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탈 유죄 판결 85%가 집행유예…“처벌 강화·양형기준 마련해야”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10-27 16:46:57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9~2025년 병역면탈 1심 판결 113건 분석
유죄 102건 중 실형 15건뿐…병역기피 사건 1036건 중 96% 유죄
재범·허위자료 제출 등 양형요소 검토…법정형 상향·별도 양형기준 신설 제안
▲보고서 표지 이미지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병역면탈 범죄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상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집행유예가 대부분을 차지해 별도의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병역면탈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병역법상 병역면탈 범죄의 유형과 법정형, 실제 처분 결과를 분석하고 판례와 언론보도, 다른 범죄의 양형기준 등을 검토해 병역면탈 범죄에 적용할 양형기준안을 제시했다.

현행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하거나 행방을 감추는 행위,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쓰는 행위에 대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형사처분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연구원이 분석한 형사처분 통계에 따르면 실형 선고 비율은 2017년 10.3%로 가장 높았고, 대부분의 연도에서는 10%를 넘지 못했다. 특히 2018년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2022년에는 집행유예 비율이 90.5%에 달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선고된 병역면탈 범죄의 1심 판결문 113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전체 사건 가운데 102건(90.2%)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 판결 102건은 모두 징역형이었지만, 이 중 87건(85.2%)은 집행유예였고 실제 교도소에 수감되는 실형은 15건(14.7%)에 그쳤다.

병역법 제88조를 위반한 병역기피 범죄도 별도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병역기피 사건 1036건 가운데 995건(96.0%)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율은 2020년 89.8%에서 2025년 100%로 높아졌다.

병역기피 사건의 1심 선고형량은 징역 2개월부터 8년까지 분포했다. 징역 6개월이 32%로 가장 많았고, 8개월이 20.5%로 뒤를 이었다. 전체 선고형량의 약 80%가 징역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판결문에 나타난 양형요소도 분석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입영 절차를 여러 차례 연기하거나 거짓 자료를 작성한 경우 등은 형량을 높이는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반면 초범이거나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한 경우,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등은 형량을 낮추는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됐다.

다만 판결마다 고려하는 양형 사유가 다양하고, 특히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연구진은 병역의무가 납세의무와 함께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의무라는 점에서 병역면탈과 병역기피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병역자원이 2015년과 비교해 2024년에는 약 120만 명 감소한 상황도 처벌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에 뇌물범죄와 관세범죄, 조세범죄처럼 국가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에 별도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병역법 위반 범죄에도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현행 법정형과 실제 선고형량을 상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병역면탈 범죄에 대한 대응이 약할 경우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병역의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설정과 국회의 병역법 등 관련 법률 개정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보고서 전문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홈페이지의 발간물·연구보고서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피앤피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