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바라보는 2개의 ‘시선’
이선용
gosiweek@gmail.com | 2019-04-23 15:55:00
대한민국에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제도를 바꿨지만, 지난 10년간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로스쿨을 졸업한 후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오면, 합격률을 놓고 상반된 의견이 충돌한다. 무턱대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시선과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려 많은 변호사를 배출하여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아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바라보는 2개의 시선이다.
▶시선 하나_신규변호사 축소, 유사직역 통폐합 동참하라!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4일 앞둔 지난 22일 현직 변호사들은 신규변호사 축소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다. 생존권 사수를 위해 바쁜 업무를 잠시 미루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현직 변호사들은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에 일희일비 말고, 유사직역 정리에 동참하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최대 단체인 대한변협은 “로스쿨은 법조 유사직역의 통폐합, 축소 등을 전제로 지난 2009년 도입되었지만,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유사직역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2019년 현재 법무사는 6,869명, 변리사는 3,271명, 세무사는 13,194명, 공인노무사는 4,419명, 행정사는 327,227명, 관세사는 1,970명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변호사 이외에도 다양한 법조 유사직역 종사자들이 활동 중이기 때문에 변호사 배출 인원을 결정함에 있어 법조 유사직역의 현황, 종사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한변협은 “법조 유사직역의 통폐합, 축소를 회피하고 변호사 숫자만을 늘리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존립과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조 유사직역 자격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유사직역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고,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년 수준 이상으로 변호사 배출 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의 도입으로 신규변호사 배출 인원이 많이 증가하였고, 변호사들의 다양한 직역으로의 진출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바, 법조 직역과 법조 유사직역과의 관계 재설정, 법률 사무영역의 업무조정, 직역 간 통폐합 문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선 둘_“기득권의 밥통 사수…후배 숨통 조이는 선배”
현직 변호사들이 변호사 합격자 수 축소를 주장하던 그 시각, 바로 1m 옆에서는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외치며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그 어떤 전문직도 후배 숨통을 조이는 선배는 없었다”며 “기득권의 밥통 사수 때문에 학생들은 죽어간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삭발한 전남대 로스쿨 7기 양필구 씨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위하여 후배를 탄압하는 선배변호사들의 탐욕을 꾸짖기 위해 삭발을 했다”고 전제한 후 “저의 삭발이 제도의 모순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선후배들 그리고 오탈자 분들에게 용기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들의 단체 행동에 로스쿨 교수들도 성명을 발표하며 힘을 보탰다.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로스쿨협의회는 “대한변협의 이번 집회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오로지 기존 변호사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에 불과하다”며 “로스쿨은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인 만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하고 송무 이외에 기업 및 공공분야, 국제기구 등 다양한 직역에 진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응시자 대비 60% 이상 보장되어야 하며, 법무부에서도 천명한 바와 같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시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 및 자격시험으로서의 성격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 로스쿨 교수들의 협의체인 로스쿨교수협의회도 23일 성명을 발표하며, “변호사시험의 정상화”를 재차 강조했다.
로스쿨교수협의회는 “변호사단체를 중심으로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더 하향하거나 현상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매우 우려한다”며 “변호사시험의 합격 기준을 아무런 근거 없이 ‘총입학정원 기준’ 체제에서 자격시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응시자 수 기준’ 체제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변호사시험을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에 부합하는 완전한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하여 구체적인 개혁실천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예정대로 4월 26일 발표된다. 올해 변호사시험에는 응시대상자 3,617명의 중 3,330명이 응시하여 92.07%의 응시율을 나타냈다. 또 총 7번이 시행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제1회 87.15% ▲제2회 75.17% ▲제3회 67.63% ▲제4회 61.11% ▲제5회 55.2% ▲제6회 51.45% ▲제7회 49.3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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