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보완수사권 단상

피앤피뉴스

gosiweek@gmail.com | 2025-09-12 09:09:21

“보완수사권 단상”

 

 

 


 

▲최창호 변호사수사란 범죄혐의의 유무를 명백하게 하여 공소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범인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개편의 내용 중 검사는 보완수사를 하지 말고, 수사보완을 하면 되고, 행정절차에서의 행정조사로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견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행정조사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수사의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다. 더구나 보완수사‘요구’만으로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수사를 제대로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의 의견이라고 판단된다.

구속기간의 만기가 임박한 사건에 대하여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보완수사요구만 할 수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구속사건은 통상 구속만기일에 처리하지 않고, 최소한 구속기간 만료 1~2일 전에는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야 하고, 만일 부장검사가 보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반려를 하게 된다. 구속기간이 부족하면 1차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다. 보완수사의 필요성은 다수 당사자 사건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고, 경찰 조서의 신빙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금요일에 송치되는 사건은 더욱 구속기간이 부족하다. 수사기록이 되돌아가고, 다시 오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피의자을 인치하는 절차 또한 간단하지 않다.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살인강도 사건 등이 송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던 사건인데, 경찰에서는 깔끔하게 자백한 것으로 기록상 되어 있으나, 구속된 첫날 피의자가 “검사님! 드릴 말씀있습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검사는 정신이 번쩍 들게 마련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검사가 거의 19일 정도는 잠을 잘 수가 없다.

모든 피의자가 자백한 것으로 송치된 범죄단체 사건에서 수십 명의 조직폭력배가 모두 부인하기 시작하면 참으로 답답하다. 공소제기 후 1심 6개월 동안 경찰 및 검찰의 수사기간 동안 작성하였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사를 진행하여야 공소유지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수십 명의 수사관 사건을 결재하여야 하는 경찰서 수사과장이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메모만 보고 결재를 하였다고 하여, 사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였다고 할 수 없다. 형사부 검사들이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면서 수사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사과장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로 인지부서에 근무하거나, 파견만 다니면서 꽃길만 걸었던 기관장이 부임하는 경우에 가끔은 형사부 검사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침이나 지시를 내렸던 일이 있다. 예를 들어 고소취소되지 아니한 고소인에게 무조건 연락을 하여 진술청취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 등이다. 고소인은 억울하다고 고소하였는데, 기소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고소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피고소인을 처벌하라고 세금 납부하여 월급을 주었더니 피고소인과 유착된 것이 아니냐는 욕설부터 시작하여 장황한 내용을 말하기 시작하면 전화를 끊을 수도 없다.

향후 보완수사권조차 없는 검사가 경찰 기소의견 송치 사건을 그대로 법원으로 패스하면 법원은 마비될 것이다. 최근 재판지연으로 상당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제 재판과정에서 공판중심주의라는 명칭으로 수사까지 하려고 한다면 재판이 언제 종료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공판중심주의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 또는 무죄의 심증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 형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일 뿐, 공판절차에서 수사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의 타이틀을 삭제한다면, 검사가 정권의 사병은 아니라 하더라도 굳이 피해자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여야 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앞으로 검사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의 유죄를 받는 점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무죄를 받게 되면 결국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경찰의 책임이다. 보완수사권도 없는데, 어떻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금융사기꾼들은 만세를 부를 것이고, 피해자들은 지옥의 문을 지나게 될 수도 있다.

검사로 임용되면 초임검사 시절에 공판을 경험하게 된다. 초동수사에서 진술된 내용과 실체적 진실이라고 알았던 사실이 공판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변경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을 녹여서 다시 수사업무에 종사하면 공판절차에 이르러서도 함부로 진술 내용이 변경될 수 없도록 단단하게 수사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판관여가 중요한 것이고, 중요 사건은 수사검사가 공판에 직관하여 유죄의 입증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다수당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 결정이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보완수사권 인정, 전건송치가 모범답안이다. 문제는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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