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에서 만난 조금 다른 아침…매봉역~양재천 브런치 스팟 3선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8-13 17:34:23
8월의 서울은 한낮의 외출이 망설여지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이 오히려 반갑다.
매봉역에서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도곡동 일대에는 그런 여름 아침을 조금 더 충실하게 보내기 좋은 브런치 공간들이 모여 있다.
낮은 건물과 주택, 오피스가 자연스럽게 섞인 골목에는 대형 상권과는 다른 차분한 분위기가 흐른다.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여는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여유 있게 아침 식사를 즐긴 뒤, 조금만 걸으면 양재천 산책로로 이어진다는 점도 이 지역만의 매력이다.
늦은 점심을 대신하는 브런치라기보다 좋은 음식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낮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기 전 잠시 산책까지 이어가고 싶은 날 잘 어울리는 동네다.
매봉역과 양재천 사이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아침을 준비하는 브런치 스팟 세 곳을 소개한다.
1. 햇살과 오븐의 온기가 머무는 곳
레이지케틀서비스 Lazy Kettle Service
영동2교 사거리 인근에 자리한 레이지케틀서비스는 공간과 음식 모두에서 절제된 인상이 먼저 느껴지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큰 통창을 통해 오전 햇살이 실내 깊숙이 들어오고, 부드러운 민트 톤과 따뜻한 우드 소재, USM과 HAY 가구가 차분한 분위기를 더한다. 과도한 장식 대신 자연광과 소재, 공간의 비례로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서울보다는 일본 나카메구로의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브런치 하우스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도 있다.
공간만큼 눈길이 가는 것은 음식이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고 구워낸 빵을 샌드위치와 토스트에 사용한다. 대표 메뉴인 프렌치토스트 역시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충분히 달걀물을 머금은 빵을 오븐에서 천천히 익혀 완성한다.
덕분에 겉은 노릇하게 익으면서도 안쪽은 수플레나 푸딩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을 갖는다. 기름진 느낌이 적어 한여름의 아침 식사로도 비교적 부담이 없다.
직화 새우와 수란을 곁들인 플레이트, 클램차우더, 에비가츠산도 등 다른 메뉴 역시 강한 소스로 맛을 덮기보다는 재료의 풍미와 식감 사이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갓 구운 빵 향과 오전 햇살, 중배전 커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레이지케틀서비스는 사진을 찍기 좋은 공간에 그치기보다, 직접 구운 빵과 조리 방식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브런치 레스토랑에 가깝다.
2. 밝고 편안한 도곡동의 클래식
플레어비
플레어비는 오랫동안 도곡동에서 자리를 지켜온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높은 층고와 큼직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화이트와 우드가 어우러진 밝은 실내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공간이 넉넉해 혼자 조용히 아침을 보내기보다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여러 명이 함께하는 주말 모임에도 잘 어울린다.
메뉴 구성은 세 곳 가운데 가장 폭넓다.
오믈렛과 프렌치토스트 같은 클래식한 브런치부터 샌드위치, 샐러드, 버거, 파스타, 베이커리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직접 반죽해 만드는 빵을 바탕으로 여러 브런치 메뉴를 구성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메뉴가 다양하다는 것은 이곳의 분명한 장점이다. 누군가는 커피와 빵으로 가벼운 아침을 원하고, 누군가는 파스타나 버거처럼 든든한 점심에 가까운 식사를 원하는 경우에도 한 테이블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새로운 조리법이나 낯선 맛을 경험하기보다는 우리가 브런치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익숙한 음식들을 편안하게 즐기는 쪽에 가깝다.
오랫동안 동네 주민들이 찾아온 매장답게 유행을 좇기보다 안정적인 공간과 폭넓은 메뉴를 유지해온 점 역시 플레어비의 매력이다. 여럿이 모여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침이라면 특히 잘 어울린다.
3. 양재천 골목에서 만나는 영국식 브런치
풀몬티 Full Monty
논현로24길에 자리한 풀몬티는 일반적인 브런치 레스토랑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감각 있는 가구와 클래식한 소품, 잔잔한 조명이 어우러진 실내는 유럽의 작은 비스트로를 연상시킨다. 큰 창과 화이트톤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한 밝고 가벼운 브런치 카페들과 달리 한층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메뉴에서도 그 차이가 분명하다.
중심은 영국식 음식이다. 풀 브렉퍼스트를 비롯해 로스트비프와 요크셔푸딩, 스콘 등 국내 브런치 레스토랑에서는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요크셔푸딩과 로스트비프 같은 구성은 프렌치토스트나 에그 베네딕트 중심의 익숙한 브런치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한 끼를 원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선택지가 된다.
영국식 아침 식사 특유의 든든함도 이곳의 개성이다. 가볍게 커피와 토스트를 즐기는 아침보다는 천천히 앉아 제대로 한 끼를 먹고 싶은 날에 더 잘 어울린다.
낮에는 느긋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와인과 요리를 곁들이는 비스트로의 성격이 더해진다. 아침과 저녁이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진다는 점도 풀몬티만의 재미다.
세 곳을 하나로 묶는 양재천 산책
레이지케틀서비스와 플레어비, 풀몬티는 같은 지역에 자리하지만 분위기와 음식의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레이지케틀서비스가 직접 구운 빵과 오븐 조리, 절제된 공간을 통해 조금 더 섬세한 브런치를 보여준다면, 플레어비는 넓고 밝은 공간과 다양한 메뉴로 편안하고 익숙한 브런치의 매력을 보여준다. 풀몬티에서는 영국식 음식과 클래식한 분위기를 통해 조금 다른 아침을 경험할 수 있다.
세 곳의 공통점은 하루를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브런치를 먹고 커피를 마신 뒤 가게를 나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양재천 산책로가 시작된다.
특히 8월에는 한낮보다 아침이 좋다. 아직 햇볕이 완전히 뜨거워지기 전, 나무 그늘과 물길을 따라 잠시 걷다 보면 식사와 산책이 별도의 일정이라기보다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이어진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은 음식과 커피, 오전의 햇살과 짧은 산책만으로 하루의 리듬을 조금 바꿀 수 있는 곳.
한여름에는 조금 일찍 움직여도 좋겠다.
매봉역에서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도곡동의 아침이 요즘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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