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번에는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을 몇 가지 말씀드렸어요. 그 이야기에서는 기술적인 차원에 대해 말씀드렸다면, 오늘은 감성적인 차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어떤 기분으로 써야 예상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에 관한 이야기예요.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보여야 할 것인가를 연애의 상황에 비유해서 ‘감’을 잡도록 돕는 것이 오늘 글의 목표입니다.
저는 자기소개서가 유혹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꾀어내는 일이지요. 자기소개서 작성은 구애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연애라는 것이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유혹을 받는 사람은 딱히 어떤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없는데 유혹을 하는 입장에서는 특별한 전략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적당히 속물적인 사람을 유혹하려고 가정했을 때에는 말이지요. 만남에서는 ‘진심’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진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요. 내가 아무리 진심으로 그 사람을 좋아해도 유혹을 하려면 ‘그 사람의 눈에 진심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 사람의 취향에 거스르지 않아야 하고, 내 매력이 무엇인지를 나 스스로 알아서 그 매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 쓰는 게 무슨 연애냐, 할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선택하는 자와 발로 뛰어 선택 받으려 하는 자의 입장 차이가 있다고 보여요.
연애시장(?)에서의 매력은 보편적인 차원과 개인적인 차원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을 듯해요.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많은 구분이지만, 말하기 쉽게 하기 위해 이렇게 구분할게요. 보편적인 차원에서의 매력이란, 예컨대 경제력, 외모, 지력, 소통 능력 등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측면이에요.
우리 자기소개서에서는 그것이 지원동기, 연구 활동, 법학 경험, 미래 계획, 문장력 등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한편, 연애시장에서의 개인적인 매력은 상대방의 취향에 부합하는 자신의 독특성 같은 것을 꼽을 수 있겠지요. 우리 자기소개서에서는 수험자 개인의 문체, 삶과 세계를 보는 관점, 성찰 따위들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연애를 할 때나 입시를 치를 때 자신 없어 하는 부분은 대체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보편적인 차원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을 해야하는데 자신감이 없다고 가정해 봐요. 그때 대체로는 내가 개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속성들-경제력, 외모, 지력, 소통 능력 중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여겨서인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기소개서를 쓰며 열등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내가 나 자체로 부족한 인간이라고 느껴서라기보다는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내세울 만한’ 지원동기, 연구활동이나 대외활동, 법학 경험, 구체적인 미래 계획 등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일 것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커플들 중에 제가 보편적인 차원의 매력이라고 예로 든 항목 단 네 가지라도 모두 (상대적이기는 하나) 충분히 갖춘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에요. 대신에 사람들은 개인마다 네 가지 정도를 조금씩 다르게 갖추고 있고 여기에 자신만의 매력이 더해져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매력 조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도 통하는 것 같아요. 물론, 우리 입시 시장은 연애시장과는 다른 점이 많지요. 그럼에도 모든 항목을 자신 있게 써 내려가는 사람은 지원자 열 명 중에 한 명이 안 된다는 점은 묘하게 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연애든 자기소개서든 자신만의 매력으로 부족한 요소를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여요.
사람이 참 모순되는 존재인 것이, 내가 돈 많고 잘생겼고 똑똑하다고 해서 호감 상대에게 그 점을 막 자랑하면 비호감으로 보여요. 말을 너무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것도 바람둥이처럼 보이는 불안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매력 요소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만남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처럼 같아요. 보편적인 매력 요소를 비슷하게 갖춘 두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결국 개인적인 매력 요소에 끌리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때로는 개인적인 매력 요소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기도 하고요.
우리를 선택하는 교수님들은 연애할 때 만나는 사람들과 달리 대놓고 속물이에요. 너 지원동기 있냐, 너 공부 좀 하냐, 미래 계획은 있냐, 글 좀 쓰냐 대놓고 물어 봐요. 그렇지만 좌절할 필요 없답니다. 우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자기소개서의 모든 항목을 자신있게 써 내려가는 수험자가 드물어요. 즉, 자기소개서의 이야깃거리가 비슷비슷하게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보편적인 매력 요소를 나보다 많이 갖춘 사람 소수, 부족하게 갖춘 사람 다수가 되는 상황이에요.
게다가 자기소개서의 이름이 왜 ‘자기’소개서겠어요? 점수화되지 않는 학생의 면면을 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에요. 정량화된 점수 몇 점 차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유혹의 전략이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반영될 수는 없지만, 교수님들 자체도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점이 우리가 파고들어야 할 지점이 될 수 있어요. 즉, 그들도 정량이 똑같은 학생 두 명이 있다면 그중 자기가 끌리는 인간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그러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 자신의 개인적인 매력 요소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해 보여요. 다음은 어떻게 개인적인 매력 요소로 자기 소개서를 서술해서 합격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예요.
<사례1>
리트 |
학점 |
영어 |
전공 |
활동 |
118.2 |
99.5 |
980 |
비법 |
봉사, 그림자 배심원 |
위와 같은 정량과 활동 내역을 가진 수험자가 있다고 해 봐요. 실제 합격생의 사례입니다. 이 분이 리트 점수를 기준으로 할 때 한 군데는 불안정 지원, 한 군데는 상향 지원했어요. 이 분은 다행히 영어 점수와 학점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리트 점수는 불안하고 법학에 관련된 활동이 빈약해요. 이 분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막연히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랐을 뿐이라 지원동기를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이었어요. 학업에만 충실해서 딱히 어떤 분야를 대단히 파고들어 연구한 적도 없어요.
그래서 학점은 좋지만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는 내가 무슨 무슨 활동까지 하며 얼마나 열심히 살았다, 할 만한 소재거리도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분은 법학보다는 전공 과목을 더 재미있어 했거든요. 미래 계획은 특히 문제였습니다. 막연히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어느 분야에서 어떤 기여를 하겠다 같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다지 할 말이 없는데 지어내서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니 전체적으로 구체화가 부족한 문장들이 눈에 띄었고 배가 산으로 가듯 법학을 하려는 사람이 아닌, 전공 적성을 살리려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분이 저에게 보여준 원고는 이전 해에 첨삭을 받고 실제로 원서에 넣었던 자기소개서였는데 합격과는 거리가 먼 글처럼 보였지요. 전면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선 저는 이 수험자의 이미지를 잡았어요. 이 분은 단정하지만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놈코어 패션 스타일에 차분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을 보면 공부는 성실하게 하지만, 공부 외적으로 인생이나 성공에 대해 자기만의 고민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이 수험자의 자기소개서는 ‘사색적인 감성 청년 콘셉트’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사색적인 청년 좋잖아요?
법대 교수라는 사람들은 그 시절에 사법고시 안 보고 학교에 남은 사람들이에요. 기본적으로 돈이나 권력보다는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지요. 만약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해서 교수가 되었다 한다면, 이 분들은 좌절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보면 법대 교수–사색-감성 통하는 데가 있잖아요? 이렇게 수험자의 개인적인 매력을 먼저 잡고, 여기에 맞추어 전체를 다시 구상하였습니다. 이 분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고, 별다른 활동 내역이 없기 때문에, 지원동기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 막연히 변호사를 꿈 꿨다고 솔직하게 쓰자고 했습니다. 이 분의 전체적인 문체가 그렇게 말을 해도 읽는 사람이 납득할 것 같았거든요. 대신에 공부를 잘했다고 하지만 소위 sky학교를 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의 학업 좌절감과 그에 따랐던 개인적인 절망감, 그것을 극복한 과정을 서술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극복 경험이 대학 시절의 높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했지요.
또한 그림자 배심원 활동을 하며 느낀 점, 교양 과목들에서 알게 된 사회적 문제 등을 엮어서 전공에 관련된 진로를 잡았습니다. 이전 자소서도 전공 관련 진로를 서술해 두었었기 때문에 진로에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쓰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지요. 전공에 대한 이야기가 70프로, 법학에 대한 이야기가 30프로인 진로계획이었다면, 전공에 대한 이야기를 30프로로 줄이고 법학에 대한 이야기를 70프로로 늘려 비중을 조절했어요. 읽는 사람이 보기에 전공 vs 법학 구도에서 법학으로 치우친 사람처럼 보이게끔 말이지요.
지원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점은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은 으레 변호사를 꿈 꿨지 않느냐’라는 통념에 기대어서 해결했고, 부족한 활동 영역은 학업에서 기인한 내면적인 고민과 극복 경험을 서술해서 밀도를 높였습니다. 미래 계획은 서술의 비중을 조절했고요. 이 수험자의 문장이 전체적으로 길었는데 웬만하면 수정하지 않고 놔두었습니다. 잘 어울렸거든요. 또한 조금 유치해보이거나 시시해 보일 수 있겠다 싶을 때에는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구절 하나를 만들어서 넣었어요. 이렇게 해서 전체적으로 사색적이면서도 학업 역량은 뛰어나 보이는 자기소개서 한 편을 완성했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분이 원래는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점은 안 썼었어요. 제가 계속 이것저것 캐물어 보니까 들려주게 되었던 경험이지요. 아마도 그런 경험은 좋은 소재가 못 된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에는 자기 자랑만 해야할 것 같잖아요? 저는 그분께 교수들도 사람이고 이 분들이 공부만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업에서의 좌절 경험은 그분들께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잘만 쓰면 좋은 글감이 된다고 설득하였어요. 결과는 합격으로 이어졌고요. (*주의할 점: ‘잘만 쓰면’)
<사례2>
리트 |
학점 |
영어 |
전공 |
활동 |
130 |
94 |
980 |
비법 |
학교 지원 연수 |
이 분은 리트 점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상향은 아니지만 안정적이지도 않은 학교 한 군데, 조금 안정적인 학교 한 군데를 지원하였어요. 리트 점수가 잘 나왔지만, 어떤 학교들에서는 매우 평범한 점수이기도 하지요. 합격률을 높이는 점수라고 볼 수는 없었지요.
이 분은 지원동기가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했어요. 법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뚜렷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어요. 1~2학년 때의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3~4학년때의 성적은 좋은 것도 괜찮은 점이었지요. 그러나 꿈이 원대한 것에 비해 그 꿈에 해당하는 활동 내역이 해외 단기 연수 가서 남한테 ‘무슨 말을 들었다’가 전부였어요.
열심히 했다고 할 만한 공부는 외국어가 전부였는데, 영어 점수 낮은 지원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조금 걸리는 점이었어요. 이 분의 원고도 이전 해에 첨삭을 받고 원서로 넣었던 글이었는데, 문장력이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해 보였고, 말을 두서없이 해서 산만해 보였습니다. 진로 계획이 빈약한데 억지로 분량을 채워넣다 보니 자신의 포부만 감정적으로 서술한 부분이 특히 거슬렸습니다.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주었어요.
이 분은 다부진 체격에 목소리가 컸어요. 진지하게 답변을 할 때면 약간 웅변하는 사람처럼 말했어요. 문장은 짧고 작은 경험도 아주 중요한 것처럼 서술하는 면이 있었고요. 약간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러한 점이 소위 (성차별적인 지적이 있을 수 있음에도) ‘남자답다’라는 느낌을 주어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은 ‘힘찬 사내’의 이미지구나 했어요. 지원동기는 원래 뚜렷했으나 문장이 좋지 않아 차분하게 다듬었고, 1~2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성적이 좋지 못했다고 서술한 학업 활동 부분도 내버려 두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공부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는데, 이 분의 전체적인 문체를 볼 때 노느라 공부 안했다고 당당히 쓰는 점이 잘 어울렸거든요. 그후로 성적을 올렸으니 다행이고요. 그래서 굳이 뭔가 진지한 고민을 하느라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고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외국어에 집중되어 있던 학업 활동은 이 분의 전공과 향후 진로를 비추어 보면 크게 문제되지 않아서 진술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것으로 수정하였습니다.
문제는 꿈이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인데다가 그 분야에 대해 아는 바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진로 계획이 빈약한 부분을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 나누어 해결했습니다. 장기적 목표에 이 분이 말씀했던 막연한 포부를 넣고 단기적 목표는 그 일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들로 채워넣었어요. 목표를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로 나누면, 자신이 구상한 사업이 막연해서 쓸 내용이 별로 없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요. 분량 채우기가 쉬워지는 것이에요. 또, 이 분의 문체가 사색적이라기보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진취적인 성격에 가까웠기 때문에 일견 현실성 없이 보일 수 있는 원대한(?) 포부를 써도 잘 어울렸습니다. 대신에 진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수집해서 빈약한 내용을 채워넣게 했어요. 그래야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요.
위에서 보여드린 사례 두 가지는 결국 ‘나만의 매력’을 살려서 그에 어울리도록 자소서를 구성한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자신의 매력을 기준으로 해서 우리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보편적 매력을 버무려 ‘나는 이런 느낌의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어 성공한 사례이지요.
‘어떤 느낌’의 사람인지 알면 그 사람이 나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 한, 사랑스러울 수 있어요. 친구관계이든 연인 관계이든 스승과 제자 관계이든 모든 관계에는 ‘그 사람에 대한 어떤 느낌’이 작용하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교수님들은 다양한 학생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는 폭이 넓을 가능성이 크지요. 제가 자기소개서를 솔직하게 쓰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런 이유랍니다. 자기소개서에 ‘자기’가 보이도록 하는 것. 그러면 비슷비슷하게 빈약한 자기소개서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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