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은 물론, 가족 갈등·우정·자존감까지 담은 23편의 성장 서사
청소년 진로 앞에서 멈춰 선 어른들을 위한 책
“열심히 살아왔지만 방향을 잃은 너에게”… 35년 진로교사의 응원
[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진로 고민, 가족과의 갈등, 자신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진짜 이야기가 책으로 엮였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안한 10대의 경계를 지나던 아이들과 묵묵히 동행해 온 한 교사가 쓴 기록이 독자들 앞에 놓였다.
신간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문경보 지음, 마음의숲 펴냄)은 ‘진로’라는 키워드를 넘어서,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현실적인 성장 서사다.
책에는 자동차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부터 다문화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 알코올 중독을 이겨낸 입시생, 탈북 청소년까지 총 23명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이들의 여정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곁에 있는 등대’로 함께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냥 네 생각만 해도 괜찮다”고.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의 저자 문경보는 35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이자 진로상담 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그는 이 책에서 스스로도 정답을 모르는 진로와 인생의 방향 앞에서 흔들리는 청소년들에게 확신 대신 공감으로 다가선다.
책의 첫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등대의 마음으로 글을 썼다.” 아이들과 함께 뱃길을 항해하지는 못하지만,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불을 밝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말보다 시선이, 조언보다 존재가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모두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얼굴들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향해 달리는 경쟁의 레일에서 벗어난 순간 그들은 흔들리고, 때로는 좌절한다. 학교 폭력을 견디다 꿈을 포기한 아이, 아버지와의 갈등 끝에 홀로 전학을 결심한 학생, 성적이 뛰어난 새터민, 진로를 몰라 늘 짜증이 가득하던 아이까지—저자는 그 각각의 사연을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엮어냈다.
학생들이 겪는 고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성적’이나 ‘학과 선택’만이 문제가 아니다. 자존감, 가족과의 갈등,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신이 함께 얽혀 있다. 어른들 눈에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겐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사건이다. 문경보는 그런 아이들에게 말한다. “차라리 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조차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각 장의 끝에는 저자의 짧은 메시지가 별면처럼 실려 있다. “그 사람”, “기대어 울 사람”, “플랜B” 같은 제목들은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플랜B를 선택하든, 그곳에도 네가 있어. 거기서 또 다른 세상이 시작돼.” 같은 문장은 단지 아이들뿐 아니라, 진로·인생·관계 앞에서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도 울림이 깊다.
문경보는 회복탄력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둔다. 실패했더라도,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다. 때로는 아이들보다 더 불안한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용기의 한 문장이 되어줄 수 있다.
“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은 청소년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지만, 단순히 10대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둔 부모, 교사,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는 청년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독서가 될 것이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이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삶은 결국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반복이라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진로에 대한 해답보다 그 곁을 지켜주는 시선, 어떤 문제든 ‘그저 질문하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그것이 이 책이 들려주는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언이다.
5월 청소년의 달, 스승의 날, 어버이날을 맞아 진심 어린 선물 한 권을 고민 중이라면, 어른도 넘기 어려운 담장 앞에 선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권한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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