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합격수기를 읽으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실력도 경험도 부족한 제가 합격수기를 쓰는 이유는 제가 공부해왔던 길을 여러분께서 따라하 길 바란다거나, 제 합격수기 통해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높은 점수로 합격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 또한 수험생활을 시작하며 초반에 여러 합격수기를 읽었지만, 그 분들의 공부방법을 따라 하려고 했던 적은 없습니다.
단지 수험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합격하신 분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임했는지, 합격의 순간까지 겪었던 개개인의 고난들을 읽어보며 나만 힘들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든 만큼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게 공부하고 합격했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담아두기 위해서였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가볍게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법무사 공부를 왜 시작 했는가?
저는 법무사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전 은행원 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였고, 2007년 대학 졸업 후 바로 입행하였으며, 동기들보다 빼어나게 승진이 빠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게 적당한 시기에 승진을 하고,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은행에 입행하여 10년 후에 내 모습은 어떨까 라는 막연한 궁금증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시작 하였고, 막상 입행하고 10년이 지났지만 제 모습은 전과 크게 다름없는 입행 10년차 과장이라는 직함과 남들보다 조금 높은 연봉, 그리고 늘 일에 치여 11시가 넘어 막차를 겨우 타며 퇴근하고, 주말에도 자주 출근하며 일에 치여 사는 모습이었고, 앞으로도 그 모습은 크게 나아 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늘 워라밸을 꿈꾸었지만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그 거대한 조직 속에서 제가 원하는 변화를 이루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여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문 자격증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 중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늘 만나게 되는 감정평가사와 법무사를 고민 하던 중 법무사를 선택하였고, 퇴직을 결심하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합격 수기를 쓰고 있지만, 저는 퇴직당시에 제가 겪었던 감정과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 힘들 때마다 그때를 생각했습니다. 수험기간이 길든 짧든 누구나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오며, 그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 또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늘 처음처럼”이라는 글귀를 핸드폰 첫 화면에 적어 놓고, 은행을 퇴직 할 때의 마음과 공부를 시작 했을 때의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퇴직은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힘겹게 겨우 가족의 동의를 얻고, 바로 2016년 12월 사표를 내고 남은 휴가 기간 동안 학원에 방문하여 실장님과 상담을 하였습니다. 학원 실장님께서는 아주 친절하게 시험과 관련하여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상담을 해주셨으며, 실장님께서는 “법무사 합격까지 1차만 해도 몇 년씩 걸리는 공부이고, 1년 공부해서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아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당장 2017년 1차 시험까지 공부기간이 너무 짧다. 그러니 6개월 정도 더 재직하고, 1차 시험이 끝나면 그때 학원 종합반을 듣는 것이 나을 것이다.” 라고 말씀해주셨고,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뒤돌아서며, “이미 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내년 1차까지 기다릴 수 없다. 최대한 짧은 기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해보자” 라는 다짐을 하며 12월말 퇴직공문이 뜨고, 바로 1차 종합반 등록을 하였습니다.
■ 1차 시험 준비기간(2017.1 ~ 2017.6)
- 1차 교재 선택
저는 효율적으로 공부를 해야 했고 여기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비용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저는 해당과목에서 제시된 교재들을 무조건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었기에 실강을 듣기 전에 각 기본강의들의 동영상 강의를 일부 들어보고 어떤 교재가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을 하고, 직접 필요하고도 제가 볼 수 있는 책만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주일간 각 강의의 맛보기를 보며 서점을 계속 들락날락 거리며, 이 책 저책 펼쳐보고 구입했던 교재 목록입니다.
헌법 – 헌법강의(기본서,권순현), 한국헌법 조문판례집(권순현), 객관식 헌법(이재영)
상법 – 상법기본강의(이상수), 법무사시험 상법전(이상수), 상법진도별기출문제집(이상수)
민법 – 기본서 구입안함(김준호 민법), 로고스 민법조문판례집(이준현), 로고스 법원관련전용 문제(이준현)
가족관계등록법 – 교재 구입 안함
민사집행법 – 민사집행법(김경태), 조문판례집(김경태,배병한), 객관식 민사집행법(배병한)
상업등기 및 비송사건절차법 – 교재 구입 안함
부동산등기법 – 부동산등기법(유석주), 객관식부동산등기법(김미영)
공탁법 – 기본서 구입안함. 핵심정리 공탁법(배병한), 객관식공탁법(배병한)
저는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앞으로 1차 시험까지 6개월이 남았고, 강의실에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이미 작년 6월부터 시작된 1차 강의를 듣던 분들이었고, 선생님도 그에 맞춰 강의를 진행하여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따라 가보자는 마음으로 1개월간은 빠짐없이 실강을 들었으며, 수업이 끝나면 10시까지 독서실에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지만, 강의를 들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2월부터는 실강을 전혀 들어가지 않고, 독서실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작년 6월부터 진행된 1순환 기본이론 강의 민법을 시작으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학원과 집까지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시간도 핸드폰으로 동영상 강의를 계속 들었습니다.
그렇게 동영상 강의로 2월부터 3월 첫 학원모의고사까지 공부했으며, 첫 모의고사 점수는 평균 30점이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앞으로 남은 3번의 모의고사에서 매번 10점 이상씩만 끌어 올리면 충분히 합격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모의고사 이후에는 객관식 문제집과 수업시간에 제공되는 프린트물로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법무사 1차 과목은 총 8과목입니다. 그리고 각 과목의 대부분이 특정 부분이 출제범위로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기본강의를 한 번 들은 후에 각 과목의 성격을 나름 정리하고,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빨리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과목의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이것은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는 대학시절 경영학부에서 무역학을 전공하였고, 은행에서 근무하며 주로 여신 업무를 담당하였고, 늘 기업에서 제출 하는 각종 대출관련서류 중 정관, 이사회의사록, 재무재표, 법인등기사항증명원 등 무수히 많은 복잡한 기업관련 서류들과 각종 어음, 수표 등을 보며 업무를 해왔기에 상법이 가장 친숙하고, 빨리 이해가 되었으며, 기출문제를 보아도 그나마 상법이 지문의 길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빨리 답을 고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상법을 가장 우선 순위로 공부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각 과목의 특성을 제 주관적인 입장에서 우순순위를 매기며 공부를 하였고, 일정 수준에 되면 다음 과목으로 집중하는 시간을 옮기며, 순환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우선순위 과목
1.상법 – 가장 친숙한 과목, 짧은 지문, 빠르게 정답 선택 가능
2.공탁법 – 상대적으로 짧은 지문, 빠르게 정답 선택 가능, 시험 범위가 상대적으로 적음.
3.민사집행법 – 선생님 강의가 재미있고, 이해를 너무 잘 시켜주심.
4.민법 – 선생님 강의 재밌음. 양이 너무 많으나, 나오는 곳이 뻔함.
5.부등법 – 양이 많음. 잘 이해도 안됨. 이해해도 자꾸 까먹음.
6.헌법 – 양은 많은거 같지 않은데, 이해가 너무 안되고,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름.
7,8.가족관계등록법, 상업등기법 – 민법과 상법으로 커버하자, 어차피 기본서도 객관식 문제집도 안사서 볼 것도 없다.
저는 위에 나열한 순서로 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했고, 시간 배분도 저렇게 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듣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중 남은 시간은 3과목을 번갈아 가며 보았으며, 위에 정한 순서대로 상법 3시간, 공탁 2시간, 민사집행법 1시간, 다음날은 민법 3시간, 부등법 2시간, 헌법 1시간,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평일은 공부를 했고, 주말에는 평일에 했던 과목 중 부족한 과목을 공부했습니다. 대부분 민법과 민사집행법 이었습니다.
실제로 상법과 공탁법은 빠르게 과목의 이해도가 상승하였고, 모의고사에서도 원하는 점수를 빨리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위에 나열한 우선순위 과목 순서로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점수가 순서대로 상승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과목은 헌법이었으며, 도무지 시간 투자대비 점수가 나오지 않았으며, 결국 마지막에 가선 객관식 문제집 1회독도 못한 채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만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시험지를 뒤집어 놓고, 거꾸로 비춰지는 문제를 읽는 연습을 틈틈이 했습니다. 그렇게 매 과목 시험지를 받자마자 시험지를 뒤집어 놓고, 3문제 내지 4문제는 미리 답안을 머릿속에 골라 두었으며, 실제 시험장에서도 감독관이 문제지를 뒤집어 놓으라고 하였고, 뒤집은 상태로 매 과목 3개에서 4문제를 시험 시작 전 미리 풀 수 있었습니다.
1차 공부를 하며 가장 중점에 둔건 무조건 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맞을 필요도 없고, 다 맞출 수도 없는 시험에서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감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도 그랬지만, 쓰면서 하는 공부를 하지 못합니다. 쓰다보면 왠지 속도가 더딘 것 같고, 쓴다고 암기가 되지도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대신 저는 빠르게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게 머리에 훨씬 오래 남고, 외워서 말로 할 수는 없지만, 텍스트로 봤을 때 어딘가 어색하고 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답으로 체크하면 실제로 그게 정답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판례와 지문들이 익숙해졌고, 그 다음에 연습한 것은 정답을 고른 후에는 절대 그 다음 지문을 보지 않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연습이었습니다. 이게 생각은 그렇게 해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2번을 정답으로 골라 놓고, 3번,4번,5번 지문까지 다 읽어보고, 아 2번이 정답 맞구나 라는 확신을 갖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절대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고, 수험생입니다. 그저 정답만 골라내면 되지 다음 지문까지 확인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이게 생각처럼 한 두 번 연습해서는 안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1번을 정답으로 고른 후 2번,3번,4번,5번 지문까지 읽어 보게 됩니다. 미련이 남아서나, 확신이 안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합니다. 제가 1차 공부를 하며 마지막까지 제일 많이 연습한 부분이고, 실제 시험에서도 저런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매 과목 모든 문제를 풀고 마킹까지 마쳤음에도 모든 과목이 5분에서 10분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1회부터 4회까지 총 4번의 모의고사를 빠짐 없이 보았으며, 첫 모의고사 30점대를 시작으로 매 모의고사 때마다 평균 10점 ~ 15점 사이 올랐고, 최종 모의고사에서 정확히 평균 70점을 맞고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 2차 시험 동차기간(2017.6 ~ 2017.9)
1차 시험 학원에 돌아와 가답안이 나오길 기다리며, 가답안이 뜨고, 빈 강의실에서 혼자 채점을 하고 보니 평균 69.5점 이었고,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2차 학원을 인터넷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2차 시험 또한 1차 시험처럼 아무런 경험이 없었기에 어느 학원 누가 강의가 좋은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오직 비용이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법학원과 합격의법학원 동차반 강의료를 비교하니, 합격의 법학원이 조금 더 저렴하여 2차 동차반은 합격의법학원 종합반을 등록하고, 공부환경이 바뀌면 적응기가 필요 할 것 같아 독서실은 기존에 다니던 독서실에 다니고, 강의는 합격의법학원에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 다음날 바로 갖고 있던 1차 교재를 전부 팔기위해 중고나라에 올리고 모든 책을 처분하여 그 돈으로 2차 교재구입 및 밥값에 충당했습니다.
2차는 경험해보니 1차와는 전혀 다른 마인드가 필요했고, 공부방법 또한 1차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1차, 2차 중 어느 것이 더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과목이어도 보는 판례가 완전히 달랐으며,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너무나 다른 것이라는 것을 느낀 시기입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너무나 생소 했고, 6개월간 공부해온 민법과 부등법은 아는 것 같긴 한데 답안지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몰랐고, 학원에서 증정하는 기본서 이외에는 다른 교재는 구입하지 않았기에 뭘 봐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동차기간은 받은 기본서는 덮어 두고 학원 팀장님께 부탁하여 3순환 모의고사 해설강의와 3순환 문제, 그리고 동차때 선생님이 주신 요약집을 위주로 계속 해서 알든 모르든 사례만 풀었습니다. 풀었다는 표현 보다 그냥 읽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모의고사 시간에 남들 다 외워서 쓰는 쪽지시험 문제 조차도 풀 수가 없었습니다. 이 상태로 시험장에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지만, 공부는 손에서 놓지 않았고, 이재영 선생님이 강의 시간에 하신 딱 한마디가 뇌리에 박혀 결국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동차생들은 지금 아무것도 쓸 수 없고, 누구보다 답답한 시기이다. 그러나 시험장에서 공부했던 것 중에 딱 한 줄만 기억이 나면, 그 떠오른 한 줄로 한바닥을 채울 수 있다. 그게 시험이고, 사람의 초인적인 힘이 위기에 닥쳤을 때 발휘 된다.”
이 말이 너무나 뇌리에 박혀 그 한마디 말을 기억하며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반복해서 3순환 모의고사 문제와 동차반 문제, 그리고 학원에서 제공한 사례집만 읽었습니다. 이때는 딱히 과목별 공부방법과 선택과 집중 없이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시간만 정해서 과목만 바꿔가며 사례만 무한 반복하며 2달 반 동안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2차 시험용 법전도 따로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처음 2차 시험장에 갔고, 시험 시간 전 다른 사람들은 뭘 보는지 어떻게 마지막을 정리하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그런 것들을 눈에 담고, 그 짧은 시간 치열하게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처음 받은 민법 시험지에서 문제를 보는 순간, “어...이거 많이 보던거네...그래 한번 내가 본대로 흉내 내면서 한번 써보자.” 라는 생각으로 정말 두서없이, 생각나는 판례들을 쪼개서 동차기간 동안 봐온 답안지 형식을 떠올리며 써내려 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마법과도 같이 어느 순간 1번을 마무리 하고 2번을 풀고 있었고, 그렇게 정말 무아지경으로 거침없이 모든 문제를 풀었습니다. 1교시가 끝나니 머리가 정말 멍~ 했습니다. 내가 뭘 썼는지, 어떻게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6페이지를 써서 답안지를 낸 것을 분명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거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혼자 우유와 빵을 간단히 먹고 시험장으로 올라와 준비해간 민사소송법 3순환 문제를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주변을 보니 첫날 두 번째 과목이 형사법 이라는 것을 알고, 보던 자료를 가방에 넣고, 그냥 주변 사람들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민법과 마찬가지로 형법, 형사소송법도 3순환 자료 또는 동차반 자료에서 대부분 본 눈에 익은 문제들이었고, 둘째 날 민사소송법도 익숙한 문제들이었기에 정말 거침없이 답안지를 채워 나갔습니다. 부등 논술은 그저 조문을 찾을 수 있는 것만 찾아서 옮겨 적었으며, 부등 신청서는 동차기간 동안 5개 신청서만 정해서 집중해서 보았는데, 그중 집합건물 보존등기가 나와 쉽게 적었고, 소장은 민사소송법에서 5페이지를 적어 내느라 시간이 부족하여 청구취지를 적다가 말았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2차 시험을 마쳤습니다.
■ 2차 시험 예비순환 및 합격자 발표(2017.9 ~ 2017.12)
동차 시험을 보고 난후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학원에서 제공한 2차 시험 기출문제 해설지를 보면, 제가 쓴 내용이 얼추 들어가 있는 것 같았고, 일단은 전 과목을 빠짐없이 적어냈다는 자신감이 왠지 모를 합격에 대한 희망마저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후 이제 내년 기득권까지 학원을 정해야 했기에 이때 다시 서울법학원과 합격의 법학원을 비교하며, 역시 비용을 고려하였고, 동차반 강의를 들었던 합격의 법학원이 교재를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답안지를 적어 내게 해준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 결국 합격의 법학원으로 종합반 등록을 하였고, 이때 독서실도 합격의 법학원으로 옮겼습니다.
돌이켜 보면 예비순환 기간은 정말 저처럼 처음 기득권을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기간 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동차로 합격 할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예비순환 강의는 실강은 거의 듣지 않고, 동영상 강의만 듣는 정도로 생활하였습니다. 이건 정말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자만심 때문에 합격자 발표까지 어영부영 허송세월을 보내고, 너무나 무지한 상태로 예비순환 후반부를 맞이하였습니다.
동차 합격자 발표가 있기 전날 법률저널에서 관보에 공지가 떴다는 내용을 보고, 부랴부랴 확인했지만, 제 수험 번호는 없었습니다. 왠지 모를 합격에 대한 기대와 떨어져도 내년 기득권이 있다는 배짱 때문에 크게 충격을 받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다음날 점수를 확인하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합격 커트라인이 50점대 였고, 민법 44점. 형법 23점. 형사소송법 21점. 민사소송법 36점. 소장 25점. 부등논술 35점. 신청서 29.5점. 이렇게 점수가 나왔는데 불합격 이었습니다. 근데 다시 정확히 확인해 보니 소장이 2.5점 이었습니다.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이 점수들이 머릿속을 한동안 떠나질 않았습니다. 떨어져도 다시 내년 기득권이 있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렇게 떨어 질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이때는 제 점수와 합격자 커트라인 사이에 아주 많은 불합격자가 있으며, 심지어 1점 내지는 소수점 자리 차이로도 떨어지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을 때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장은 청구취지 딱 한줄 겨우 쓴 거 같은데, 무슨 생각으로 2.5점을 25점으로 제 눈에 보였는지,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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