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 한국 법학교수 저서 – 송희성 논설위원

김민주

gosiweek@gmail.com | 2019-11-21 13:13:00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에 비하여 한국법학계는 대학(및 대학원) 수와 교수의 수에 비하여 깊이 있는 저서와 논문 문수가 많이 적다. 특히 대륙법계가 속하는 우리 법학계는 같은 대륙법계인 독일, 일본에 비하여 그 저서와 논문 수가 현저히 적은 바, 이 문제와 법률 문화 수준을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면관계상 원인, 영향, 대책의 세 가지로 나누어 요약·관찰해 본다.

 

첫째, 왜 이렇게 저서·논문 수가 적고, 함량 미달의 상태가 되어 있는가? 나는 1962년 대학 수와 대학생 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던, 제1회 수능시험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였다. 말할 필요도 없이 해방 후 10여 년간 우리 법학계는 황폐하였다. 일본인 교수가 떠난 자리를 메꾸기 위하여 학사들이 대거 교단에 섰고, 몇 안 되는 대학교재는 일본책을 번역한 것이었고, 상당수의 법학도는 일본어로 된 책을 보고 있었다.

 

50년대의 빈곤 상황에서의 모든 우리 학계의 교재의 빈곤 상태는 동일하였으므로 유독 법학분야만 들먹일 필요는 없다. 나는 6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였으므로 60년대의 상황은 비교적 상세히 기억한다.

 

김 모 교수와 곽 교수의 강의·책, 그리고 형법 분야에서는 유 교수·황 교수·정 교수·남 교수의 강의와 책, 또 헌법 분야에서는 박 교수·강 교수·갈 교수·김 교수 등의 강의와 그들의 저서 및 상법 분야에서는 서 교수 기타 몇 교수의 책과 강의, 행정법 분야에서는 김 교수의 저서, 또 강의와 진취적 논문으로 우리의 학문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 2015년대에 이르러 사법 요원을 늘리는 현상이 계속되자 법학계로의 학자 진출은 극빈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90년대에서 2015년까지 근 30년간 쏟아져 들어온 독일 등의 유학파가 학계에 근무하였으나, 그들은 학위 받은 ‘특수분야’는 알고 있었으나, 법학 일반분야를 몰라 법학교육은 ‘사상누각’이 되었다.

 

특히 법정·사법행정·고시연구·월간고시가 그런대로 논문을 발표하여 법학공부에 도움을 주었으나, 그들이 재정난으로 폐간된 후는 자그마한 ‘학문의 장’마저 사라졌고, 살아있는 ‘고시계’도 곧 폐간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40년 이상 대학원은 사법시험을 치기 위한 병역연기 수단이었고, 그 석사논문은 모두 전년도 또는 과거 논문을 베끼는 것들이었다.

 

둘째, 법학의 학문적 유도책의 결여는 법학이 ‘순도미달·함량미달’의 길을 걷게 하였다. 다만 법학이 보다 정의로운 높은 수준의 학문의 지향을 포기한 채 ‘기능공 양성’에 주력해왔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수준 높은 학문의 길을 가는 것을 포기하고, ‘기능공’만 양성하고 있다고 본다.

 

셋째, 법학을 학문적으로 깊이 있고, 고양(高揚)시키는 방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분석력·판단력·기억력이 우수한 자가 학교의 길로 가는 ‘특수한 제도’가 필요하다. 예컨대, 국가가 우수한 자를 선발하여 외국에서 선진학문에 배워오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교수가 되는 길이 10년 이상, 15년이 걸리는데 5년 정도면 돈벌이 나서는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제도하에서는 우수자를 법학자로 확보할 수 없다.

 

정치하는 자들이 법은 정치의 종속물이라는 생각을 바꾸어 주기 바란다. 한 교수의 저서만이 그 교수의 평가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저서는 그 교수의 저서가 얼마나 널리 읽혀지고 있는 가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기타 교수들의 명저가 나오지 않는 현실을 개탄한다. 극히 주관적 기우일지 모르나, 지금 저서를 낸 10여 명의 교수들이 작고하거나 은퇴 후는 매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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