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으로 농지전용 절차 없이 가설건축물 신고만으로 설치 가능
자동개폐식 양변기·절수형 세면대 갖춰…인근 농가도 공동 이용

밭에서 장시간 일하면서도 주변에 화장실이 없어 집이나 마을회관까지 이동해야 했던 농업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전국 농촌지역 80곳에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된다. 특히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 물을 적게 마시거나 용변을 참는 경우가 있다는 여성농업인들의 현장 요구가 사업으로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 단위 ‘들녘화장실 설치 지원사업’을 추진해 전국 23개 시·군 80곳에 이동식 공동화장실 설치를 지원한다고 10일 밝혔다. 농지 안에 화장실을 설치할 때 거쳐야 했던 절차가 최근 간소화되면서 농작업 현장에 필요한 시설을 직접 설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농촌에서는 농지 인근에 이용할 화장실이 없어 장시간 농작업을 하는 농업인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집이나 마을회관까지 거리가 먼 곳에서는 작업을 멈추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여성농업인은 “밭에서 일하다 화장실이 급하면 마을회관까지 걸어가기는 멀고 차를 타고 가도 20분은 걸린다”며 농번기의 어려움을 전했다. 또 다른 농업인은 고령 농업인 가운데 운전을 하지 못해 일부러 물을 적게 마시거나 용변을 참으면서 일하는 경우가 있고, 방광염으로 고생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농지에 화장실을 설치하려면 농지 전용 절차가 필요해 현장에서 쉽게 설치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8월 28일부터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농지 전용 절차 없이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농식품부는 제도 변경에 맞춰 실제 설치 비용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부터 지방정부를 통해 설치 희망 수요를 조사했다. 농업경영체 등록 여부를 기본 자격으로 두고 화장실 설치 예정지와 주거지 간 거리, 공동으로 이용하는 여성농업인 수, 설치 장소의 적합성 등을 평가해 23개 시·군 80곳을 최종 선정했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충북 영동군이 11곳으로 가장 많고 제주 서귀포시 10곳, 경남 밀양시 9곳, 충남 예산군 7곳이 선정됐다. 전북 고창군과 전남 곡성군은 각각 6곳, 전남 장성군과 경북 문경시는 각각 5곳이다. 이 밖에도 인천 강화, 경기 가평, 강원 홍천 등 전국 각 지역에 설치된다.
설치는 오는 10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여성농업인만 사용하는 시설이 아니라 인근 농가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남녀 표지판을 바꿔 부착할 수 있게 하고 관리자를 지정해 정기적인 소독과 정화활동, 분뇨 수거 등도 맡긴다.
이번 사업에는 NH투자증권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2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한 곳당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며 상생기금이 90%, 농가가 10%를 부담한다. 사업 수행은 한국농어촌희망재단이 맡는다.
설치되는 화장실은 정화조가 필요 없는 이동식 형태다. 악취를 줄이는 자동개폐식 양변기와 물탱크, 절수형 세면대를 갖추며 자연발효 방식으로 분뇨를 처리한다. 한 필지에 계단 등 부속시설을 포함한 전체 면적은 10㎡ 이하여야 한다. 공급업체는 설치 후 최소 1년간 유지보수도 제공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들녘화장실은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농업인의 인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농작업 환경”이라며 여성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농작업 환경과 농촌 생활여건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