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고시. 대한민국 국회사무처에서 실시하는 입법부 일반직 5급 공무원 공채로 2000년 이래 선발인원이 연간 13~25명에 불과해 여타 고시들 중 경쟁률이 가장 높은 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제34회 입법고시 채용에서는 지원자의 단 0.36%에 불과한 인원이 최종합격했다. 각 분야별로는 일반행정 6명, 재경 6명, 법제 3명이다.
이처럼 소수인원 선발로 매년 화제인 입법고시. 더군다나 지난 7월 10~11일 치러진 금년도 면접시험에서는 8명이 최종 합격을 앞두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도 합격자의 자리는 있다. 그리고 수석합격의 영예도.
법제직 최고득점자 설그린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으니까 햇수로 4년만에 합격했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입법은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되는 만큼 합격의 기쁨에서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험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정진’뿐. 그러나 양인지 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단, 목표가 확고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설그린 씨는 4년여의 수험생활을 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기간이다. 지난 2015년부터 최종 합격까지 목표는 하나였고 이를 향해 꾸준히 ‘정진’한 결과, 최종 합격이자 수석 합격의 영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에 본지는 설그린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김민주 기자 gosiweek@gmail.com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번에 입법고시 법제직에 합격한 설그린입니다. 저는 단국대학교 법학과 07학번으로 입학하여 올해 2월 졸업하였습니다. 입법고시는 2015년부터 응시하였고 2015년 2차 탈락, 2016년 1차 탈락, 2017년 2차 탈락 끝에 2018년 최종합격하였습니다.
Q. 입법고시는 워낙 소수인원을 선발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도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와 많은 직렬 중 법제직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A.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에 복학하여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전공과 관련된 진로를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법학과 관련된 여러 시험을 검색하게 되었고, 그 중 국회에서의 의원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조사관의 업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입법고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입법고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A. 입법고시를 준비함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적은 선발인원과 1차 PSAT 그리고 2차에서 출제되는 단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PSAT에서 크게 고생하지는 않았지만, 사례위주의 공부법으로 인하여 단문에서 상당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단문을 대비하기 위하여 특별히 별도의 준비를 하지는 않았으나, 평소 공부할 때 지엽적인 부분의 암기에 치중하기 보다 당해 과목 전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결과 실제 시험에서 단문 문제에 대해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PSAT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본인만의 공부법이 있다면?
A. 저는 입법고시를 2015년부터 응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5급 공채 PSAT 기출을 분석하며 시험을 준비하였고, 어렵지 않게 2차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PSAT에 대한 방심은 2016년 1차 탈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2017년에는 절치부심하여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입법고시 PSAT은 2015년을 기점으로 5급 공채와 난이도면에서 유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입법고시만을 위한 별도의 PSAT 준비보다는 5급 공채 기출과 입법고시 2015년 이후의 기출을 통해 기출을 분석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시행하는 전국모의고사 및 모강은 실전감각과 시험에서의 시간배분을 연습하는 측면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PSAT 자체의 실력향상은 기출문제 분석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출문제를 통해 당해 문제가 요구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연습하였고 모강을 통해 시간배분과 낯선 문제를 만나게 되는 실제 시험장에서의 경험을 연습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모두 1차 시험에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Q. 2차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A. 입법고시 법제직 2차 과목은 헌법, 행정법, 민법, 형법 그리고 선택과목으로 구성됩니다. 저는 선택과목으로 민사소송법을 선택하였고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사법시험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지금은 사법시험이 폐지되었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강의를 들어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재시 이후에는 강의는 듣지 않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스터디도 하고 싶었으나 탄력적인 공부계획을 선호하여 하지 않았고, 답안 작성도 실제 시험 이외에는 별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공부 하면서 지엽적인 암기보다는 전반적인 이해를 증진함을 주 목적으로 하였고, 답안을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항상 답안에 현출할 문장으로 재정리하며 고민하였습니다.
또한 저는 통상 일반론이라고 불리는 것을 답안에 과도하게 쓰는 것을 지양하여 실제 시험문제에서 묻는 것에만 답안을 작성하고 검토 및 포섭에 중점을 두며 남들과 차별화되는 답안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Q. 취약했던 과목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하였나요?
A. 저는 5급 공채와 병행하여 준비하였기 때문에 겹치는 3과목과 달리 헌법, 형법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습니다. 형법은 개인적은 흥미를 바탕으로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으나, 헌법은 재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것에는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엽적인 암기보다는 헌법 전반의 원칙, 예를 들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그 위헌 여부의 심사기준이 되는 과잉금지의 원칙, 각 국가기관의 권력을 분산시켜 상호 견제를 통해 그 균형을 유지하는 권력분립의 원칙 등의 그 취지와 목적 및 내용 등을 이해하고자 노력하였고, 반드시 암기가 요구되는 부분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핸드북을 이용하였습니다.
Q. 시험 하루 전 어떻게 보냈나요?
A. 하루에 1과목을 보는 5급 공채와 달리 입법고시는 시험 일정상 첫날 2과목을 응시하게 됩니다. 저는 시험 첫날의 첫 과목인 행정법을 잘 봐야 시험 전반의 컨디션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전날에는 행정법 핸드북을 통해 전 범위 1회독을 하였고, 무엇보다 시험 당일의 컨디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Q. 면접시험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A. 소수직렬은 통상 당해 직렬 합격생끼리 모여 스터디를 하기 때문에 2차 합격자발표 후 행정고시 수험생 카페를 통해 법제직 면접스터디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입법고시는 행정고시와 달리 2차 합격자 발표와 면접시험과의 기간이 짧아 촉박하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법제직 특성상 면접에서는 헌법 내지는 법률에 대한 문제가 나올 것이라 예상되어 스터디에서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여러 이슈 중 법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며 준비하였고 개인적으로는 국회에서 발간하는 이슈와 논점이라는 정책자료집을 통해 준비하였습니다.
Q. 입법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남기고픈 말
A. 입법고시는 타 시험에 비해 정보도 많지 않고 그 선발인원도 적습니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합격하는 시험이고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입법고시를 준비할 때는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항상 있었지만 결국 합격할 수 있었고 추가로 운이 따라줘 분에 넘치는 수석합격을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수험생 여러분들이 다음에는 이 글을 쓰게 되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포기하시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신다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
A. 아직도 시험에 합격한 것이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이는 온전히 제 실력보다는 다소의 운이 따라줘서 합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곧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게 됩니다. 입법은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누구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에서 제‧개정되는 법률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또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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