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겨진 법복’ 다림질해야 할 때 - 정용상 교수(동국대 법과대학)
| 2016-08-30 14:06:00
오늘날 한국사회는 분열과 갈등, 불신과 불통, 반목과 이반, 반칙과 불법이 판치는 난장판이 됐다. 법치국가라고하기에 부끄러울 만큼 정의의 자리에 불의가, 원칙의 자리에 반칙이, 법치의 자리에 인치와 떼법이 우글거리고 있다. 옛 어른들이 부도덕하거나 무모한 장면을 목격할 때면 “어찌 그런 법이 있는가!”라며 경우 없음을 질타하곤 했는데, 요즈음은 법이고 도덕이고 다 무너져 버려 세상이 통째로 아수라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사회가 있는 곳에 반드시 법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여러 직역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혼재돼 생활하면서 다양한 거래를 하게 되므로 자연히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때 분쟁당사자는 정의의 상징인 사법부가 그러한 충돌을 공정하게 판단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법이 법답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을 잘 만들어야 하며, 법을 잘 집행해야 하며, 무엇보다 법을 잘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법치의 틀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기여해야 한다. 결코 이기적인 특정인이나 특정부류의 이익 추구를 위해 법이 악용돼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의 발전과 구성원의 수준 높은 법치의식에 따른 준법정신의 실천이 필수적이다. 특히 법률가가 이현령비현령식으로 법을 악용해 사리사욕을 도모하면 상대적으로 일반시민의 이익과 사회적 공익은 불이익을 받는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 현실은 어떠한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며 법 앞에서 기회의 균등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믿을까? 이 땅에 정의는 구현되고 있다고 확신할까? 아니다. 부정과 불의, 부패와 비리가 판치는 오늘 날의 법조시장의 일그러진 모습에 비춰 볼 때 그러한 물음에 부정적인 답이 나올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법률가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극에 달아 있다. 그들의 탐욕적·부정적 행태가 국민의 시각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조비리가 터질 때면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자주 내세우곤 했으나 이제는 전관과 현관이 공히 부패하여 사법 불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돼 버렸다. 법률가가 법률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역에 가 있어도 서로 연결돼 끊임없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부패의 상징이 되고 보니, 법률가에 대한 질시와 분노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어두운 사회의 길목마다 왜 법률가가 끼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공적·공익적 소명을 띈 법률가의 발길이 어두컴컴한 범죄의 길목에서 서성이는 한 사법부의 신뢰회복은 무망하다.
법률가가 국민으로 부터 눈총을 받고 질시 당하는 오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근원적 사법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타의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강요당하면 그건 사법부의 수치이다. 스스로 개혁의 칼을 잡아야 한다. 법학교육과 법조인양성시스템, 사법제도의 전반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연한 전관예우니 현관예우와 같은 반칙에 익숙한 법조문화를 확 갈아 엎어야 한다.
사법개혁은 사법구성원 이익을 위한 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법부로 환골탈태하는 제도개혁이어야 한다. 혁명적 개혁이 아닌 소나기 피하기식 개혁은 더 큰 사법 불신과 법률시장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뿐이다. 국민중심의 사법개혁이어야 한다. 아울러 법률가들의 의식개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법 불신을 사법신뢰로 바꾸기 위한 법조계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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