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공무원 채용에 있어 과도한 신체기준은 엄연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의 해석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8일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에게 경찰공무원 채용 시 ‘사지의 완전성’ 이라는 신체기준으로 응시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경찰공무원을 희망하는 피해자 A씨는 왼손 약지 손가락이 하나 없는데,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채용의 신체조건 중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기준으로 인해 경찰공무원 채용에 배제될 수 있어서 문의를 해본 결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결국 2018년 응시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컴퓨터 활용이나 운동능력에 전혀 지장이 없는데 업무적격성에 대한 구체적 판단 없이 ‘사지가 완전한 자’라는 신체 기준으로 응시자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손가락 등 사지가 완전하지 못하면 총기 및 장구를 사용해 범인을 체포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거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해상에서의 해난구조, 불법선박에 대한 범죄단속 등은 육상과 달리 고위험상태로 손가락이 하나 없으면 파지력과 악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경찰이 국민의 안녕을 위해 직무수행을 하려면 일정한 신체적 기준과 체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나, 약지는 총기나 장구 사용에 관련성이 적으며, 손가락이 완전한 사람이라도 파지력과 약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에 필요한 능력은 체력검사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은 채용공고 단계에서 직무와 관련된 최소한의 시력과 청력 등 기준만 제시하고 신체 및 체력 조건이 직무에 적합한지는 직무적합성 심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측정한다”며 “이와 달리 ‘사지의 완전성’이라는 우리나라 경찰공무원 채용조건은 외형적인 신체결손이나 변형이 있는 경우 무조건 경찰직무 수행에 기능적 제한을 가질 수 있다고 단정한다”고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신체 결손이나 변형이 있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기능제한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사지의 완전성이라는 외형적 신체기준을 응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신체의 미미한 결손이나 변형을 가진 자의 응시 기회 자체를 원천 차단한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로 보고, 이로 인해 응시기회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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