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를 두고 변호사단체와 세무사단체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지난 1일 김정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무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변호사단체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개정안”이라며 규탄한 반면 세무사단체는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에 발의된 ‘세무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경우 조세법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에게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여 법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게 주요 골자다.
또한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시험에 합격한 세무사는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시험은 기획재정부장관이 매년 1회 이상 실시하여 세무사 등록기간이 2년 이상인 세무사가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를 시작하려는 세무사는 조세소송 실무교육을 받도록 하며, 매년 일정 시간 이상의 연수교육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김정우 의원은 “현행 조세에 관한 사법절차상의 소송대리는 변호사에 전속되어 있어 조세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조세분쟁의 경우 과다한 소송비용 부담 때문에 납세자가 소송을 포기하고 있다”며 “조세법 전문지식을 가진 세무사에게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부여함으로써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소송 전 포기되는 다수의 소액조세분쟁의 경우 저렴한 비용과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하기 위해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단체 “소송행위 전문가는 변호사, 법치주의 근간 훼손”
이번에 발의된 세무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대한변협은 “만약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이 통과된다면 이는 변호사의 소송대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세무사가 조세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송행위의 전문가는 아니며, 소송대리권은 조세전문가라는 의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조세 관련 소송도 법률 전반에 대한 이해와 소송수행능력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3명의 세무사가 로스쿨에 입학했고, 변협은 2016년부터 3년간 변호사 659명에게 조세법 특별연수와 세무아카데미 등을 통해 세무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법조인협회 역시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세무사의 변호사소송대리권 침해를 규탄한다”며 “이번 개정안의 주장대로라면 의료소송은 의사가, 교육소송은 교사가, 건설소송은 건축사가 진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난센스 같은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송대리는 단순한 법률서비스 직무가 아니라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나아가 국가 사법권 체계를 뒷받침하는 주춧돌”이라며 “소송에 있어서는 단지 세법뿐만 아니라 헌법·민법·형법을 비롯한 행정법 및 소송법들에 대한 총체적 지식이 있어야 비로소 국민들의 ‘조세행정에 불복할 권리’가 정확하고 완벽하게 보호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무사단체 “조세소송은 당연히 세법전문가인 세무사가 진행해야”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사회는 “세무사는 조세불복절차에 대한 전문성과 조세소송대리 수행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납세자의 세무회계 사실관계를 토대로 불복청구를 대리하고 있으므로 세무사가 소송대리하면 납세자는 소송비용과 시간의 낭비로 인한 이중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세소송대리의 일관성은 납세자 소송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와 다수의 소액분쟁도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전문화된 조세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납세자 권리를 구제할 수 있다”고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예를 들며 “미국의 등록대리인은 연방조세법원이 주관하는 조세소송대리 시험에 합격하면 소송대리 수행이 가능하다”며 “독일의 세무사는 조세법원에서 얼마든지 납세자의 소송대리인으로서의 업무수행이 가능하며 세무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고 세무사 본인 소송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납세자연합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는 11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 손쉬운 조세소송을 위한 방안과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 수행의 타당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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