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 외침’, 난청으로 고통받는 소방관

김민주

gosiweek@gmail.com | 2017-10-17 13:43:00

 
최근 10년간 소방관 난청 공상 인정, 단 2건

공상 입증에 중요한 ‘소방업무환경측정’은 전무

 

업무 특성상 소방차 사이렌, 구조‧화재진압 장비의 기계음 등 크고 작은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소방공무원들이 소음성난청 질병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특수건강진단 결과 직업병 판명(요관찰‧유소견)을 받은 소방공무원 19,290명 중 소음성 난청을 앓고 있는 사람이 48.9%(9,43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이번 통계는 1인당 다수의 질병을 판정해 반영한 결과로, 실제 진단을 받은 소방공무원 수와는 상이할 수 있다.

 

지난해 직업병 판명을 받은 소방공무원의 6,43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소음성 난청이 3,170명으로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발성 및 그 밖의 손상, 중독 및 그 결과’가 796명(12.5%), 난청 등 귀관련 진환 658명(10.4%), 고지혈증 330명(5.2%)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년 동안 소음성 난청으로 공상을 신청한 소방공무원 9명 중 승인을 받은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승인을 받은 2명은 2008년 훈련에 사용할 폭음탄을 정비하던 중 폭음찬 4발이 동시에 터져 구급차로 이송됐고, 진찰결과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즉, 공무원연금공단에서 폭음탄이 청력에 직접적 손상을 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구급‧구조‧화재 등 현장에서 소방활동을 하면서 사이렌 소리, 소방장비 기계음 등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온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공상이 단 한 차례도 인정되지 않았다.

 

사실상 특수건강진단 결과 소방공무원 직업병 1위인 소음성 난청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는 직업병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공무원연금공단은 소방공무원의 소음성난청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소방공무원이 근무하는 소방관서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에 따르면 소방업무환경측정은 의무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되어있어 사실상 한 번도 관련 예산이 편성되거나 측정이 이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소음성난청과 업무상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것이다.

 

소방청이 국민을 위해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소방공무원 개개인에게 공상 입증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 용역을 실시하고, 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6월 국민안전처 장관과 시‧도지사에게 소방공무원의 안전과 건강보호를 위한 법 개정 등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인권위는 소방공무원의 업무 특성사 소음성 난청 등의 증상을 특별히 고래야해 하며, 청력보호기 등을 신속이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남춘 의원은 “소방관들이 소음성 난청의 위험에 노출되고, 공상 승인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 중에 소방청의 방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소방업무환경측정에 대해 소방조직 차원에서의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실효성 있는 청력 보호기 보급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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