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 변호사의 법조단상] 검사의 수사권과 구속제도
피앤피뉴스
gosiweek@gmail.com | 2026-05-20 09:46:27
“검사의 수사권과 구속제도”
국가 공권력 작용 중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강력하게 침해하는 수단은 체포 및 구속제도라 할 것이다. 수사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이다. 따라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영장주의를 비롯한 인신구속의 요건과 절차를 끊임없이 치밀하게 정비해 왔다. 비록 현행 제도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대다수 시민과 법조인은 그 폐해와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동시에 제도적 예측 가능성을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설계가 ‘검사가 직접 수사기능을 수행한다’는 전제 위에서 운용되어 왔고, 수사주재자로서의 ‘검사의 존재’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현행 인신구속 절차는 검사를 수사절차의 핵심 책임 주체로 상정한 상태에서 설계되어 왔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권이 확대되었음에도 여전히 영장청구, 구속 이후 보완수사, 기소 여부 판단 등 핵심 단계에서 검사의 역할을 전제로 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형사제도 개편안 중에는 검사에게 수사개시권은 물론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수사기능 수행을 전면 부정할 때 당장 마주하게 될 영장 및 구속 제도의 공백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측에서도 이 부분은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창설된 검찰제도를 폐지하고, 수백 년간 발전해 온 대륙법계 형사사법 구조를 급격히 변경하는 논의치고는 그 논리적 완결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2. 검사 수사권 박탈 시 도래할 제도적 난제들
가. 만약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부정한다면,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 내부에서 즉각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들이 발생한다.
나. ‘사경 10일, 검사 10일+10일’의 구속기간 체계가 무너진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어디까지나 ‘수사를 위한’ 인신구속이다. 검사가 수행하는 활동이 수사가 아니라고 정의 내린다면, 검사 단계에서의 구속은 개념상 성립하기 어렵다. 이러한 논리적 정합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법조문에 잔존시킨다면 사법작용의 신뢰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검사의 활동을 수사로 파악하지 않겠다는 주장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검사의 활동을 수사로 파악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검사 단계 구속기간의 법적 성격과 정당화 근거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송치 사건 검토 단계에서 구속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검사가 수사를 하지 않고 오직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기록만을 검토하여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한다면, 이는 ‘잠정적 수사종결 이후의 절차’에 해당한다. 단지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피의자를 계속 구속해 두어야 할 사유를 형사소송법적으로 정당화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를 위해 별도의 구속 사유나 요건을 신설해야 한다면 논쟁은 더욱 복잡하게 된다.
라. 보완수사 요구를 하였을 경우 구속기간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경찰의 수사가 위법·부당하거나 부족하여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경우, 구속기간이 연장되거나 유지되는 것은 전적으로 경찰 측의 사정 때문이다. 현행 체제에서는 검사가 신병을 인수해 직접 수사를 이어받으므로 구속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유지되지만,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다면 신병을 다시 경찰로 보내야 하는지, 그 기간의 구속 정당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전례 없는 혼란이 발생한다.
마. 신병 인계와 유치시설 관리의 현실적 혼선이다.
현재는 경찰이 구속한 피의자를 송치할 때 대개 신병을 검찰로 함께 인계하며, 인계된 피의자는 대체로 구치소 등 법무부 교정시설에 수용된다. 하지만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만 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이 구속된 신병을 어디에 두고 누가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조차 되어 있지 않다. 즉, 송치 이후 구속 피의자를 계속 경찰 유치장에 둘 것인지, 법무부 교정시설로 이감할 것인지, 또는 별도의 관리 체계를 둘 것인지에 대한 제도 설계 역시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3. ‘수사’와 ‘구속’을 분리하는 발상의 한계
일각에서는 검사의 활동을 수사라고 부르지 않으면서도 구속은 별개로 유지할 수 있다는, 개념적 정합성이 결여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개념의 정합성을 포기하고 머릿속 상상만으로 제도를 땜질하겠다는 발상이다. 검사가 행하는 모든 활동은 수사에 해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정조사로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형사절차에서 구속은 만 건 중 단 한 사건만이라도 인권보장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수사와 공판 전체의 정당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총론만 주장할 뿐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선언적 구호에 머무르는 개혁 논의는 결국 사법 기능의 마비를 초래할 뿐이다.
특히 헌법 제12조가 요구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는 단순히 영장 발부 단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속 이후 절차 역시 예측 가능하고 명확해야 하며, 국가는 피의자의 신체 자유 제한에 대해 일관된 법적 책임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4. 현실적인 대안: 구속과 불구속 사건의 이원화
가. 따라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은 법안의 시행을 1~2년 연기하는 것이다. 부칙에 명문 규정을 제정하여 입법하면 된다. 실무적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나.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이원화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검사의 수사 범위를 전면적으로 축소하거나 개편하더라도, 인신구속이 수반되는 구속사건에 한해서는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구속기간 및 수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불구속사건은 개편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전면 적용하되, 최소 1년에서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구속 제도의 정합성을 재설계하는 편이 타당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건은 이미 1차 수사기관에서도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여 법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중대 범죄들이다. 이러한 중대 범죄에 대해 구속 제도의 완결성이 담보될 때까지 기존 틀을 유지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다. 이원화 주장에 대하여는 검찰의 수사 조직과 예산을 변칙적으로 유지하려는 편법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의 인신구속 제도와 검찰의 조직·예산 규모는 필연적으로 연동되는 것이 아니다. 구속사건과 보완수사 조치를 전담할 최소한의 실무 조직만 남겨두면 해결될 일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인신구속 절차를 누더기로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청 폐지가 눈앞에 다가온 현실에서 정책입안자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형사사법제도의 개편은 가능하다. 그러나 인신구속 절차라는 가장 민감한 영역에 대한 정합적 설계 없이 조직 개편만 앞서는 입법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과 공공 안전 모두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정밀한 제도 설계다.
최창호 변호사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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