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면 학교생활 더 힘들어질까”…학폭 피해, 신고부터 입증·보호까지 ‘막막’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9-28 18:08:29
피해학생·보호자 고민 9개 주제로 분류…학교·가해 측 갈등과 사실 확인 어려움도
전국 상담전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700건…“단계별 전문 지원체계 필요”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고민은 폭력이 멈춘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신고 여부를 결정하는 것부터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보호조치를 받는 과정까지 또 다른 어려움이 이어졌다. 학교나 가해 측과의 갈등, 앞으로 학교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불안도 상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BTF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문제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 상담 축어록 825건, 총 16만6410문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상담을 요청한 학생과 보호자 등의 발화를 분석한 결과 고민은 모두 9개 주제로 나뉘었다.
학교폭력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심리·신체적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신고 여부와 대응 방향을 정하는 어려움, 학교 및 가해 측과의 갈등, 절차 진행과 사실 확인의 어려움, 보호조치와 피해 입증 부담, 심의 결과와 조치에 대한 질문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특히 피해 이후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부담이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신고할지를 결정한 뒤에도 조사와 사실 확인, 보호조치, 심의와 후속 대응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피해학생과 보호자의 고민이 학교폭력 피해 자체에 머물지 않고 신고→조사→보호조치→후속 대응으로 이어지는 해결 과정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1588-9128)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700건의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상담사가 실제 상담에서 다룬 내용은 8개 주제로 분류됐다.
우선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처한 상황과 핵심 문제를 정리한 뒤 신고·조사·심의 등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를 안내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후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선택지를 함께 검토하거나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돕는 상담도 이뤄졌다.
필요한 경우에는 심리·법률상담과 학교안전공제회 등 외부 지원 자원을 연결하는 역할도 했다. 연구진은 학교폭력 상담이 제도나 절차를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복잡한 해결 과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돕는 지원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피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신고 절차만 안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학교폭력 발생 이후 단계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주는 한편, 심리·법률상담과 지원기관 연계까지 함께 제공하는 전문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종익 BTF푸른나무재단 상임대표는 “학교폭력 피해는 폭력이 발생한 순간에 끝나지 않으며, 피해학생과 보호자는 이후에도 수많은 선택과 판단 앞에 놓인다”며 “학교폭력 전문상담이 이 과정에서 혼란을 정리하고 다음 대응을 찾도록 돕는 실질적인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김미정·신나은·김다운 연구진의 ‘전국 학교폭력 상담전화에서 나타난 상담자와 내담자의 발화 주제 변화: LDA 토픽모델링을 활용한 상담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했다. 교육문화연구, 32(4).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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