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통고 받은 날부터 3개월 지나야 효력
내용증명·임차권등기명령으로 권리 보호해야

▲엄정숙 변호사(부동산 전문)
전세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이후 임차인이 이사를 계획하면서 보증금 반환 시기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지만,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즉시 발생하지 않아 이를 오해한 갈등 사례가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23일 "묵시적 갱신 이후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해지 효력은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며 "통고 직후 곧바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반환 시점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묵시적 갱신은 임대차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별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기존 조건 그대로 계약이 연장되는 제도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종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본다. 임차인도 만기 2개월 전까지 별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이 연장되며, 이 경우 임대차 기간은 2년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묵시적 갱신 이후 예상치 못한 직장 이동이나 주거 변경 등의 사유로 임차인이 중도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계약의 경우 임차인이 언제든 해지를 통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계약 해지는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난 뒤 효력이 발생한다. 즉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 역시 통고일이 아닌 3개월 경과 시점부터 발생한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임차인 A씨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직장 이전으로 이사를 결정한 뒤 임대인에게 "다음 달에 나가겠다"고 구두로 통보했다. 그러나 임대인은 "새 세입자가 구해져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맞섰고, A씨는 해지 통고 시점 자체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두 통보보다 내용증명 우편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해지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통고일이 명확해야 해지 효력 발생 시점인 3개월 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차인이 자주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묵시적 갱신 후 새로 시작된 2년의 계약 기간이다. 이 기간은 임대인에게는 구속력이 있지만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차인은 2년을 모두 채우지 않더라도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계약 종료 시점이 아니라 해지 통고일과 효력 발생일을 정확히 관리하는 것이다.
해지 통고 후 3개월이 지나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전세금반환소송을 통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증금 원금뿐 아니라 반환이 지연된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이사를 먼저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권리 보전 절차도 중요하다.
대항력은 주택 점유와 전입신고를 통해 유지되며, 우선변제권은 여기에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 인정된다. 하지만 이사로 인해 점유와 전입신고 상태가 해제되면 이러한 권리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가 완료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사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주택 소재지 관할 법원에 신청할 수 있으며, 등기 완료 후에는 점유와 전입을 이전하더라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이사를 계획한다면 내용증명으로 해지 통고를 남기고 3개월 뒤 효력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이사 일정을 설계해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먼저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권리를 보전한 뒤 이동하는 것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피앤피뉴스 / 서광석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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