 박영사, 2004, 65면.)

1949년제 제정된 독일 기본법은 “기본권의 성질상 법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기본권은 내국법인에게도 적용된다.”라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9조 제3항), 법인의 기본권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필요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전상현, 미국헌법상 법인의 기본권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7, 5면.)

법인도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때, 법인이 어떤 기본권들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은 법인의 기본권 향유능력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본래 자연인에게 적용되는 기본권규정이라도 언론·출판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 등과 같이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당연히 법인에게도 적용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법인도 사단법인·재단법인 또는 영리법인·비영리법인을 가리지 아니하고 위 한계 내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사법인이나 그 밖에 권리능력 없는 결사도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기본권의 침해가 문제된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헌법재판실무제요(제3개정판), 2023, 323면.)
한편 법인에게 기본권의 주체성이 인정되는가의 문제는 민법이론으로서의 법인의 본질에 대한 이론과는 상관성이 없다.(정종섭, 헌법학원론, 박영사, 2022, 335면.)

법인격이 없는 사단·재단이라고 하더라도 대표자를 정하고 독립된 사회적 조직체로 활동하는 때에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즉 “청구인협회는 언론인들의 협동단체로서 법인격은 없으나, 대표자와 총회가 있고, 단체의 명칭, 대표의 방법, 총회 운영,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의 중요한 사항이 회칙으로 규정되어 있는 등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기본권의 성질상 자연인에게만 인정될 수 있는 기본권이 아닌 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헌법상의 기본권을 향유하는 범위 내에서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능력도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5. 7. 21. 92헌마177).”

그러나 기본권의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법인에게도 적용되는 기본권이라는 기준은 법인의 기본권 인정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서 유용한 것이 되지는 못한다. 법인에게는 적용될 수 없음이 명백한 일부 기본권들(예컨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신체의 자유, 혼인의 자유 등)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인지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본권의 성질상 법인에게 인정될 수 없는 기본권이 법인의 기본권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인의 설립목적에 따라 그 법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기본권은 각각 다르므로 법인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본권의 종류를 획일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허영, 한국헌법론, 박영사, 2024, 282면.)

한편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일 뿐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다. “기본권 보장규정인 헌법 제2장의 제목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고 그 제10조 내지 제39조에서 “모든 국민은 ……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본권의 보장에 관한 각 헌법규정의 해석상 국민만이 기본권의 주체라 할 것이고,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나 그 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나 공법인은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인 청구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청구인의 재산권 침해 여부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헌재 2006. 2. 23. 2004헌바50). 다만, 공법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제한적으로나마 인정하려는 견해가 강력하게 주장되고 있다.(장영수, 헌법학, 홍문사, 2022, 478면.)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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