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2019학년도 LEET 언어이해 총평 및 분석_강윤진 강사
| 2018-07-25 09:43:00
주의했다면 피할 수 있던 선택지들
위의 ㄱ~ㄷ 보기 중에서 ㄷ보기는 제시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려워하셨던 분들은 ㄱ과 ㄴ 때문에 고민하셨을 것입니다. 특히 ㄴ보다 ㄱ으로 더 오래 고민하셨을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강윤진 강사입니다. 2019학년도 법학적성시험이 끝났습니다. 많은 수험자 분들이 어려워하셨고, 평균도 20개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총평을 하자면, 2018학년도에 이어 제시문은 쉬웠지만 선택지들이 까다로운 경향을 띱니다. 제시문을 쉽다고 여기며 읽었어도 함정이 되는 말들을 잘 피해가지 못해서 정답률이 내려가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평소 과학기술 제시문에 약하셨던 분들이라도 이번 시험에서만큼은 이 영역의 정답률이 인문 사회분야보다 더 높은 경우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제가 수업 중에 누차 강조했던 내용들을 몇몇의 선택지들과 관련지어 보려고 합니다.
매년 수업을 시작하면 항상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택지의 함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관계(구조)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의미적인 것입니다. 이 중 관계(구조)적인 왜곡에 속는 습관은 쉽게 교정되지만 의미적인 것에 속는 습관은 쉽게 교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이 어떤 뜻인지는 다음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의 사례들은 모두 2019학년도 언어이해에 출제된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ㄴ은 ‘상위 개념’ 및 ‘하위 개념’이라는 단어와 ‘빵’ 및 ‘장미’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개념 관계를 머릿속으로 그려 명확하게 오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선택지이지만 ㄱ의 경우, ‘언어의 표현력이 동등하다’라는 말의 추상적인 의미와 ‘동일한 온톨로지를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어로 각각 표현한다’라는 말의 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먼저 이 두 구절의 추상적인 의미를 파악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ㄴ은 상대적으로 의미가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말들을 이용해 관계를 파악하면 되지만, ㄱ은 상대적으로 의미 이해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는 말들을 이용해 관계를 파악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ㄱ이 조금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관계적인 사고는 보편적으로 수행되는 능력인 반면, 말의 범위에 대한 이해는 맥락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맥락을 고려하는 능력이라든지 혹은 관점에 따라 말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 되지요. 위의 예에서 ‘이들 언어의 표현력’이라는 말의 의미는 ‘동일한 온톨로지를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어로 각각 표현하기 위해서는’이라는 전절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동일한 온톨로지를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어로 각각 표현한다’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는 제시문 전체에서 ‘온톨로지’라는 것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관계적인 사고보다 의미적인 사고를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정보량이 증가하므로 주관적인 오독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제시문을 잘 읽었다고 하더라도 긴장된 상태로 짧은 시간 안에 낯선 정보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선택지에 숨겨진 함정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은 “강조1. 독해력을 기르셔라. 강조2. 선지를 보실 때에는 문장의 구조를 먼저 보셔라. 강조3. 관계 이전에 ‘대상’이 있다, 명사를 잘 보셔라” 하는 것입니다. 1은 독해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선택지에 등장한 말의 범위가 제시문 내에 있는 것인지 밖에 있는 것인지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고 강조2는 선택지에서 파 놓은 관계적인 함정을 살피기 위한 것입니다. 3은 어떤 말이든 ‘의미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강조2와 강조3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합니다. 강조3이 중요하다고 해서 지엽적으로 단어에만 집착하며 선지를 보시면 안 되기 때문에 강조2가 필요하고, 강조2만 봐서는 의미적인 함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강조3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은 강조3이 앞에서 말씀 드린 ‘의미적인 함정’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사례들을 살펴봅시다.
위 문제의 정답은 ①입니다. ②선택지로 인해 고민하셨던 분들은 제시문 중 “구조이론은 법의 존재 이유가 사회적 필요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가정을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라거나 구조이론에서는 “법은 구조화의 결과물”이라는 말 등의 내용 때문에 ②선택지의 ‘법이 발생하는 기원을 알려 주려 한다’라는 말이 맞기 때문에 ②번 선택지도 정답이 아닌가 고민하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②선택지는 ‘그런 모습을 띠는 이유’라는 구절과 ‘기원’이라는 단어를 비교하도록 요구하고 있지요. 제시문 2단락에 “구조이론에서는 상이한 법 현상을 사회 구조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설명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 구조이론은 ‘법이 그런 모습을 띠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구조이론은 ‘법이 그런 모습을 띠는 이유’와 ‘법이 발생하는 기원’을 모두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대상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강조3에 따라 ‘법이 그런 모습을 띠는 이유’라는 부분과 ‘법이 발생하는 기원’이라는 구절의 의미를 파악한 뒤 강조2에 따라 관계를 파악하시면 이 선택지를 피해갈 수 있었겠네요.
이 문제의 정답은 ⑤입니다. ④번 선택지가 모호한 데가 있는데요, ㉢의 경우에는 자유보다 평화와 안전을 중시했다는 점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의 경우에는 “그리스 문화를 존중하는 로마 황제들의 배려가 늘어가면서, 그리스인의 자유 상실감은 상당히 약화되었다”라는 구절 때문에 ㉡이 자유보다 평화와 안전을 중시한 것이 맞느냐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⑤는, ㉠, ㉡, ㉢이 ‘로마의 정체 변화’라는 대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파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명백하게 잘못된 선택지입니다. ㉠, ㉡, ㉢이 긍정적으로 파악한 ‘대상’은 로마의 지배이지 로마의 ‘정체 변화’가 아닙니다. 이 선택지는 강조1에 따라 제시문에서 ㉠, ㉡, ㉢ 각각의 범주를 파악한 뒤 강조3에 따라 ‘로마의 정체 변화’라는 말의 범주를 파악하고 강조2에 따라 관계를 파악하면 되는 선택지입니다.
<사례1>와 <사례2>를 비교하자면, <사례1>의 ②는 ‘법이 그런 모습을 띠는 이유’와 ‘법이 발생하는 기원’이라는 두 명사구 사이의 상대적인 비중을 비교하는 선택지이고 <사례2>의 ⑤는 ㉠, ㉡, ㉢의 공통점을 묻는 선택지입니다. 후자는 선택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구조이고 전자는 비교적 덜 흔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자는 강조2에 따라 ‘관계’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고 후자는 강조3에 따라 ‘로마의 정체 변화’라는 명사구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저의 경험상 강조2에 따라 선지의 구조를 보는 눈이 빠르게 좋아지지만, 강조3에 따라 말의 의미 범위를 구분하는 능력은 빨리 좋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말의 의미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경우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선택지의 정답은 ④번입니다. 아마도 ④번과 ⑤번 사이에서 헷갈린 수험자 분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 같습니다. ④가 맞다고 보신 분들은 명사 ‘개체들’을 ‘개념들’로 잘못 읽으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시문에서 상속 관계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온톨로지에서 개념은 관계를 통해 다른 개념들과 연결된다. 필수적인 관계는 개념 간의 계층 구조를 형성하는 상속 관계이다.”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 개념과 개념들은 상속 관계를 통해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④번은 개념과 개념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개념’과 ‘그 개념에 속한 개체들’이라고 써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개체들’을 ‘개념들’로 잘못 번역해서 읽게 되면 이 선택지가 틀린 점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강조3에서 명사를 잘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제시문이 너무 쉬웠다고 해도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서 명사에 대한 오역이 발생해 버리면 정답 맞히기는 물 건너 가는 것이지요.
한편, ⑤도 틀린 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시문에서 온톨로지라는 개념이 “관심 영역 내 공유된 개념화에 대한 형식적이고 명시적인 명세”라고 합니다. 그래서 언뜻 생각하면 “동일한 영역”의 “종사자”들은 똑같은 온톨로지를 구축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⑤의 문맥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이 선택지의 ‘종사자들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온톨로지가 구축될 수 있다’라는 구절은 ‘동일한 영역’에서라도 ‘종사자들의 관심과 필요’가 다를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제시문에서는 ‘관심 영역’이라고 말했지 ‘동일한 영역’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온톨로지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범위는 종사자들이 관심을 두는 영역입니다. 이렇게 선택지를 섬세하게 본다면 ⑤번 선택지는 적절하게 됩니다. 선택지에서 말하는 “동일한 영역”과 제시문에서 말하는 “관심 영역”의 범위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선택지 문장 전체의 문맥에서 의미적로 고려했어야 하는 문장이지요. ⑤번 선택지는 제가 말씀드린 강조3을 의식해서 본다고 하더라도 앞의 사례들에 비하면 조금 어려워 보이네요.
오늘은 고시위크 연재를 통해서 강의를 통해서 강조해 왔던 내용들을 통해서 2019학년도 언어이해의 몇 몇 선택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향후 언어이해에 도전하시는 분들이 공부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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