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카드결제 환불 가능”…금융분쟁조정위원회, 청약철회권 첫 인정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4-09 10:30:02

여행·항공권 미이용 피해에 카드사 환급 책임 명확화
11,696건·132억원 분쟁…할부항변권까지 인정

 

 

 

 

티몬·위메프 사태로 여행상품이나 항공권을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를 상대로 한 청약철회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소비자 피해 구제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8일 회의를 열고, 티메프 사태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소비자가 카드사를 상대로 행사한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이미 결제된 금액을 환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금융소비자 보호체계 개편 이후 처음 내려진 조정 사례다. 카드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조위는 핵심 쟁점이었던 ‘재화나 서비스가 아예 제공되지 않은 경우에도 청약철회권이 가능한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사례를 보면, 한 소비자는 2024년 2월 티몬을 통해 해외여행 상품을 약 494만원에 3개월 할부로 결제하고 대금을 모두 납부했다. 이후 여행 출발을 앞둔 7월, 판매사가 정산 불능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거절하면서 여행 자체가 취소됐다.

이 소비자는 여행이 취소된 다음 날 카드사에 할부철회권을 신청했다. 분조위는 이 과정에서 ▲여행서비스가 실제 제공되지 않았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는 점 ▲사업자의 정산 실패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결국 “재화나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은 경우에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여행 출발 5일 전에 철회가 이뤄졌더라도, ‘시간 경과로 재판매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철회 제한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공권 사례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 다른 소비자는 2024년 5월 제주항공 항공권을 약 53만원에 5개월 할부로 구매해 2회차까지 납부했지만, 7월 판매사가 일방적으로 발권 취소를 통보했다. 이후 해당 소비자는 결제를 취소하고 카드사에 청약철회권과 함께 ‘할부항변권’을 행사했다.

분조위는 항공권 역시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약철회권을 인정하는 동시에, 판매사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잔여 할부금 지급 거부도 정당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미 납부한 금액은 환급하고, 남은 할부금은 면제하도록 결정했다.

금감원과 9개 카드사에 접수된 여행·항공·숙박 관련 할부결제 분쟁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1,696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약 132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170건(약 3억5000만원), 카드사에 접수된 민원은 11,526건(약 128억7000만원)으로 대부분이 카드사 단계에서 발생했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티몬과 위메프, 판매사, PG사에 공동 책임을 인정하는 분쟁조정을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도 환급 조치를 의결했다.

그러나 판매사와 결제대행업체 상당수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부는 지급 능력 부족이나 파산으로 인해 실제 환급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실제로 위메프는 이후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3,800여 명의 소비자가 집단소송에 나서는 등 피해 구제가 장기화됐다.

금감원은 이런 상황에서 할부거래법을 적용해 카드사를 통한 구제 가능성을 검토했고, 이번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번 결정은 카드사가 단순 결제 중개 역할을 넘어 일정 부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분조위는 동일 유형 분쟁에서도 카드사와 소비자 간 자율 합의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조정안이 당사자 모두에게 전달된 뒤 20일 이내 수용될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분쟁조정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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