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록 전문위원, “경남주력산업, 피지컬AI로 다시 도약하다”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5-12-05 09:55:03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이록 전문위원

 

 

 

 

 

경남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항공우주, 조선해양, 방산, 기계와 같은 주력산업은 지역 경제뿐 아니라 국가 산업생태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성장 방식만으로 경쟁력을 이어가기 어려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인력 수급의 어려움, 제조공정 복잡성 증가, 시장 요구 수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업현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혁신 방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피지컬 AI이다. 피지컬 AI는 로봇·드론·스마트 장비 등 물리적 장치가 주변 환경을 스스로 파악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자동화 수준을 뛰어넘어 자율성을 갖춘 제조운영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제조 공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거나, 위험 작업을 지능형 장비가 대신 수행하는 방식은 이제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제조공정의 안전성, 품질 안정성, 생산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다.

경남 산업이 이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밀성과 안정성이 핵심인 항공우주와 방산 분야는 AI 기반 자율제어 기술이 도입되면 제조공정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조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조선과 기계 산업처럼 반복성과 위험도가 높은 작업 환경에서는 지능형 장비가 작업을 대신함으로써 인력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안전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해 숙련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피지컬 AI는 경남 주력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지역 산업에도 효과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반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실증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위험 부담 없이 시험·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현장 확산이 속도를 낼 수 있다. 더불어 제조 공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도메인 특화 AI 모델과 결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남형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이 현장의 문맥을 이해할 때 혁신은 비로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다.

제조AI 전문인력 양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AI기반 제조환경에서는 기존 직무와 다른 유형의 역할이 요구된다. 로봇 운영전문가, 제조AI 공정 분석가, 스마트장비 엔지니어 등의 인력이 지역에서 꾸준히 배출될 수 있도록 대학과 연구기관 등 관련 지원기관이 함께 교육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산업의 기술 자립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피지컬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개념이 아니다. 경남 제조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자 산업 경쟁력 재정비를 위한 전략적 선택지다. 변화의 동력은 이미 형성되었고, 이제 이를 실질적 혁신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 경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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