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의 시행을 앞두고
피앤피뉴스
gosiweek@gmail.com | 2026-04-15 11:55:26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의 시행을 앞두고”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위기를 겪고 있는 학교법인과 사립대학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개선, 해산 및 청산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함으로써 학생, 교직원 등 대학의 구성원을 보호하고 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위 법의 2026. 8. 15. 시행을 앞두고 교육계와 법조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헌법상 보장된 사학의 재산권과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등교육의 질적 개선이라는 명분이 사법적 원칙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 재산권 침해 논란의 핵심, 잔여재산 귀속 제한의 위헌성
이번 시행령의 가장 큰 쟁점은 학교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의 처분 문제다. 시행령은 해산하는 사학 법인이 잔여재산을 사회복지법인이나 공익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사적 재산권의 본질을 부정하는 측면이 있다.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의 재산은 설립자의 출연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비록 공공성을 띠고 있으나 그 근간은 사유재산적 성격을 내포한다. 설립자가 투입한 초기 자본과 운영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완전히 배제한 채, 재산의 용도를 국가가 지정한 특정 공익 목적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 특히 '해산정리금'이라는 명목으로 설립자나 기여자에게 일부 재산을 환원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정당한 보상이라기보다 정책적 유인책에 불과하여 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3. 재정진단의 객관성과 행정편의주의적 접근
시행령은 재정진단 결과에 따라 '경영위기대학'을 지정하고 강제적인 구조개선 명령을 내리는 절차를 담고 있다. 이는 사실상 행정권력에 의한 사유재산의 관리권 박탈로 비칠 수 있다. 대학의 자발적 혁신을 유도하기보다는 재정적 지표만을 근거로 퇴출을 압박하는 방식은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위험이 있다.
특히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전담기관으로서 수행하게 될 진단 지표들이 각 대학의 특수성과 지역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수치상의 적자나 학생 충원율만을 기준으로 위기 대학을 낙인찍는 행위는 대학의 서열화를 고착화하고,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건이 불리한 지방 사학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등교육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국가가 교육 생태계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교육 독과점' 상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4. 경영자문과 이행점검, 자율성인가 통제인가
시행령에 명시된 '경영자문' 과정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 집단을 통한 자문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이행점검은 자칫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학이 스스로의 건학 이념에 따라 발전 방향을 설정하기보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평가 기준에 맞추어 획일화된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는 사립학교의 운영에 있어 '사학의 자율성'이 교육의 공공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누차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시행령안은 행정적 효율성과 구조조정의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사학이 가진 고유한 교육적 가치와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경시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교육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5. 구성원 보호 대책의 실효성과 국가 책임의 방기
시행령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직원 위로금 지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재원을 해산하는 법인의 잔여재산에 전속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도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책임은 개별 사학 법인에 전가하는 형국이다.
인구 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이 공익적 목적을 띤다면, 그에 따르는 비용 또한 국가 재정을 통해 상당 부분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인의 남은 재산을 털어 해결하라는 식의 접근은 국가의 교육 책임 규정을 교묘히 회피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폐교 이후 남겨진 유휴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지자체와 국가의 구체적인 지원책 없이 법인에게만 관리 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한 조치다.
6. 비리 사학 프레임의 오남용 경계
정부는 비리 사학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강조하며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물론 회계 부정이나 횡령이 발생한 사학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대학까지 '부실 대학' 혹은 '비리 후보군'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처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의 행사다.
성실하게 학교를 운영해 온 설립자나 경영진조차도 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다면, 누가 향후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는가. 이러한 기조는 사학의 설립 의지를 꺾고 민간의 교육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7. 결론: 법치주의에 입각한 합리적 제도 보완의 촉구
대학 구조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절차와 수단은 반드시 헌법적 가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시행을 앞둔 법령은 '퇴로 확보'라는 명분 뒤에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과 행정적 통제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제기될 사학 현장의 우려를 단순한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적 자치와 공익적 목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정당한 보상과 합리적인 절차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향후 수많은 위헌 소송과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학의 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부실 대학의 정리를 원만하게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한 유인책'과 '국가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과정에서 법치주의의 원칙이 훼손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공정하고 투명한 재정진단 지표의 확립과 더불어,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의 구조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행령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보완이 절실하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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