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스토킹 등 범죄별로 나뉜 피해자 지원…“사각지대 없애려면 법 바꿔야”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 2026-08-20 09:46:04
범죄 종류 아닌 ‘피해 유형’ 중심으로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 제안
성폭력과 가정폭력, 스토킹, 인신매매 등 범죄 종류에 따라 각각 구축돼 온 피해자 지원체계를 ‘피해 유형’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여러 기관의 서비스를 한데 연결하는 원스톱 지원이 도입됐지만 담당 부처와 예산이 분리돼 피해자가 여전히 여러 기관을 찾아야 하는 등 사각지대가 남아 있어 관련 법률과 정부 협력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은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총서 ‘범죄피해자 지원제도 통합적 구축방안 연구’를 발간했다. 장다혜 선임연구위원이 연구책임을 맡고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부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국내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는 1987년 이후 특정 범죄를 중심으로 관련 법률과 지원사업이 추가되면서 범위를 넓혀왔다. 2022년부터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을 중심으로 ‘원스톱 솔루션 시스템’ 등 여러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지원정책도 운영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정책이 기존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의 한계를 실제로 해소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범죄피해자보호법과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스토킹·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관련 법률을 비롯해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사업, 내부 지침, 예산을 분석했다.
현장에서 통합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관리자와 지원체계 담당자 30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조사(FGI)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현행 통합지원정책의 한계를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먼저 기관을 한데 모으는 방식이 실질적인 협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서는 통합지원사업이 기관 간 협력보다 성과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기관의 물리적인 통합만으로는 피해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이 확인됐다.
부처와 예산이 나뉜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통합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피해자는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전히 여러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피해가 발생한 맥락이나 구조적 차별에 대응하는 기관별 역량에도 차이가 있어 지원이 위축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범죄피해자 지원의 기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정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피해자가 실제로 겪은 피해의 유형과 필요한 지원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범죄피해자보호법 제7조와 제12조의 보호·지원 내용을 ‘범죄’가 아닌 ‘피해 유형’을 중심으로 규정하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범죄피해자 지원을 총괄할 중앙기관 설치를 포함한 제36조 개정안도 내놨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역시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의 기본법 역할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제3조와 제15조를 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원체계의 출발점도 기관이 아닌 피해자에게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개인별 특성과 생애과정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사각지대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별로 나뉜 지원체계를 연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모델도 제시했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 협의체 형태로 구성하고, 지역에서도 여러 기관이 함께 피해자를 지원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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