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갑’들의 세상에서 ‘을’로서의 사회적 약자
| 2014-09-23 16:28:48
소위 ‘갑’들의 세상에서 ‘을’로서의 사회적 약자
- 갑(甲)들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들이 하면 ‘불륜’인가?
김 윤 조
現 서울사이버대학 법무행정 겸임교수
현지 시간 16일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보건컨설팅업체 헬스웨이스와 공동으로 지난해 135개국의 2013 세계 웰빙(삶의 질) 지수 순위를 발표한 결과 우리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같은 아시아 국가 국민의 체감지수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스포츠경향 2014.9.17. 인터넷).
이 순위에서 75위에 머문 한국은 대만(18%·55위), 일본(15%·64위)은 물론 말레이시아(24%·36위), 필리핀(24%·40위), 태국(22%·44위), 인도(15%·71위), 이라크(15%·73위)보다도 밀렸다.
갤럽과 헬스웨이스는 국력, 실질적인 국민 건강상태와 별도로 국민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삶의 질 체감 지수를 알아보고자 조사 참가자에게 항목마다 ‘번영 중’, ‘고전 중’ ‘고통받는 중’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이 결과 우리 국민 대다수는 삶의 목표 실현에서 고전 중(46%) 또는 고통받는 중(40%)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4%만 목표 실현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만족스럽다고 한 14%와 고통속에 살고 있는 86%의 구성원,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86%의 국민은 희망이 없이 살고 있으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을(乙)’의 지위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을의 고통을 누가 들어주어야 하는가?
물론 스스로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처지에서 을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비참한 현실이다.
갑들의 주장에 억지가 많음은 물론이고 그들의 변명 또한 낯이 간지러워 듣기가 민망스러운 정도이다. 갑의 주장을 원칙이라고 무수히 주장하고 있으나, 원칙이라는 잣대가 너무나 자의(恣意)적으로 보인다. 여러 경우들이 있을 것인데........
우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행위는 너무나 상식밖의 행위인데다 그 변명이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입장에서 을(乙)인 캐디의 인권은 그냥 무시되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사건에서 “라운딩 중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캐디의 주장에 대해 "내가 딸만 둘이다. 딸만 보면 예쁘다, 귀엽다고 하는 게 버릇"이라며 "참 예쁜데 몸조심하라고 했다. 성추행을 하면서 그런 말을 하겠느냐"고 했다. 또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는 이런 이야기다. 그것을 '만졌다'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강경하게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다른 한편 학생들의 학점권을 쥐고 있는 갑인 교수들의 행태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행위들을 하고 있으며, 상대방인 학생 을의 인권 역시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숙명여자대학 음대 작곡과 홍수연ㆍ윤영숙 교수들의 학생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너희는 살 가치가 없다. 뛰어내려라. 아니다. 너희는 죽어서도 도움이 안 된다. 너희 시체는 썩어서 우주의 쓰레기가 될 것이다", "너의 저급한 머리가 감당할 수 있는 쉬운 악기를 골라 와라" 등 모욕적인 언사를 했으며, 과제를 준비해 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네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라도 있냐. 혹시 밤일을 나가냐"고 성희롱성 발언도 했다고 한다.
또한 "너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를 낳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예외다. 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무뇌아로 태어날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숙명여자대학교 비대위는 지난 15일 대학 측에 "폭언과 졸업작품집을 강매한 홍수연·윤영숙 교수의 해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에 두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를 둘러싼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학교 일로 음대 학장, 학교 총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들이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스포츠의 요람인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한국체대 교수가 학생 100명을 상대로 10년 넘게 생체실험"을 진행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이다.
생체검사를 의료인 자격이 없는 교수가 시술한데다 대상자 218명 가운데 절반이 학생인데, 일부 교수는 성적을 미끼로 학생들을 참여를 권유했고 검사를 위해 근육조직 일부를 떼어냈던 한 학생은 부작용 탓에 운동까지 그만두게 됐다고도 한다. 학교는 이를 알고도 단순 징계로 마무리하였다고 한다.
국회의 장외투쟁과 무노동 무임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특별법제정에 합의가 무산되어 가족들이 원하는 입법을 요구하며 장외에서 단식(斷食)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대통령께서 세비(歲費)를 반납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께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사학법개정을 반대하여 천막당사에서 장외투쟁을 한 적이 있지 않는가? 그 때는 세비(歲費)를 반납하였는가?
또 야당에서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한 후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해 무산되자 약속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 외친다. 그렇다. 원칙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과 세월호참사가 벌어졌던 직후로 되돌아가 보자.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들에게 무엇을 약속하였는가? 가족이 원하는 것을 다해주겠다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어제 아침에 청와대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은 줄 수 없고, 여야의 2차협상 이상은 없다’라고 했다.
대통령선거 방송토론에서 증세(增稅)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하자, 박근혜대통령 후보는 ‘그걸 하자고 대통령에 나왔다’라고 했다. 담배값이 거의 두배로 오르고, 자동차세, 주민세가 오르고 있는데...... 증세가 없는가?
대한민국에서의 ‘로맨스’와 ‘불륜’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대한민국에서의 ‘을(乙)’, 그들에게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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