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실패에 흔들렸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10년이라는 긴 수험생활과 계속되는 낙방. 자칫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올해 법원행시 수석을 차지한 김동철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수차례의 좌절을 겪고 힘들어 했지만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수험준비에 매진했다.
법원공무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던 김 씨는 한양대 법대에 진학한 후 사법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연이은 사법시험 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 인생에 대해 나름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김 씨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사법시험이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공부한 법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공직이 적성에 맞는다는 판단 하에 법원행시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로 서른일곱인 김 씨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자리를 잡아갈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고,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을 그만하자”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또 항상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또 김 씨는 법원행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김 씨는 “공부할 양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며 “올해 2차 시험 문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중요부분 위주로 공부하고 적절히 포기할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수험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계획이 틀어져서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공부한다면, 혹시나 불합격되더라도 다음 시험에 합격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2015년 제33회 법원행시 수석합격자 김동철 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선용 기자 gosiweek@gmail.com
Q.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번 33회 법원행정고등고시에 수석으로 최종합격한 김동철이라고 합니다.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였고 약 10년간의 수험기간을 거쳐 37살의 늦은 나이로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서 전혀 예상치 못하였는데 얼떨떨하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Q. 법원행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A. 법원공무원이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레 법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그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였으나 수차례 좌절을 겪고 나서 공부에 치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제 인생에 대해 나름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사법시험이 제가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법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 공직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 법원행정고시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법원행정고시와 사법시험의 수험방법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1차 시험의 경우 첫째, 사법시험과 달리 120분에 120문제를 쉬지 않고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좀 더 빨리 풀고 120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고 둘째, 민법문제에 사례문제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법의 경우 사례보다는 판례원문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개수형 문제가 대량으로 출제되고 당락을 좌우하므로 이에 대비해서 판례·조문을 정확히 암기하고 함정을 파는 지문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에서는 잘 보지 않았던 조문도 지문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차시험의 경우 첫째, 단문이 출제되므로 기출문제 분석을 통해 예상단문을 추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개인적인 경험상 판례가 득점에 차지하는 비중이 사법시험보다 크다고 생각되므로 학설보다는 판례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득점에 유리한 것 같습니다. 셋째, 사법시험과 달리 답안지 분량의 제약이 거의 없으므로(A4 30쪽) 답안지가 모자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다만, 답안분량과 득점이 비례관계에 있지는 않으므로 굳이 양을 많이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년도 최신판례도 문제로 출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다만, 그런 문제는 올해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유가 된다면 최신판례를 별도로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법원행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과 극복방법은?
A. 1차의 경우는 개수형 문제가 제일 까다로운데 몇 년 연속 대부분의 개수형 문제가 형법에서 출제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형법이 가장 어려웠던 과목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정확히 판례·조문을 암기하기 위하여 제일 많은 시간을 들였고 조문을 별도로 출력하여 각 조문의 공통점·차이점을 직접 적고 형광펜을 이용하여 중요부분을 체크하는 방식 등으로 공부하였습니다.
2차의 경우 행정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공법에 유난히 약한 편이라 2014년 법원행시 2차에서도 행정법 과락으로 탈락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과목보다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그리고 욕심부리지 말고 답안지에 쓸 수 있는 만큼만 공부하자라는 생각으로 의식적으로 양을 줄이면서 공부하였고 답안지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책을 읽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중요쟁점만을 먼저 꼼꼼히 보고 그 후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간단히 공부하였습니다.
Q. 본인만의 1차 시험 공부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는 기본서를 주교재로 삼고 보았지만 수회독 이후에는 주교재를 OX지문집이나 객관식 판례집으로 하고 부교재를 기본서로 하여 먼저 OX지문집을 보고 그 후 궁금한 점이 있을 때 기본서를 발췌독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3명의 스터디를 구성하여 진도를 어느 정도 강제하였고 기출문제를 함께 풀면서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푸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자잘한 암기사항이나 최신법령개정사항은 미리 별도로 정리하여 짜투리 시간에 틈틈이 보았고 최신판례도 그 중요성을 감안해 꼼꼼히 보았습니다. 시험장에서는 미리 정리한 암기사항과 최신판례만을 보았습니다.
Q. 2차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A. 먼저 10년정도의 법원행시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출제가 예상되는 중요쟁점 및 단문을 파악하였습니다. 그 후 중요쟁점 위주로 기본서를 보고 바로 답안작성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답안작성은 스터디원 전원이 1차에 합격하여 같은 스터디에서 연습하였습니다. 스터디원들과 일주일에 4~5번 정도 법무사·변시 기출문제와 중요단문에 대해 답안작성을 하였고 서로의 답안지를 돌려보며 고쳐야 할 점과 잘 쓴 부분 등에 관하여 서슴없이 의견교환을 하였습니다. 부수적으로 스터디 시작 전 스스로 선정한 판례문구를 암송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판례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별도로 판례암기장을 키워드 중심으로 만들었고 대법원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최신판례를 정리하였습니다. 중요단문도 스터디원들과 함께 별도로 정리하였습니다. 시험장에서는 미리 정리한 판례암기장, 최신판례와 단문을 보았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기도 하고 공부를 하면 심적부담만 커져서 스터디원들과 편하게 쉬기도 하였습니다.
Q. 면접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A. 스터디 친구가 같이 2차에 합격하여 함께 준비하였습니다. 집단토론에 대비하여 상고법원문제나 사실심 강화방안등 사법부와 관련 있는 시사이슈들을 찾아보고 그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개별면접에 대비해서는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예상되는 질문에 문답식으로 연습하였습니다.
Q. 수험준비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와 극복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계속된 탈락으로 자존감은 떨어지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자리를 잡아갈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은 물론 2차 시험의 경우도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너무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수험준비를 포기하기도 싶었습니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을 그만하자’라고 마음을 다잡고 항상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들과 여러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하였던 스터디원들이 큰 의지가 되었습니다.
Q. 유예제도 폐지로 인해 시험 준비에 부담이 되진 않으셨나요?
A. 아무래도 1차시험 후 2차시험까지의 약 2개월의 짧은 시간에 5법을 준비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올해부터는 2차유예생이 없는 상태로 모든 2차 수험생이 모두 동등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법원행시 2차 경험이 올해 시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법원행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먼저 법원행시의 특이점을 잘 파악하시고 이에 착안하여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수험생이 공부하는 내내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한걸까’, ‘내 공부방법이 맞을까’, ‘아는 게 하나도 없어’라는 자괴감 내지 걱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지나간 것,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는 여유를 가지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공부할 양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2차 시험 문제에 비추어 보더라도 중요부분 위주로 공부하고 적절히 포기할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수험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부계획이 틀어져서 공부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혹시나 불합격하더라도 다음 시험에 합격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
A. 교육원 입소 전까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는 것, 여행, 등산, 운동 등을 하면서 마음 편히 지내고 싶습니다. 교육원 입소 후에는 동기들과 함께 충실히 교육을 받고 항상 공부하여 능력있고 신뢰받는 사법부의 일원이자 국민에 대한 봉사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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