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한 기업 88%인데”…평가 기준 갖춘 곳은 10곳 중 1곳뿐

이수진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4-23 10:53:32

그렙, HR 담당자 354명 조사…AI 활용 수준 따라 조직 고민도 달라져
초기 도입 기업은 ‘기본 이해’, 운영 기업은 ‘성과 측정’ 부담
▲지난 3월 31일 코엑스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HR Exchange 2026' 행사에서 그렙 부스를 찾은 HR 담당자들이 AI 역량평가 솔루션을 살펴보고 있다.(그렙 제공)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조직 내 AI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도입한 기업과 이를 전사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사이에서 겪는 고민도 뚜렷하게 갈렸다.

AI 기반 온라인 테스팅 플랫폼 기업 그렙은 23일 ‘2026 기업 AI 역량평가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31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HR Exchange 2026’ 행사 현장에서 기업 HR 담당자와 조직 의사결정권자 3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AI 활용 수준에 따라 초기 활용군, 확산 활용군, 운영 체계화군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됐다.

응답 기업 가운데 87.9%는 이미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활용 분야는 자료 요약과 보고서 작성이 44.4%로 가장 많았고, 문서 초안 작성 25.4%, 직무별 실무 과제 수행 20.9%, 업무 프로세스 개선 9.3% 순으로 나타났다. AI 활용이 반복 업무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사 차원의 AI 운영 기준과 평가 체계를 갖춘 조직은 12.1%에 불과했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많아졌지만 실제 역량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조사에서는 AI 활용 수준에 따라 기업들이 겪는 고민도 다르게 나타났다.

개인 단위로 AI를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초기 활용군(80개 기업)은 ‘기본 이해도 파악’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비율은 33.8%였다. 이들 가운데 37.5%는 AI 역량평가 도입 자체를 아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예산 부족(25.0%)과 조직 내 우선순위 부족(18.8%)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일부 부서에서 반복적으로 AI를 활용하는 확산 활용군(231개 기업)은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 그룹에서는 ‘실무 활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4.1%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어떻게 판별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또 AI 역량평가를 우선 적용해야 할 분야로는 조직진단(33.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채용보다 현재 조직 구성원의 AI 활용 수준을 먼저 파악하려는 수요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들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내부 설득을 위한 사례와 데이터 부족(39.4%),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25.5%)이었다.

이미 전사 차원의 AI 운영 체계를 갖춘 운영 체계화군(43개 기업)은 또 다른 단계의 고민을 드러냈다.

이들은 채용과 교육, 조직진단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통합 기준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율은 34.9%였다.

또 이미 AI 역량평가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71.4%는 ‘AI 교육 효과 측정’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보다 교육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는지 검증하는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운영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설계 인력 부족(46.5%)이 꼽혔고, 예산 문제(14.0%)보다 세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AI 역량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모든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업들이 활용하는 평가 방식은 이력서·포트폴리오 검토가 34.3%, 현업 관리자 평가 31.1%, 면접·과제 전형 28.9%로 분산돼 있었다. 별도 기준 없이 개별 판단에 의존한다는 응답도 28.6%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AI 활용이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응답 기업 가운데 대기업과 대형기관 비중은 31.4%, 중견·성장기업은 35.0%였다. 또 IT·디지털 업종은 33.2%였고 제조·금융·유통 등 비IT 업종은 66.8%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기업들은 AI 활용 역량을 새로운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AI 활용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해 채용과 교육, 조직 운영 전반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성수 그렙 대표는 “AI 도입 성과는 실무자가 기술을 얼마나 유연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판단할 객관적 기준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조직 성숙도에 맞는 평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I 활용이 빠르게 보편2화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단순 도입 단계에서 운영과 성과 검증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피앤피뉴스 / 이수진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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